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뒤에 숨은 부실… 농협 유통계열사 만성 적자 부른 '5대 방만 경영'

이정윤 발행일 2026-10-08 11:30:07
▲농협하나로양재동
농협 유통계열사인 ㈜농협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이 해마다 수백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수렁에 빠진 배경에는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굳어진 ‘구조적 방만 경영’이 자리 잡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농협 특유의 온정주의와 비효율적인 조직 운영, 전문성 결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성적인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익성' 방패 삼은 도덕적 해이와 온정주의


일반 민간 유통기업은 2~3년 연속 적자가 누적되면 점포 매각이나 폐점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다. 반면 농협은 농가 판로 보장과 공익적 목적이라는 명분에 기대어 5년 연속 적자를 낸 양주·양산·신촌 등 부실 매장조차 과감히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적자가 누적되어도 모기업인 농협중앙회의 자금 수혈이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 탓에, 현장 경영진과 점포 책임자의 위기의식과 책임경영 의지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유통 조직 분리와 중복 투자에 따른 비효율

유통 조직의 비효율적 이원화도 실적 악화의 주원인이다. 수도권 중심의 ‘㈜농협유통’과 지방·통합물류 중심의 ‘㈜농협하나로유통’으로 쪼개져 운영되다 보니 상품 기획(MD), 물류센터, 전산망, 마케팅 인프라가 중복 투자되는 비효율이 고착화됐다.

유통 대기업들이 통합 소싱을 통해 바잉파워(구매 협상력)를 극대화하며 원가를 낮추는 사이, 농협은 계열사 간, 그리고 지역 단위농협과의 이해관계 조정 실패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했다.

고비용·저효율의 경직된 인사 및 노무 구조

일반 마트에 비해 높은 고연차 정규직 비중과 호봉제 중심의 경직된 급여 체계는 고스란히 막대한 고정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매출 하락 속에서도 인건비 부담은 계속 커지는 구조다. 게다가 매장별 실적 부진이나 적자 누적이 인사 평가나 성과 보상에 엄격하게 연동되지 않아, 생산성을 혁신하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현장 동기부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디지털 전환 실패와 오프라인 쏠림

쿠팡, 마켓컬리 등 e커머스가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을 장악하며 유통 지형을 흔드는 동안 농협의 대응은 더뎠다. ‘농협몰’ 등 자체 온라인 플랫폼 육성과 옴니채널 구축에 뒤처지면서 20~40대 핵심 소비층이 대거 이탈했다.

유통 패러다임이 비대면·온라인으로 이동했음에도 여전히 과거 대형 오프라인 매장 영업에만 안주해 고객 기반이 지속해서 축소되는 악순환을 자초했다.

전문성 결여된 낙하산 인사와 단기 보신주의

트렌드 변화를 선제적으로 읽고 강력한 개혁을 이끌 외부 유통 전문 경영인 대신, 농협중앙회 출신의 관료형 인사들이 계열사 요직을 독점해 온 관행도 화를 키웠다.

통상 1~2년 안팎의 짧은 임기로 인해 장기적인 물류 인프라 혁신이나 고통스러운 체질 개선보다는 '내 임기만 무사히 넘기자'는 식의 땜질 처방에 급급했다.

결국 농협 유통계열사가 만성 적자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익'이라는 허울 뒤에 가려진 비효율 점포 구조조정, 계열사 유통 통합, 전문 경영인 체제 확립 등 뼈를 깎는 경영 쇄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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