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사고 사망자 1년 새 3배 폭증…‘블랙홀 예방 조명’ 전국 0.3% 그쳐 관리 소홀 비판

이정윤 발행일 2026-10-08 11:36:11
▲최근 5년간 고속도로 터널사고 현황

올해 고속도로 터널 내 교통사고 사망자가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급증한 가운데, 주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블랙홀 현상(터널 진입 시 순간적으로 시야가 차단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조명 시설 설치율은 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 당국이 위험 요인을 인지하고도 소극적 대처로 일관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동만 의원(국민의힘)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5년간 고속도로 터널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554건, 사망자는 48명에 달했다.

연도별 사고 건수는 2021년 109건, 2022년 96건, 2023년 94건, 2024년 140건, 2025년 115건으로 매년 100건 안팎을 꾸준히 웃돌았다.

특히 올해 인명 피해 증가세는 위험 수위를 넘겼다. 7월 기준 고속도로 터널 사고 사망자는 13명으로, 전년 동기(4명) 대비 3배 이상 폭증했다. 불과 7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전체 사망자 수(7명)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경찰청과 도로공사의 현장 점검 결과, 주된 사고 원인으로는 졸음운전 시간대의 주의력 저하와 함께 터널 진입 순간 내부가 캄캄하게 보이는 ‘블랙홀 현상’으로 인한 시인성 급감이 지목됐다.

터널 안팎의 급격한 조도 차이로 운전자가 일시적인 시각 마비 상태에 빠지면서 선행 차량이나 장애물을 식별하지 못해 추돌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러나 당국의 후속 조치는 사실상 손을 놓은 수준이다. 경찰청이 블랙홀 현상 완화를 위해 터널 입구부 ‘스팟조명’ 등 고조도 보강 시설 설치를 공식 요청했음에도,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터널 1,146곳 중 스팟조명이 설치된 곳은 고작 4곳(0.35%)에 불과했다.

위험 요인을 확인하고도 예산과 실행력 부족을 이유로 위험을 운전자 개인의 전방 주시 의무로만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구조적 안전장치 미비가 참사를 키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교통공학 전문가는 “밝은 야외에서 어두운 터널로 진입할 때 눈이 적응하는 명암 순응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수 초의 공백이 발생한다”며 “시속 100km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는 단 2초만 시야가 마비돼도 약 55m를 사실상 ‘눈을 감고 달리는’ 것과 같다. 입구부 완충 조명과 점진적 조도 제어 설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 안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청의 공식 권고가 있었음에도 1천 곳이 넘는 터널 중 4곳에만 조명을 둔 것은 관리 주체의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안전 불감증”이라며 “결국 관리 소홀이 낳은 인재(人災)적 성격이 짙다”고 꼬집었다.

정동만 의원은 “사고가 빈발하는 고속도로 터널의 위험 요인을 전면 재조사하고, 입구부 블랙홀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조명 보강 등 터널별 맞춤형 대책을 즉각 가동해야 한다”며 “형식적 관리를 넘어 실질적인 인명 피해 방지 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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