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조사 결과 발표 사흘 만에 장관이 직접 현장을 찾았다는 사실 자체가, 조사 발표와 실제 집행 사이의 간극이 작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농지 전수조사는 전국의 농지가 실제로 농업 목적대로 이용되고 있는지를 일괄 점검하는 사업이다. 무단 전용, 불법 태양광 설치, 무허가 형질변경, 장기 휴경 등을 적발해 원상복구와 처벌로 이어가는 것이 목표다.
앞서 농식품부는 전국 단위 조사 결과 상당수 지자체에서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고, 지역별로 추가 조사와 행정처분이 이어질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그런데 사흘 만에 경북지원을 찾아 ’정확한 현장 안내’를 재차 당부했다는 것은, 일선 조사 현장에서 기준 적용이 들쭉날쭉하거나 농민들의 민원이 집중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방문에서 장관은 조사 인력에게 위반 여부 판정 기준을 명확히 하고, 현장 농민들에게 조사 취지와 절차를 충분히 설명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전수조사가 단순한 단속 행정이 아니라 농지 보전이라는 정책 목표를 농업 현장과 공유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나온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지역에서 어떤 유형의 민원이 제기됐는지, 재조사나 판정 유보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는 이번 보도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농지 전수조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농지법 개정 이후 정부는 주기적으로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벌여왔지만, 매번 적발 건수는 쌓이는 반면 원상복구나 처벌로 이어지는 집행률은 낮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적발은 하되 후속 조치가 지연되거나, 지자체별로 판정 기준이 달라 농민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히 농촌 현장에서는 오랜 기간 묵묵히 농사를 지어온 고령 농민들이 서류상 기준 미달로 한순간에 위반 농지 소유자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조사 방식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에 장관이 조사 발표 직후 곧바로 현장을 찾은 것은 과거의 이런 패턴, 즉 ’조사-발표-방치’로 이어지던 흐름을 끊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전수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몇 달이 지나도록 후속 설명이나 이행 지원 없이 처분 통지서만 전달돼, 농민들이 행정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하면 조사 발표 사흘 만의 장관 현장 방문은 분명 속도감 있는 대응이다. 그러나 현장 안내를 강화한다고 해서 판정 기준의 일관성 문제나 처벌 집행률 문제가 곧바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위반 건에 대해 실제로 원상복구 명령이 몇 건이나 집행되는지, 그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는지에 있다. 과거 전수조사에서는 적발 건수만 대대적으로 발표되고, 이후 원상복구 이행률이나 처분 결과는 별도로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 되풀이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농지 전수조사가 반복되는 근본 배경에는 식량안보와 농지 보전에 대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있다. 농식품부는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농지의 타용도 전환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태양광 발전이나 창고·시설 용도로 농지가 빠르게 전용되는 흐름을 그대로 두면, 당장은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식량 생산 기반 자체가 줄어든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거시적 목표와, 조사 현장에서 개별 농가가 맞닥뜨리는 현실 사이에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예컨대 오래전부터 묵혀 둔 소규모 밭이나 경사지 농지가 조사 기준상 ’휴경’으로 분류돼 위반 통지를 받는 경우, 농가로서는 갑작스러운 행정처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례가 누적되면 조사의 공익적 목적과 무관하게 행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농지 전수조사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조사 기준을 사전에 공개하고, 지역별 판정 결과와 처분 이행률을 분기별로 공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현장 조사 인력에 대한 사전 교육과 민원 대응 매뉴얼을 표준화해, 지자체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문제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민 입장에서는 단속의 대상이 되기 전에 자신의 농지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는지 미리 알 권리가 있다는 점도 함께 짚어볼 대목이다.
특히 고령농이 많은 농촌 현실을 고려하면, 서류와 온라인 안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대면 설명회나 이동 상담창구 같은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본지는 확인한 바로는, 이번 경북지원 방문에서 장관이 강조한 내용 중 하나는 ’설명 없는 통지’를 지양하라는 것이었다. 즉 위반으로 판정된 농가에 처분 결과만 서면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조사 인력이 현장에서 직접 판정 근거를 설명하고 이의제기 절차를 안내하도록 하라는 취지다.
이 자체는 긍정적인 방향 전환이다. 다만 이런 방침이 경북 한 지역의 일회성 지침으로 끝날지, 전국 단위 표준 절차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편집메모: 이번 방침이 전국 농관원 지원으로 확대 적용되는지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이번 경북 방문에서 제기된 현장의 문제들이 다른 지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구조적 문제인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전수조사 결과에 따른 행정처분과 원상복구 명령의 실제 집행 현황을 농식품부가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셋째, 조사와 처벌 중심의 접근을 넘어, 농지를 보전하면서도 농가의 생계와 영농 현실을 함께 고려하는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
발표만 반복되고 집행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전수조사는 또 한 번 통계만 남기는 행정으로 끝날 수 있다. 본지는 이번 전수조사의 후속 집행 결과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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