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지에 갇힌 택시 7천 대… '요금 인상·보조금' 땜질처방이 부른 참사

안상석 발행일 2026-11-05 14:47:32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서울 시내 법인택시 10대 중 6대 이상이 도로가 아닌 차고지에 멈춰 서 있다. 가동률은 35.7%로 곤두박질쳤고, 면허 차량 약 2만 2,500대 중 31%에 달하는 7,000여 대가 휴업 상태다.

겉으로 보기엔 극심한 ‘택시난’이지만, 본질은 차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운전대를 잡을 사람’이 사라진 인력난이다.

지난 4일 열린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유기훈 시의원(사진)이 공개한 지표들은 서울시 법인택시 산업이 사실상 붕괴 직전에 다다랐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사 수는 2019년 대비 33%(약 1만 명) 급감했고, 남아있는 운전자의 78%는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청년·중장년층의 유입은 끊긴 채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안전사고 리스크만 커지는 악순환이다.

문제는 서울시의 정책 실기(失機)와 미온적 행정이다. 서울시는 지난 2023년 기본요금을 4,800원으로 올리고 심야 할증을 확대하며 기사 처우 개선과 수입 증대를 공언했다.

그러나 요금 인상 효과는 기사들의 실질 소득 개선으로 온전히 연결되지 못했고, 배달·플랫폼 업계 등으로 빠져나간 인력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신규 기사 월 20만 원, 장기근속자 월 5만 원 수준의 찔끔 보조금 역시 현장의 구조적 모순을 메우기엔 턱없이 가벼운 ‘언발에 오줌 누기’식 처방에 불과했다.

더 심각한 대목은 제도적 혼란과 행정의 무기력이다. 기사들의 생계 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된 '전액관리제'는 업계 전반에서 형해화됐다.

서울시 조사 대상 업체의 68.7%인 173곳이 제도를 위반했고, 이 중 129곳은 과태료 부과에 불복해 소송전으로 맞서고 있다. 법과 현장이 겉돌며 수년간 소송에 발이 묶여 있는 사이, 서울시는 법적 판단 뒤에 숨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지금의 법인택시 위기는 저임금, 불합리한 임금체계, 사문화된 규제가 맞물린 ‘구조적 실패’다. 요금 몇백 원 올리고 소액 보조금을 얹어주는 미봉책으로는 차고지에 방치된 7천 대의 택시를 도로 위로 끌어낼 수 없다.

서울시는 이제라도 전액관리제의 맹점을 직시하고, 현실을 반영한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법인택시 감차 및 개인택시 면허 전환 등 공급 구조 전반을 손질하는 근본적인 수술에 나서야 한다. 일하는 사람이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는 산업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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