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4억 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되는 시정 홍보 채널 역시 현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실효성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최원선 부위원장(사진)은 지난 4일 열린 홍보기획관 소관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시 외국어 누리집의 고질적인 표기 오류와 외국인 대상 소셜미디어(SNS) 채널의 운영 부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수조사’ 공언 무색…공식 안내서·관광 정보에 ‘파오차이’ 버젓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21년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김치가 중국 고유 음식으로 왜곡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중국어 표기 지침을 ‘신치’로 정비했다. 서울시 또한 올해 3월 전수조사를 거쳐 관련 오류를 모두 바로잡았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서울시 중국어 누리집과 외국인 생활 지침서에는 ‘파오차이’라는 단어가 여전히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었다. 외국인 거주자와 방문객을 위한 대표 간행물인 「서울 생활 안내서」의 경우 2018년, 2022년 판은 물론 최근 제작된 2026년 판까지 김치를 일관되게 ‘파오차이’로 명시했다. 주요 관광명소 소개 페이지 내 김치박물관 및 예지원 안내문, 번체 누리집의 한국 전통문화 소개 코너에서도 같은 오류가 이어졌다.
최 부위원장은 “한국 전통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할 수도 서울의 공식 채널이 정작 왜곡된 명칭을 쓰는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홍보기획관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과거 자료까지 면밀히 전수 확인해 조속히 수정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연 14억 쏟아붓는데…도달률 0.8%, 중화권 조회수는 ‘반토막’
행정력의 미비는 홍보 채널의 저조한 성과로도 직결됐다. 서울시는 5개 언어권 누리집과 8개 SNS 채널 운영비로 올해만 약 14억 원(누리집 7억 2,300만 원, SNS 6억 7,500만 원)을 집행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대비 파급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구독자 261만 명을 보유한 영어 페이스북은 연간 600여 건의 게시물을 쏟아내고 있으나, 게시물당 실제 조회는 구독자의 0.8%에 불과했다. 일본어 페이스북 조회 수 역시 2023년 144만 회에서 올해 41만 회로 급감했다.
중화권 수치는 더욱 참담하다. 방한 중화권 관광객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2025년 중국어 간체 누리집 방문자는 전년(483만 명) 대비 40.1% 급감한 289만 명에 그쳤다. 시 공식 웨이보와 번체 페이스북 조회수 또한 각각 42.0%, 48.5% 줄어들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최 부위원장은 “일본에서는 X(옛 트위터), 중국에서는 샤오홍슈나 더우인(틱톡)이 주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는데도 서울시는 여전히 페이스북과 웨이보 중심의 과거 문법에 머물러 있다”며 “이용자가 떠난 채널에 형식적으로 게시물을 올리는 관행을 멈추고 타깃층이 실제로 쓰는 매체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여주기식 행정 탈피…현지화 전략·IP 보호 병행해야”
서울시의 이번 행정사무감사 결과는 공공기관의 해외 홍보가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보여주기식 행정’에 갇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책 표기 수정 공언이 헛구호에 그치고, 타깃 오디언스가 외면하는 채널에 관행적으로 십수억 원의 예산을 태우는 구조는 전형적인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관광·도시마케팅 전문가들 역시 서울시의 접근 방식에 전면적인 체질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한 관광마케팅 전문가는 “관광 홍보의 핵심은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잠재 방문객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는 데 있다”며 “중화권의 샤오홍슈나 더우인, 일본의 X나 라인처럼 현지인들이 일상적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플랫폼으로 즉각 이동하지 않는다면 공공 홍보물은 그저 ‘디지털 쓰레기’로 전락할 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문화적 고유 명칭인 ‘신치’의 올바른 정착 역시 단순한 번역 교정이 아닌 국가 브랜드 자산을 지키는 기본적 방어선인 만큼, 지자체 차원의 정기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감사에서 제기된 ‘서울 굿즈’의 해외 지식재산권(IP) 보호 문제도 시급한 당면 과제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상품이 중국 시장에서 무단 복제·유통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K-컬처와 서울의 도시 브랜드 가치가 상승할수록 민간 및 공공 디자인 자산의 해외 도용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상표권 등록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해외 주요 거점 시장에서의 상표·디자인 선제 출원 등 적극적인 권리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플랫폼의 전환, 문화 정체성의 수호, 그리고 고유 콘텐츠의 IP 방어까지 포괄하는 서울시 관광 홍보 정책의 대대적인 궤도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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