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현의 IT 칼럼] 할머니 폰에 깔린 앱 30개의 정체

최우현 칼럼니스트 발행일 2026-09-16 11:04:13
▲ 최우현 ProveLabs 대표(서울대 객원교수)


추석에 고향 가면 다들 하는 일이 있다. 부모님 폰 봐드리기. "이거 왜 자꾸 광고가 떠." "글씨가 작아졌어." "누가 자꾸 문자를 보내." 그러다 홈 화면을 넘겨보면 정체 모를 앱이 서른 개쯤 나온다. 누가 깔았는지 본인도 모른다. 대리점 직원이, 손주가, 광고 배너가, 그리고 어쩌면 사기범이. 보안 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건 명절 소일거리가 아니라 실전 점검이다. 10분이면 되니 순서대로 해보시라.

첫째, 모르는 앱은 지운다. 이름이 영어거나, 아이콘이 어디서 본 듯한데 뭔지 모르겠거나, 설치 시점이 최근이면 지운다. 걱정할 것 없다. 필요한 앱은 지워도 다시 깔면 되지만, 나쁜 앱은 남아 있으면 계속 나쁘다.


둘째, 원격제어 앱을 찾는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휴대폰 점검해드리겠다"며 깔게 하는 게 이 앱이고, 한번 깔리면 그때부터 폰 화면은 상대방 것이다. 은행 앱도, 인증 문자도. 본인이 왜 깔았는지 설명 못 하는 원격제어 앱이 있으면 지우고, 최근 그런 전화를 받은 적 없는지 꼭 물어보시라. 그 대화가 이번 명절에 나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화일 수 있다.

셋째, 설정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앱 설치 허용'을 끈다. 문자 링크로 가짜 앱을 깔게 만드는 스미싱은 이 문이 열려 있어야 성립한다. 닫아두면 사기범이 보낸 링크를 눌러도 설치 자체가 안 된다. 한 번 끄면 끝나는 설정인데, 어르신 폰의 상당수가 열려 있다.

넷째, 자동결제를 확인한다. 구독한 기억이 없는 서비스에 매달 몇천 원씩 빠져나가는 경우가 흔하다. 앱 마켓의 구독 관리와 통신사 앱의 부가서비스 항목을 보면 된다. 부모님이 "이건 무료라고 했는데"라고 하시는 건 대개 첫 달만 무료다.

다섯째, 업데이트와 백업이다. 몇 년째 미뤄둔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눌러드리고, 사진을 클라우드나 손주 폰으로 백업해드린다. 폰을 잃어버리거나 사기당해서 초기화하게 됐을 때, 어르신에게 제일 큰 상실은 돈이 아니라 손주 사진이다.

마지막은 설정이 아니라 약속이다. "모르는 번호가 돈 얘기하면 일단 끊고 나한테 전화해." 이 한마디가 위의 다섯 가지를 합친 것보다 세다. 사기범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최신 보안 앱이 아니라, 피해자가 전화를 끊고 자식에게 확인하는 그 30초다. 앱 서른 개를 지우는 것도 좋지만, 그 30초를 만들어드리고 오시라.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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