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흉물서 휴식처로 변신한 ‘변압기’… 용산구 공공디자인

이정윤 발행일 2026-11-01 16:28:47
대한민국색채대상 수상초고성능 콘크리트·벤치 결합한 ‘도시의 비밀상자’로 가치상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보행로 한구석을 차지한 채 도시 미관을 해치는 주범으로 꼽히던 ‘한국전력 지상변압기 외함’이 예술과 쉼이 공존하는 스트리트 퍼니처로 탈바꿈했다.

서울 용산구는 지난 31일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열린 ‘제24회 대한민국색채대상’에서 한전 지상기기 외함디자인 ‘도시의 비밀상자 in 용산(Urban Secret Box in Yongsan)’으로 블루상(가치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한국색채학회가 주최하는 이 공모전은 도시 경관과 산업 전반에 기여한 우수 색채 사례를 발굴하는 권위 있는 행사다.

회색 철제 박스의 반전… 놀이·휴식 결합한 맞춤형 디자인


이번 프로젝트는 재개발과 정비사업으로 급변하는 용산 도심 속에서 필수 전력시설물을 어떻게 도시 미관과 융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구는 시설물 외형을 주변 환경에 맞춰 이원화했다. ‘표준형’은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 본연의 질감과 밝은 회색을 살려 거리의 시각적 피로도를 낮췄다. 반면 보행량이 많은 거점에는 장소별 개성을 살린 ‘특화형’을 도입했다. 회전형 볼을 결합한 ‘감각놀이형’, 벤치와 테이블을 일체화한 ‘시설조합형’, 공모전 수상작을 입힌 ‘그래픽형’ 등을 통해 단순한 전력 장비를 주민 밀착형 편의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김경대 용산구청장은 “도시의 색채는 거리의 인상을 바꾸고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 요소”라며 “일상에서 매일 마주하는 기반시설 하나까지 세심하게 가다듬어 매력적인 보행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주민 “골목 분위기 환해져”… 일각선 “인공 구조물 대신 상록 식재 어떨까”

변화된 거리 풍경에 주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태원 인근에서 매일 출퇴근한다는 주민 박모(34) 씨는 “기존 철제 박스는 불법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거나 쓰레기가 쌓이기 쉬워 피하고 싶은 곳이었다”며 “깔끔한 디자인에 잠시 걸터앉을 수 있는 벤치 기능까지 생기니 골목 분위기가 한층 정돈되고 안전해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공공디자인의 지속 가능성과 생태적 가치를 고려할 때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공 구조물에 디자인과 도색을 덧입히는 방식도 좋지만, 도심 열섬 현상 완화와 공기 질 개선을 고려한다면 조경 요소를 더 적극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환경·조경 전문가는 “인공 재질이나 페인트 마감 위주의 디자인은 초기 시각적 개선 효과는 뛰어나지만, 장기적인 유지관리 비용과 탄소 흡수원 확보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외함 전면부를 무리하게 덮지 않는 선에서 사계절 내내 푸른 사철나무나 쥐똥나무 같은 차폐용 상록 관목을 둘러심는다면 기기 가림 효과는 물론, 도심 미세먼지 저감과 생태적 연결성까지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며 “시설 디자인과 띠녹지형 식재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공공디자인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제언했다.

단순 차폐를 넘어 공간의 품격을 높인 용산구의 ‘도시의 비밀상자’가 시각적 정돈을 넘어 도심 생태계와 공존하는 녹색 인프라로 한 단계 더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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