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가판대 교체율 고작 9.9%…수백만 원 지원에도 외면받는 이유는?

이정윤 발행일 2026-11-05 14:17:48
1,118곳 중 111곳만 교체…개소당 최대 2,170만 원 전액 시비 지원에도 참여 저조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서울시가 도시미관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서울형 보도상 영업시설물 교체사업'이 저조한 실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시설물 교체비용을 전액 서울시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 교체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새 시설물로 교체하면 일부 운영자의 연간 대부료가 최대 67%까지 상승할 수 있어, 영세 상인의 경제적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김준성 의원(더불어민주당·노원6)은 지난 3일 열린 제340회 정례회 재난안전실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형 보도상 영업시설물 교체사업의 실효성과 정책 설계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서울시는 가로판매대와 구두수선대 등 보도상 영업시설물 1,118개소를 서울형 표준디자인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후 시설물을 정비하고 보행환경과 도시미관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재까지 교체가 완료된 시설물은 111개소로 전체의 9.9%에 불과하다. 나머지 1,007개소는 아직 교체되지 않은 상태다.

시설물 한 곳당 교체비용은 약 1,800만~2,170만 원으로, 서울시가 전액 부담한다. 운영자에게 직접적인 시설 교체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데도 사업 참여가 저조한 것이다.

문제는 시설 교체 이후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신규 시설물로 교체할 경우 일부 운영자의 연간 대부료가 기존보다 32~67% 증가할 수 있다. 금액으로는 연간 약 21만~34만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영세한 가판대나 구두수선대 운영자 입장에서는 시설을 무상으로 교체하더라도 매년 부담해야 하는 고정비가 늘어나는 구조다.

결국 서울시가 시설 교체비용을 지원하면서도 운영자가 실제 부담해야 할 비용 증가 문제는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시장 지시 한마디에 현장 소통이나 사전 수요, 경제적 영향 분석도 없이 상명하대식으로 밀어붙였다”며 서울시의 사업 추진 방식을 비판했다.

도시미관 개선이라는 정책 목표에 치중한 나머지 실제 시설을 사용하는 운영자의 경제적 여건과 참여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시미관 개선 넘어 환경적 효과도 따져봐야

이번 사업은 도시미관과 보행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환경적 측면에서도 점검할 부분이 적지 않다.

노후 시설물을 일괄 교체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시설물의 철거와 폐기물 발생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단순히 새 시설물로 교체한 실적뿐 아니라 기존 시설물의 재사용 가능성, 철거 폐기물의 재활용, 신규 시설물의 내구성과 유지관리 비용 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환경정책 관점에서 보면 사용 가능한 시설물을 조기에 철거하는 방식이 반드시 자원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기존 시설물의 상태와 잔여 사용 가능 기간을 평가한 뒤 보수·재사용과 전면 교체 가운데 환경적 부담이 적은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서울시가 1,118개 시설물 전체를 교체할 경우 개소당 교체비용을 단순 적용한 총사업비는 약 201억~243억 원에 달한다. 다만 이는 제시된 단가를 전체 시설물에 적용한 추산액으로, 서울시가 확정한 총사업비와는 구분해야 한다.

적지 않은 공공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시설물의 디자인 개선뿐 아니라 사용 수명, 유지관리 비용, 자원 재활용 등 환경적·경제적 효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경 전문가의 관점에서도 공공시설물 교체사업은 설치 단계의 성과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기존 시설물의 철거부터 신규 시설물 제작·설치, 운영,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비교해야 실질적인 개선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아울러 운영자의 경제적 부담으로 시설 교체가 지연된다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필요한 행정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환경성과 현장 수용성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2027년까지 교체 완료 가능할까…실행계획 재점검 필요

서울시는 2027년까지 노후 보도상 영업시설물 교체를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교체율이 9.9%에 그치고 있어 목표 달성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전체 1,118개소 가운데 1,007개소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운영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사업 지연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 의원은 신규 디자인으로 교체하더라도 대부료가 종전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관련 조례의 대부료 산정기준을 완화하는 개정안을 직접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에 대부료 부담 완화와 운영자 의견수렴을 반영한 구체적인 사업 이행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재난안전실은 대부료 경감 방안을 고려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부료 부담을 낮추는 것만으로 교체율이 개선될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시설물 교체에 따른 영업 중단 가능성이나 신규 시설물의 활용 편의성, 운영자의 실제 참여 의사 등도 함께 조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형 가판대 교체사업의 핵심은 단순히 낡은 시설물을 새 디자인으로 바꾸는 데 있지 않다. 도시환경 개선이라는 공공의 목적과 영세 운영자의 생계,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조화시키는 데 있다.

전액 시비 지원에도 교체율이 10%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은 현재의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시가 2027년까지 교체사업을 완료하려면 시설물 교체 실적을 높이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운영자의 부담을 줄이고, 환경적 효과와 예산 투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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