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위해 산림청과 지자체가 200억 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해 구축한 것이 바로 ‘산불방지 ICT 플랫폼’이다. 인공지능(AI) 딥러닝과 고화질 CCTV를 결합해 전국 산림을 실시간 감시하겠다는 야심 찬 구상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실상은 참담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강승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플랫폼이 감지한 20만 건의 화재 징후 중 70%에 달하는 13만 8,000건이 오작동에 의한 ‘가짜 경보’였다. 경보 10건 중 7건이 빗나간 셈이다.
안개와 낮게 깔린 구름, 렌즈에 묻은 이물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심지어 햇빛의 난반사까지 산불로 인식해 현장 담당자들의 휴대전화로 비상 문자를 쏟아냈다. 경남(79%), 경기(75%), 강원(74%) 등 주요 산림 지대일수록 오탐지율은 더 치솟았다.
산림 방재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짜 경보의 일상화’가 단순한 예산 낭비를 넘어 치명적인 안보·안전 공백을 부른다고 입을 모은다.
한 산림방재 전문가는 “경보 시스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잦은 오경보로 인한 현장의 불감증”이라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구름이나 안개를 산불이라며 문자를 보내면, 일선 공무원과 진화 대원들은 피로감에 무뎌져 정작 진짜 산불이 발생했을 때 초동 대처 타이밍을 놓치는 ‘양치기 소년 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산악 지형의 기후 특성을 정밀하게 학습하지 못한 채 설익은 AI 알고리즘을 현장에 밀어붙인 결과라는 비판이다.
문제는 시스템의 눈 역할을 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총체적 부실 상태라는 점이다. 산림청은 전국 플랫폼에 1,654대의 CCTV가 연동돼 있다는 기본 수치만 쥐고 있을 뿐, 원거리 감시에 필수적인 광학 줌(PTZ) 카메라가 몇 대인지, 내용연수가 지나 제 기능을 못 하는 노후 장비가 얼마나 섞여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난맥상의 뿌리에는 기형적인 ‘깜깜이 쪼개기 계약’이 자리 잡고 있다. 산림청이 국비를 내려보내면 각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업체를 선정해 수의계약을 맺는 방식을 취하다 보니, 지자체마다 카메라 사양과 화소, 전송 방식이 제각각이다.
솔루션 업체마다 AI 학습 데이터와 분석 체계가 달라 전국 단위의 통합 관제는커녕 데이터 축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제가 터져도 지자체, CCTV 제조사, 소프트웨어 개발사 간에 책임 떠넘기기만 가능한 구조다.
강승규 의원은 “수백억 원을 들여 전국에 구축한 감시망의 오류율이 70%에 달한다면 정책 도입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 것”이라며 “전국 장비와 소프트웨어 성능을 전면 재조사하고 표준화된 고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술은 현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산림청이 지금처럼 지자체 뒤에 숨어 부실 장비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다면, 200억 원짜리 첨단 플랫폼은 산불을 막는 방패가 아니라 혈세를 먹는 ‘구름 탐지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전국 감시 장비에 대한 일제 전수조사와 단일화된 AI 표준 성능 검증 체계 도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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