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소방헬기 17개월간 7차례 고장…부품만 교체하고 원인 규명은 '깜깜이'

안상석 발행일 2026-11-06 21:46:35
고장 원인·수리비·비가동 기간 불투명…긴급 구조 대응 공백 우려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서울시 소방헬기가 주요 부품의 반복적인 결함에도 고장 원인과 정비 이력조차 명확하게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긴급 구조 장비임에도 부품 교체 중심의 정비가 이뤄지면서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교체한 발전기가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파손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단순한 부품 불량인지, 기체의 구조적 문제나 정비 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인지에 대한 정밀한 원인 분석이 요구되고 있다.

서울특별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김병진 의원(더불어민주당, 강서6)은 지난 5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소방헬기 반복 결함과 정비·보증 관리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서울시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소방헬기 3호기는 2024년 5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약 17개월 동안 총 7건의 결함이 발생했다.

2024년 2건에 이어 2025년 9월까지 5건이 추가로 발생했으며, 결함 부위도 주회전날개와 보조동력장치(APU), 엔진 제어 컴퓨터 등 항공기 운항 안전과 관련된 주요 장비에 집중됐다.

이 가운데 4건은 엔진 제어 컴퓨터와 항법 수신기 등 전자장비 관련 결함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반복적인 결함에도 고장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제출한 정비자료에는 7건 모두 조치내용이 단순히 부품 '교환'으로 기재돼 있을 뿐, 구체적인 결함 원인과 수리 완료일, 후속 점검 결과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발전기 교체 11개월 만에 또 파손…정비 적정성 의문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APU 발전기의 반복적인 결함이다.

소방헬기 3호기는 2024년 8월 APU 발전기의 상태 불량으로 해당 부품을 교체했지만, 불과 11개월 뒤인 2025년 7월 회전축 파손으로 다시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장비에서 짧은 기간에 결함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최초 고장 당시 원인 분석과 정비가 충분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발전기 회전축 파손은 부품 자체의 제조상 결함뿐 아니라 연결 장치의 상태, 장착 과정, 운용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을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두 차례 결함 사이의 인과관계나 정비 부실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

김 의원은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원인을 규명하지 않은 채 교체만 반복한다면 같은 문제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전기 회전축 파손은 부품 자체의 결함인지, 연결 장치나 장착 상태의 문제인지까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기 정비에서 중요한 것은 고장 부품을 교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함 발생 원인을 분석해 동일하거나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특히 소방헬기는 일반 항공기와 달리 긴급 구조와 환자 이송 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운항해야 하는 만큼 기체의 신뢰성과 상시 출동 가능 여부가 중요하다.

헬기 고장으로 얼마나 멈췄나…비가동 기간·수리비도 불투명

반복 결함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소방헬기가 고장으로 실제 얼마나 오랫동안 운항하지 못했는지다.

헬기 한 대가 정비를 위해 장기간 비가동 상태에 놓일 경우 다른 헬기에 출동 부담이 집중되거나 긴급 구조 대응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제출된 자료에서는 결함별 비가동 기간과 수리비용, 부품 교체 소요기간 등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소방헬기의 보증관리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시는 비행시간에 따라 일정 비용을 지급하고 고장 부품을 교환받는 방식의 정비·보증관리 체계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계약에서는 부품 교환이 계약 조건에 맞게 이뤄졌는지, 추가 비용이 발생했는지, 부품 공급 지연에 따른 운항 차질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반복적으로 교체한 부품에 대해 제작사나 정비업체가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부담했는지, 서울시가 계약상 보증 권리를 적절하게 행사했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단순히 부품을 무상으로 교체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정비·보증 관리가 적정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실제 운항 중단 기간과 대체 출동체계 운영 여부까지 함께 확인해야 소방헬기 결함이 시민 안전에 미친 영향을 판단할 수 있다.

신규 소방헬기 도입도 논란…계약 후 제작 협의 두 차례

기존 소방헬기의 반복 결함에 이어 신규 헬기 도입 과정의 계약관리 적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는 2025년 4월 다목적 소방헬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2027년 7월 납품, 같은 해 9월 운용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 체결 이후인 2026년 2~3월과 5~7월 두 차례에 걸쳐 제작 과정에서 제안사항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이후 제작사와 기술적 사항을 협의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해당 협의가 당초 계약 사양의 변경이나 추가 비용 발생, 납품 일정 조정으로 이어졌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소방헬기는 제작과 검수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특수 장비인 만큼 계약 단계에서 주요 성능과 장비 구성, 납품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김 의원은 제작 과정에서 이뤄진 협의가 계약금액 증가나 납기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협의 내용과 계약 변경 여부, 제작 공정률, 지체상금 적용 조건 등을 확인할 것을 요구했다.

해외 검사·검수 절차의 적정성과 기존 헬기 교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출동 공백에 대한 대책도 점검 대상으로 제시했다.

신규 헬기가 예정된 시기에 도입되지 못할 경우 노후 장비의 운용 기간이 길어지거나 기존 헬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납기 관리 역시 중요한 과제다.

시민 생명 지키는 소방헬기…'고장 후 교체' 중심 관리에서 벗어나야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난 문제는 단순히 소방헬기 한 대의 결함 발생 건수에 그치지 않는다.

반복 결함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얼마나 철저히 분석했는지, 정비 결과가 체계적으로 기록·관리되고 있는지, 제작사와 정비업체에 계약상 책임을 적절히 물었는지 등 서울시의 항공안전 관리 역량이 핵심 쟁점이다.

다만 서울시가 제출한 자료에 구체적인 정비 이력이 빠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정비나 원인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비 원본 기록과 결함 분석보고서, 제작사 기술검토 자료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7건의 결함이 실제 비행 안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정비로 인한 운항 중단이 구조·구급 출동에 차질을 초래했는지도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김 의원은 "소방헬기는 고층건물 화재와 산악·수난 구조, 응급환자 이송 등 위급한 순간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핵심 장비"라며 "헬기 한 대의 비가동이 구조·구급 대응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고장 원인 규명부터 정비 이력과 제작사 보증 책임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신규 헬기 역시 도입 이후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제작 단계부터 주요 부품의 하자보증과 부품지원 조건, 납품 일정 등을 면밀히 검증할 것을 촉구했다.

결국 서울시가 밝혀야 할 것은 단순한 부품 교체 실적이 아니다.

반복 결함의 정확한 원인과 수리 과정, 헬기별 비가동 기간, 출동 공백 발생 여부, 보증계약에 따른 비용 부담과 제작사 책임 등을 구체적인 자료로 설명해야 한다.

소방헬기의 안전성은 고장 난 뒤 얼마나 빨리 부품을 교체했느냐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반복되는 결함을 사전에 예방하고, 언제든 긴급 출동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안전관리의 핵심이다.

서울시가 이번 지적을 계기로 소방헬기 정비 이력과 결함 분석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신규 헬기 도입 과정의 계약관리까지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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