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조합 독점' 깨진 산림사업 현장… 경쟁체제 안착 속 ‘품질·안전’ 과제도 부상

이정윤 발행일 2026-10-21 07:34:22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산림청이 관행적인 수의계약 구조를 깨고 경쟁입찰을 대폭 확대한 결과, 수십 년간 굳어졌던 산림조합의 독과점 구도가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민간 산림법인의 공공사업 진입 장벽이 낮아지며 시장 활성화와 투명성 제고라는 결실을 거두고 있으나, 현장 산림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단순 가격 경쟁에 따른 시공 품질 저하와 안전 관리 공백을 방지할 정교한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수주 구조 변화 추이

산림조합 수주 비중 급감… 민간 법인 참여 대폭 확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의 경쟁계약 비율은 2024년 16.6%에서 2025년 37.5%, 올해 8월 기준 58.9%까지 가파르게 치솟았다. 이는 산림청이 설정했던 올해 목표치(52%)를 조기 초과 달성한 수치다.


이러한 정책 드라이브로 산림조합 중심의 수주 쏠림 현상은 뚜렷하게 완화됐다. 과거 5개년(2020~2024년) 평균 91.0%에 달했던 산림청 발주 임도사업 내 산림조합 준공 금액 비중은 올해 6월 말 기준 58.7%로 30%포인트 이상 급감했다. 사방사업 역시 2024년 84.2%에서 올 6월 말 64.7%로 하향 안정화됐으며, 숲가꾸기 사업의 경우 조합 수주 비중이 0%를 기록하며 완전한 민간 경쟁 구도로 돌아섰다.

파급 효과는 지방자치단체 발주 사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 발주 임도사업의 조합 수주 비중은 2024년 84.1%에서 올해 상반기 71.6%로, 사방사업은 59.3%에서 53.0%로 각각 낮아졌다. 이에 따라 임도사업 참여 민간 법인 수는 전년 대비 산림청 발주 27.6%, 지자체 발주 21.4% 늘어나는 등 신규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공정경쟁 환영” vs “지형 특수성·재해대응력 유지해야”

현장 산림법인 관계자들은 이 같은 구조 개편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한 민간 산림법인 대표는 “그동안 산림조합에 편중된 수의계약 탓에 기술력과 면허를 갖추고도 지역 입찰에 참여조차 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경쟁입찰 확대로 건전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고 사업 다변화의 기회가 열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급격한 경쟁체제 전환에 따른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산악 지형이라는 특수성과 여름철 산사태 등 긴급 재해 복구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사방·임도 사업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산림조합 관계자는 “조합은 단순 시공사가 아니라 산림재해 발생 시 긴급 복구 장비와 인력을 즉각 투입하는 공적 기능도 함께 수행해 왔다”며 “단순 가격 경쟁이나 저가 수주로 흐를 경우 험지 시공 품질이 떨어지거나 긴급 복구 동원 체계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제도적 안착의 열쇠... ‘적격심사 기준’과 ‘안전·품질 비용’

산림청 역시 이러한 시장의 양면적 반응을 고려해 제도적 보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림청은 기관평가 지표에 경쟁계약 비율을 반영하고 ‘산림사업 실행체계 혁신 TF’를 운영하는 한편, 저가 출혈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 실적계수 강화와 안전·품질 비용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적격심사 세부기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송옥주 의원은 “오랜 기간 누적된 수주 쏠림 현상이 개선된 것은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차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도 “경쟁 촉진에 그치지 않고 현장 시공 품질과 재해 대응 역량이 훼손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식 산림청장은 국정감사에서 “경쟁계약 확대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동시에 산림사업의 현장 특수성을 반영한 안전 관리 및 시공 품질 확보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개방의 성과를 넘어 공공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질적 관리가 향후 산림행정의 핵심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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