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다음 달이 분수령"…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원전·재생에너지 쟁점 아직 못 풀었다

안상석 발행일 2026-11-06 15:06:11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과 관련해 "다음 달이 사실상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발표 예정이었던 전기본이 원전 공론화 지연 등으로 두 달 넘게 미뤄진 가운데, 11월 중 수립위원회가 핵심 쟁점에 대한 가닥을 잡아야 연내 발표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제12차 전기본은 2027년부터 2041년까지 15년간의 전력 수급 계획을 담는 법정 계획으로, 원전 신규 건설·계속운전 여부, 재생에너지 100GW 확대 속도,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 시점 등이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당초 정부는 지난 9월 중 전기본 초안을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원전 공론화위원회가 계속운전과 신규 건설 등 민감한 의제를 2차 회의에서 제외하면서 발표 시점이 2~3개월 뒤로 밀렸다.

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원전 공론화위가 다룰 의제의 범위를 좁힌 것은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다만 전력 수급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기업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늦어도 다음 달까지는 위원회 차원의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전기본 수립위원 명단 비공개를 둘러싸고 여야로부터 투명성 문제를 지적받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본 발표가 늦어질수록 호남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의 공급 계획에도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클러스터 가동 시점에 맞춰 전력 공급 계획이 확정돼야 하는데, 상위 계획인 전기본이 미뤄지면 투자 일정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국정감사 종합감사에서 재생에너지 100GW 확대 목표와 전력망 혁신대책의 실효성, 원전 공론화위 운영 방식 등을 처리요구사항에 포함해 기후에너지환경부에 통보할 예정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기본 수립위원회 산하에 원전, 재생에너지, 전력망 등 분과별 실무 협의체를 운영 중이며, 11월 중 분과별 쟁점을 정리해 전체회의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원전 신규 건설 여부처럼 사회적 수용성이 낮은 의제는 전기본 자체보다는 별도의 공론화 절차를 거쳐 추후 반영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전기본은 일단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의 계속운전 여부와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중심으로 먼저 발표되고, 신규 원전 건설과 같은 쟁점은 추가 논의를 거쳐 보완되는 '단계적 발표' 방식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전기본 지연은 역대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도 드문 사례로 꼽힌다. 통상 2년 주기로 수립되는 전기본은 산업계 투자 일정과 직결되는 탓에 법정 시한을 넘기지 않는 것이 관례처럼 지켜져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원전 공론화라는 새로운 절차가 전기본 수립 과정에 처음 도입되면서 일정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공론화 자체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바람직한 시도지만, 법정 계획의 발표 시점과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투자 불확실성이 커지는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100GW 확대 목표의 구체적 이행 경로가 전기본에 담기지 않으면 관련 투자 계획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9월 말 발표한 전력망 혁신대책을 통해 증설 없이도 재생에너지 100GW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접속 방안을 제시했지만, 출력제어 범위와 재원 부담 주체 등 세부 쟁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속도감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말하면서도 실제 이행 계획은 매번 다음 발표로 미뤄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산업법에 따라 2년마다 수립이 의무화된 법정 계획으로, 발표가 늦어지면 후속 절차인 발전소 건설 허가, 송배전망 투자 계획 등 하위 계획 전체의 일정이 함께 지연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내부에서도 이번 지연이 선례로 남아 향후 공론화 절차와 법정 계획 수립 일정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전력 수요 전망 자체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환경단체는 최근 토론회에서 AI 데이터센터발 전력수요 증가 전망이 불과 몇 달 전 토론회 때보다 세 배 가까이 뛴 점을 지적하며, 검증되지 않은 수요 전망에 맞춰 원전이나 석탄발전까지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전기본 수립위원회는 이런 지적들을 반영해 수요 전망 시나리오를 복수로 설정하고, 시나리오별 공급 대응 방안을 함께 제시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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