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1억 내고도 매일 갇힌다"… 경부선 질주하는 불안과 피로

이정윤 발행일 2026-10-08 11:30:31
매일 아침 경부고속도로 수원신갈 나들목을 지나 신갈분기점으로 향하는 길. 출근길 운전자들의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가 아니라 빨간 브레이크등의 거대한 바다다.

꼬리를 무는 정체 속에서 속도계 바늘은 멈춰 서고, 요금소를 통과하며 하이패스 단말기가 울린 '삑' 소리는 "고속도로에 진입했다"는 신호가 아니라 "오늘도 도로에 갇혔다"는 예고편에 가깝다.

운전자들이 매일 체감하는 이 숨 막히는 답답함과 불안이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적나라한 수치로 드러났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황희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은 무려 19억 1,937만 대에 달했다.

일평균 526만 대 수준으로, 2021년(465만 대)과 비교하면 5년 새 13%나 급증했다. 도로공사가 하루에 걷어 들이는 통행료 수입만 약 121억 원, 연간 4조 4,024억 원 규모다.
▲고속도로 교통량 및 통행료 수입

▲2025년 톨게이트 이용차량 상위 5곳

문제는 운전자들이 지불하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에 비해 도로 위의 안전과 소통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특정 노선과 상습 병목 구간으로의 쏠림 현상은 임계점을 넘어섰다.

가장 극심한 피로를 안기는 곳은 단연 '혈맥'이자 '병목'인 경부선이다. 지난해 경부선의 하루 평균 교통량은 약 149만 대로 압도적 1위였으며, 벌어들인 통행료만 전체의 4분의 1에 달하는 1조 372억 원을 기록했다.

실제 도로 위에서 운전자들이 겪는 병목은 수치 그대로다. '수원신갈신갈JC' 구간은 하루에만 22만 4,000여 대의 차량이 쏟아져 들어오며 전국 최악의 혼잡 구간으로 꼽혔다.

이어 남사진위안성JC(20만 3,000대), 서울신갈JC(19만 9,000대), 기흥수원신갈(19만 9,000대) 등 수도권 경부선 주요 진출입로는 사실상 하루 종일 '거대한 주차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25년 노선별 일평균 교통량 상위 10개 노선


더 심각한 것은 단순한 정체를 넘어선 '안전 위협'이다. 멈춰 섰다 달리기를 반복하는 도로에서 운전자들은 연쇄 추돌과 대형 사고의 공포를 일상처럼 마주한다.

최근 5년간 전국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가장 많이 난 상위 20개 구간 중 절반에 가까운 9곳이 모두 경부선에 몰려 있었다.

특히 경부선 상행 '청주IC목천IC' 구간에서는 5년간 64건의 사고가 터져 5명이 목숨을 잃었고, 북천안IC안성IC 상행(45건), 목천IC~청주IC 하행(43건) 등 충청·경기 남부 경계 구간은 운전자들 사이에서 '죽음의 덫'으로 불린다.
▲고속도로 사고다발 상위 20개 구간                          ※ 기준 : 2021~2025년

도로공사는 매년 수조 원의 흑자성 통행료를 챙겨가지만, 운전자들은 "통행료는 매일 칼같이 떼어가면서 정체 완화나 도로 안전 체감도는 제자리걸음"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고속(高速)'이라는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도로에서 통행료 감면은커녕, 사고 위험만 운전자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희 의원은 "고속도로 정책의 성패는 교통량과 사고가 몰리는 병목·위험 구간을 얼마나 정밀하게 관리하느냐에 달렸다"며 "수요와 위험도를 기준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원점에서 재정립하고, 도로 확장과 안전시설 개량이 실제 운전자가 체감하는 혼잡 완화와 사고 예방으로 이어지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차량은 매년 늘어나고 도로공사의 금고는 날로 두둑해지고 있다. 이제 도로공사와 교통 당국이 답할 차례다.

매일 도로 위에서 돈과 시간을 쏟아부으며 불안하게 운전대를 잡고 있는 수백만 운전자들에게 언제까지 "안전거리 확보와 서행 운전"만을 요구할 것인가. 집중 과밀 구간에 대한 정밀 입체화, 지능형 교통제어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함께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