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요구한 경마 현장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 해 네 번 다쳤다는 기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말을 다루는 일의 특성상 한 번 다치면 제대로 쉴 틈도 없이 다시 고삐를 잡아야 생계가 유지되는 구조"라고 털어놨다.
그는 "기수는 특수고용·개인사업자라 쉬면 곧바로 수입이 끊기고, 마필관리사 역시 조교사 눈치를 보느라 완치되지 않은 몸으로 주로에 복귀한다"며 "반복 사고가 개인의 부주의 때문이 아니라, 사고 원인도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현장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반면 관리 주체인 한국마사회 측 관계자의 항변은 뉘앙스가 달랐다. 마사회 관계자는 "마필관리사는 조교사나 조교사협회에 소속된 노동자이고, 기수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 신분"이라며 "현행법상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이들의 구체적인 병가 기간이나 장해 판정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마사회가 임의로 수집하거나 강제 관리할 법적 권한과 근거가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사업장 내 안전시설 점검과 기초 집계는 충실히 하고 있으나, 인사·노무 전반을 마사회가 통제하려 들면 자칫 원청의 부당 간섭이나 사용자성 시비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내부 핵심 관계자는 "외부에 알려진 것과 실제 현장 상황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며 "당시 구조적 여건상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이 특정 방향으로만 쏠리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크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원칙적으로는 비판받을 소지가 있음을 인정하지만, 내부적 조율 과정에서 겪었던 현실적 제약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묵인하는 공공기관의 비겁한 면피
하지만 "고용 형태가 달라 어쩔 수 없다"는 마사회의 논리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내팽개친 비겁한 면피에 불과하다.
경마는 한국마사회가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거대한 공공 사업이다. 화려한 전광판 뒤에서 경주마를 훈련시키고 목숨을 걸고 질주하는 기수와 마필관리사 없이는 단 하루도 굴러갈 수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마사회는 막대한 수익을 독점하면서,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신체적 위험과 사후 관리는 '간접 고용'과 '특수고용'이라는 법적 사각지대 뒤로 떠넘겨 왔다.
얼마나 다쳤는지 건수만 집계할 뿐, 이들이 며칠을 앓아누웠는지, 평생 지고 가야 할 장해를 입었는지조차 파악하지 않는 태도는 '기록을 위한 기록'이자 관리의 태만이다.
한 해 3~4차례씩 반복해서 다치는 비정상적인 사고 연쇄가 확인됐음에도 "원인을 모른다"는 것은, 공공 사업장 내 안전 체계가 완전히 붕괴했음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다.
신장식 의원이 지적했듯, 계약서의 형태가 다르다고 해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마저 쪼개질 수는 없다. 800여 건의 재해는 현장이 보내온 명백한 경고다.
마사회가 진정으로 경마 산업의 안전을 총괄하는 주체라면, 더 이상 법적 잣대 뒤에 숨어선 안 된다. 조교사·기수협회와의 협의를 통해 사고 발생부터 치료, 현장 복귀에 이르는 전 과정을 포괄하는 '통합 재해관리 체계'를 즉각 구축해야 한다.
책임을 외주화한 대가는 언제나 힘없는 노동자의 목숨과 건강으로 치러진다는 사실을 마사회는 잊지 말아야 한다.
구조적 변명 뒤에 숨은 '책임 회피'… 본질 직시해야
하지만 이러한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익명의 그늘 뒤에 숨은 내부 토로는 결국 '불가피성'을 앞세운 책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내부 자정 기능이나 선제적 대응이 전무했던 점은 명백한 관리 부실이자 직무유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 섞인 억울함 호소가 아니라, 환부를 드러내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내놓는 책임 있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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