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축산물 할인지원 ‘대형마트 쏠림’ 심각… 전통시장 소외·소비자 체감 양극화

이정윤 발행일 2026-10-01 11:03:22
이마트 1곳에 700억원 육박, 전체 중소형마트 합계 압도… ‘빈익빈 부익부’ 심화

[데일리환경= 안상석 기자]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내세워 막대한 세금을 투입 중인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사업이 이마트 등 특정 대형 유통기업에 편중되면서 유통 생태계 왜곡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대형마트는 계산대 자동 할인으로 수백억 원의 정부 지원금을 흡수하는 반면, 인프라가 취약한 전통시장은 지원에서 겉돌고 있어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올해 들어 이달까지 이마트 한 곳에만 698억원의 할인지원 사업비를 투입했다.

 

이는 지난해(212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이자, 농식품부 대형마트 예산(1744억원)의 40%에 달한다. 해수부 역시 이마트에 157억원을 지원했다.

 

반면 경영 위기를 겪던 홈플러스는 사업자 평가에서 탈락해 전액 배제됐고, 전국 47개 중소형마트 전체가 받은 지원액(574억원)마저 이마트 단일 기업 지원 규모에 미치지 못했다.

 

전통시장 “정부 지원은 그림의 떡… 시스템 없으면 손님 빼앗겨”

 

정부의 농축산물 할인지원은 판매 실적에 비례해 할인액을 유통업체에 사후 보전해 주는 구조다. 계산대 POS 시스템으로 자동 할인이 적용되는 대형마트와 달리, 전통시장은 참여 문턱부터 높고 운영 방식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복잡한 온누리상품권 환급 절차: 전통시장에서 할인을 받으려면 소비자가 별도 부스를 찾아가 영수증을 제시하고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받아야 하거나, 제로페이·농할상품권 등 별도 모바일 앱을 거쳐야 한다. 고령층 상인과 소비자가 다수인 전통시장 특성상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판매 실적 비례 구조의 한계: '많이 팔수록 지원금을 더 받는' 현행 정산 구조상, 대규모 물류 인프라와 자금력을 갖춘 대형마트로 예산이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골목상권 위축: 대형마트가 정부 지원금으로 20~40% 파격 할인을 진행하는 동안,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전통시장 상인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고 명절 대목마저 손님을 빼앗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접근성 따라 혜택 갈려… 장바구니 물가 부담 여전”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정책 체감도가 거주 지역이나 이용 채널에 따라 크게 갈린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유통 채널 선택권 제한: 인근에 대형마트나 대형 온라인몰이 없는 농어촌·원도심 소비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대규모 할인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물가 안정을 위한 공공 예산의 혜택이 특정 유통망 이용자에게만 집중되는 셈이다.

 

실질 물가 체감 미흡: 정부가 이달 들어 1인당 할인 한도(2만원)까지 폐지하면서 대형마트 쏠림은 한층 심화됐지만, 소비자들은 "정부가 할인해 주는 특정 품목 몇 개를 사러 대형마트에 가지 않는 한 평소 장보기 물가 부담은 낮아지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기업 직접 지원 대신 ‘소비자 바우처·생산자 직지원’으로 전환해야”

 

온라인 쇼핑몰 분야 역시 상위 4개사(카카오·네이버·오아시스·배달의민족)가 전체 지원액의 80%를 독점하고 있으며, 친환경매장이나 로컬푸드직매장 같은 공익형 매장 지원은 뒤처진 실정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결과적으로 대형 유통기업의 독과점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송옥주 의원은 “농산물 할인지원사업이 유통 대기업에 편중되면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위축시키고 유통산업의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고 있다”며 “유통기업에 직접 지원금을 몰아주는 현행 방식을 탈피해, 생산자에게 출하 차액을 직접 보전하거나 모든 소비자가 전통시장 등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바우처·쿠폰 방식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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