임문영 의원, 매년 ‘적정’ 감사 받았는데 수백억 횡령 의혹…아파트 관리비 감사제도 구멍

이정윤 발행일 2026-09-18 07:37:52


[데일리환경=안상석기자] 아파트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 등 주민들의 공동재산을 둘러싼 대규모 횡령 의혹이 불거지면서 현행 공동주택 회계감사 제도의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매년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도 장기간 자금 유출 의혹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단순히 감사를 실시했다는 사실만으로 공동주택 회계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임문영 의원(사진)은 아파트 관리비 횡령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외부 회계감사의 적정성을 다시 점검하는 회계감리제도 도입 등을 담은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12억5천만원 횡령 혐의 기소…입주자 측은 “피해 440억원” 주장

이번 법안 발의의 배경에는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관리비 횡령 사건이 있다.

1,500여 세대 규모인 해당 아파트에서는 오랜 기간 회계업무를 담당한 경리 직원이 장기수선충당금과 관리비 등 12억5천만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와 별도로 2008년부터 발생한 누적 피해액이 약 44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며 경리 직원 등 8명을 추가 고소했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12억5천만원의 기소 내용과 입주자대표회의가 주장하는 440억원 규모의 추가 피해 의혹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아파트가 사건이 드러나기 전까지 해마다 외부 회계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아왔다는 점이다.

관리비를 제대로 걷고 사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외부 감사를 실시했지만 정작 장기간에 걸친 횡령 의혹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면 현행 감사제도가 주민 재산을 보호하는 실질적인 안전장치로 작동했는지 점검이 불가피하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은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관리주체가 원칙적으로 매년 1회 이상 외부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시행령은 재무상태표와 운영성과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또는 결손금처리계산서, 주석 등을 감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관리주체는 감사 결과를 제출받은 뒤 입주자대표회의에 보고하고 공동주택 인터넷 홈페이지와 동별 게시판에 공개해야 한다.

‘감사받았다’보다 ‘제대로 감사했나’ 검증한다

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했다.

개정안은 시장·군수·구청장이 외부 회계감사와 관리주체의 장부 작성이 관련 규정에 따라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다시 점검하는 이른바 ‘회계감리’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부실감사가 의심되거나 일정 비율 이상의 입주민이 요구할 경우 기존 감사인이 아닌 전문 회계법인을 통해 다시 점검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감사 자체를 방해할 경우 형사처벌하고 부실감사가 확인된 감사인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 통보 등을 통해 등록취소나 업무정지 등 징계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제시됐다.

결국 아파트가 매년 회계감사를 받았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고 그 감사가 실제 자금 흐름과 회계 위험을 제대로 확인했는지를 다시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주택관리 전문가 “연 1회 감사만으로 장기 횡령 막는 데 한계”

주택관리 전문가의 시각에서 보면 공동주택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부 회계감사 강화와 함께 일상적인 내부통제 체계를 촘촘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회계감사는 일정 기간 작성된 재무제표와 관련 자료를 사후적으로 확인하는 절차인 만큼 관리비 계좌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제도와는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특정 직원이나 관리주체가 장기간 자금의 입출금과 회계처리를 사실상 독점할 수 있는 구조라면 연 1회 외부감사만으로 모든 부정행위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장기수선충당금처럼 오랜 기간 상당한 금액이 적립되는 자금은 일반 관리비와 별도로 더욱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자금 이체와 인출 과정에서 복수 승인제를 적용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비정상 거래가 발생하면 입주자대표회의나 감사 등에게 자동 통보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관리비 통장의 입출금 내역과 주요 지출 항목을 입주민이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역시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현행법도 감사보고서 등 회계감사 결과의 공개를 규정하고 있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복잡한 회계보고서만으로 실제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느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주민이 자신의 관리비가 어디에 얼마나 사용됐는지를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감사는 ‘적정’인데 피해는 왜 발견하지 못했나

이번 사건에서 반드시 규명돼야 할 부분은 매년 ‘적정’ 의견이 나온 과정이다.

회계감사의 ‘적정’ 의견 자체가 모든 횡령이나 부정을 발견했다는 의미와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대규모 자금 유출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라면 당시 감사 범위와 절차가 적절했는지, 감사인이 어떤 자료를 확인했는지, 관리주체가 제출한 자료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택관리 전문가 관점에서도 감사인의 책임만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관리사무소 내부의 회계 담당자와 관리책임자, 입주자대표회의, 내부 감사, 외부 회계감사인, 지방자치단체로 이어지는 다중 감시체계가 서로 독립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한 단계에서 이상 징후를 놓치더라도 다른 단계에서 이를 발견할 수 있도록 ‘교차 검증’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관리비 횡령 피해 결국 입주민 몫…사후 적발보다 예방 중요

공동주택 관리비 횡령은 일반 기업의 회계부정과 달리 피해가 개별 입주민의 생활환경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관리 강화 필요성이 크다.

해당 단지는 사건 여파로 한국전력 전기요금 미납액이 약 7억원까지 쌓였고 제때 방수공사를 하지 못해 일부 상층부 세대에서 누수 피해가 이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장기수선충당금이나 관리비가 정상적으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승강기와 배관, 옥상 방수, 외벽 등 공동주택 주요 시설의 유지·보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회계 문제가 결국 주거 안전과 주택의 자산가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임문영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아파트 회계감사를 한 번 더 검증하는 장치를 만들고, 관리비 사용에 의혹이 있으면 주민이 직접 문제를 제기해 전문 회계법인의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관리비가 주민을 위해 제대로 쓰이는 투명한 공동주택 관리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아파트 관리비 통장도 모임통장처럼 누구나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며 지자체의 감독 의무와 권한을 강화하고 관리비 입출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임 의원을 비롯해 이주희·양부남·문정복·박균택·김문수·조인철·정준호 의원 등이 발의에 참여했다.

이번 사건은 공동주택 회계관리에서 중요한 것이 단순히 ‘매년 감사를 받았느냐’가 아니라 ‘감사가 실제 위험을 발견할 수 있도록 작동했느냐’라는 점을 보여준다.

감사보고서가 매년 작성됐음에도 장기간 횡령 의혹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감사인의 업무뿐 아니라 관리사무소 내부통제, 입주자대표회의의 감시, 지방자치단체의 감독 등 공동주택 회계관리 전반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고가 터진 뒤 횡령액을 추적하는 것보다 주민들이 낸 관리비가 빠져나가는 단계에서 이상거래를 발견하고 차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법 개정 논의가 외부감사를 한 차례 더 실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주택 관리비의 수납부터 지출, 감사, 공개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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