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지키려 탄천에 부담 떠넘기나…주택공급 ‘지역 형평성’ 논란

이정윤 발행일 2026-09-14 22:20:02
탄천물재생센터·SETEC 일대 대체부지 거론…수서·일원·세곡 주민 부담 우려
용산공원을 지키기 위한 주택공급 대안으로 탄천물재생센터와 SETEC 일대가 거론되면서 서울시 주택정책의 ‘지역 형평성’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용산공원을 보존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대가를 이미 공공임대주택과 환경기초시설을 상당 부분 수용하고 있는 수서·일원·세곡 지역 주민들에게 다시 부담시키는 방식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유만희 부위원장(사진)은 제339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구상과 관련해 “특정 지역에 주택과 환경시설 부담이 거듭 집중돼서는 안 된다”며 계획 수립 초기부터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용산공원 일부를 공공주택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원은 단 1cm도 포기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고, 대안으로 약 39만㎡ 규모의 탄천물재생센터와 동부도로사업소, SETEC 일대를 주택공급 후보지로 제시한 바 있다.

문제는 대체부지로 거론되는 지역이 이미 서울시의 공공주택과 환경기초시설 정책을 상당 부분 감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구에는 현재 2만1,859세대의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돼 있으며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7번째로 많다. 특히 수서·일원·세곡동에는 강남구 전체 공공임대주택의 약 79%가 집중돼 있다.

탄천물재생센터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세곡동 일대에는 강남자원회수시설과 재활용선별장 등 환경기초시설도 자리하고 있다.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부지에 다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기존 물재생시설을 세곡동으로 이전할 경우, 결국 같은 권역 안에서 공공주택과 환경시설 부담을 다시 나눠 갖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유 부위원장의 주장이다.

건축전문가 “몇 가구 짓느냐보다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지가 먼저”

도시·건축적 관점에서도 탄천 일대를 단순히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가용부지’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축·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대규모 공공부지 개발에서는 공급 세대수뿐 아니라 교통 수용 능력, 업무·산업 기능, 학교와 생활SOC, 공원·녹지, 기반시설 용량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탄천 일대는 수서역과 삼성동, SETEC을 연결하는 서울 동남권의 주요 축이라는 점에서 단순 주거단지보다 첨단산업과 연구개발(R&D), 업무·상업·주거·녹지를 결합한 복합개발 방식이 도시 경쟁력 측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주택공급 실적을 앞세워 고밀도 주거시설부터 배치할 경우 교통 혼잡과 기반시설 부족, 생활환경 악화 등의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개발 밀도와 주택 유형을 결정하기 전에 광역교통과 기반시설에 대한 객관적인 수용 능력 분석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유 부위원장이 ▲공공임대주택 비율 20% 이하 ▲첨단산업·연구개발시설과 주거가 어우러진 복합개발 ▲충분한 공원·녹지 확보를 제안한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다만 공공임대 비율을 20%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주택공급의 공공성과 지역 형평성을 함께 놓고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정 지역의 부담 집중을 완화하는 문제와 서울 전체의 공공임대 수요를 충족하는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전문가 “물재생센터는 옮기면 끝나는 시설 아니다”

환경 측면에서는 탄천물재생센터 이전 문제가 더욱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물재생센터는 도시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처리해 하천 수질과 시민 위생을 유지하는 필수 환경기초시설이다. 주택개발을 위해 기존 시설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문제는 단순한 토지 이용 변경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환경전문가 관점에서는 이전 후보지의 수질 영향과 악취 저감 가능성, 침수 및 홍수 대응, 에너지 사용, 처리수 활용, 시설의 지하화 가능성은 물론 주변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수용성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한 지역의 환경기초시설을 인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식은 도시 전체 차원의 환경 부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위치만 바꾸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시설 현대화와 지하화, 상부공간 활용 등 여러 대안을 놓고 환경성과 경제성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유 부위원장이 일원동 하수처리시설을 불과 4km가량 떨어진 세곡동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두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양재천 합수부에서 서울시계까지 약 5.5km, 폭 220m에 이르는 탄천 하부 공간을 활용해 물재생시설을 배치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다만 이 방안 역시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하천 기능과 치수 안전성, 공사비, 유지관리, 수질 및 생태계 영향 등에 대한 면밀한 기술적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용산의 녹지는 지키고, 다른 지역의 희생은 당연한가

용산공원을 보존해야 한다는 명분은 충분하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대규모 국가공원을 확보하는 것은 현 세대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도시환경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그러나 용산공원을 지키는 방법이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공공임대주택과 환경기초시설을 추가로 떠안기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도시계획에서 공공성은 특정 지역의 가치만 보존하는 것이 아니다. 공원도 공공자산이고 공공주택도 필요하며 물재생시설 역시 시민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기반시설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 시설에서 발생하는 편익과 부담을 서울 전체가 얼마나 공정하게 나누느냐다.

특히 수서·일원·세곡 주민들이 오랜 기간 공공임대주택과 환경기초시설을 받아들여 왔다면 새로운 개발계획을 세우기 전에 기존 지역의 누적된 부담부터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오세훈 시장은 앞선 시정질문에서 탄천물재생센터 부지 주택공급과 관련해 지역 정치권과 강남구청장 등과 협의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약속은 계획이 사실상 결정된 뒤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주택 규모와 유형, 임대주택 비율, 물재생센터 이전 여부, 산업·업무시설 배치, 공원·녹지 확보 등 사업의 뼈대를 만드는 단계부터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유 부위원장은 “‘단 1cm의 공원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원칙에 ‘단 한 곳의 지역에도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더해 달라”고 주문했다.

결국 탄천 개발 논란의 핵심은 ‘용산이냐 강남이냐’의 지역 대결이 아니다. 서울의 주택난을 해결하면서 녹지를 지키고, 필수 환경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도 특정 지역에 부담을 반복적으로 집중시키지 않는 도시계획을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다.

용산공원의 가치를 지키는 정책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그 대안 역시 공정해야 한다. 서울시가 탄천 일대를 실제 주택공급 후보지로 구체화한다면 공급 세대수부터 정할 것이 아니라 교통·환경·산업·주거·녹지와 주민 수용성을 함께 놓고 종합적인 도시계획부터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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