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해외 운용사에 막대한 운용수수료를 지급하면서도 국내 운용사에는 극히 일부만 배분하고 있어, 한국투자공사의 설립 취지와 실제 운용 정책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안도걸 의원(사진)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투자공사가 국내 자산운용사에 위탁한 자산은 13억 달러로 전체 위탁운용 자산의 1.5%에 불과했다.
반면 나머지 98% 이상은 해외 운용사에 집중됐다. 국내 운용사들이 글로벌 투자 경험을 쌓고 해외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할 기회가 사실상 제한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해외 대체투자 분야다. 부동산과 인프라, 사모펀드 등 전문성과 투자 경험이 중요한 해외 대체투자에서 국내 운용사에 맡긴 사례는 단 1건에 그쳤다. 위탁 규모도 1억5천만 달러에 불과했다.
국내 운용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 투자 실적과 국제 금융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자금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조차 국내 운용사 활용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민간 운용사들의 해외 진출 확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운용수수료 지급 구조에서도 해외 운용사 편중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투자공사가 지난해 위탁운용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총 7억2천만 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국내 운용사에 지급된 수수료는 자산 유형별 위탁 비중을 기준으로 단순 추정할 경우 약 500만 달러로 전체의 0.7% 수준에 그쳤다.
이는 실제 수수료 지급 내역이 아닌 추정치지만, 위탁운용에 따른 경제적 혜택 역시 해외 운용사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는 한국투자공사가 단순히 투자수익만 추구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한국투자공사법은 공사의 설립 목적에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기여를 명시하고 있다. 국가 자산의 안정적인 운용과 수익률 제고는 물론,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국내 운용사 위탁 비중이 1.5%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법적 취지가 실제 운용 과정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물론 국부펀드 운용에서 투자수익률과 위험관리는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다. 해외 대형 운용사들이 축적한 투자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내 운용사의 역량을 평가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업체에 해외 운용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까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해외 운용사 의존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금융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도 한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안도걸 의원은 국내 자산운용업이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해외 자산운용 경험과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대체투자 경쟁력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 기관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한 실적이 부족하다는 점이 국내 운용사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안 의원은 한국투자공사의 국내 운용사 위탁 비중을 향후 5년 이내 최소 5%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성장 잠재력을 갖춘 신생·중소 운용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별도의 '루키 리그'를 도입하고, 국내 운용사에 대한 위탁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대형 운용사와 국내 운용사 간 공동 운용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한국투자공사가 해외 운용사를 선정할 때 국내 운용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공동 운용 및 투자자문에 참여시키는 업체에 평가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국내 운용사들이 글로벌 투자기법과 위험관리 체계를 익히고, 해외 투자 실적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한국투자공사가 보유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국내 운용인력 양성에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해외 위탁운용사와 계약을 체결할 때 국내 운용인력의 현지 파견과 교육, 투자정보 공유 및 운용 노하우 전수 등을 연계해 국내 금융 전문인력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일영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국내 자산운용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사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며 국내 운용사 위탁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위탁 확대 의지만으로는 현재의 해외 운용사 중심 구조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운용사 위탁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시행 일정, 운용사 선정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기존의 해외 운용사 의존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운용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위탁자산 규모를 늘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해외 투자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공동투자와 전문인력 교류 등 실질적인 지원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국가 자산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의 역할은 투자수익률 확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사의 법적 설립 목적에 국내 금융산업 발전이 포함돼 있는 만큼, 수익성과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국내 운용사의 참여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해외 운용사에 위탁자산의 98% 이상이 집중된 현실은 한국투자공사가 국내 금융산업 육성이라는 책무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되짚어보게 한다.
앞으로 한국투자공사가 국내 운용사 위탁 비중을 얼마나 확대하고, 해외 운용사와의 공동투자 및 전문인력 교류를 실제 제도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국부펀드가 벌어들이는 투자수익뿐 아니라 그 운용 과정에서 국내 금융산업에 어떤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도 함께 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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