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 많은 건설사 공개하고도 LH 공사 3조원 맡겼다…공공주택 입찰제도 실효성 도마

이정윤 발행일 2026-09-30 00:42:11
상위 20개사 중 16곳, 최근 5년여 LH 주택공사 42건 참여…계약지분 2조9,488억원
[데일리환경 =안상석 기자] 정부가 공동주택 하자 발생이 많은 건설사 명단을 공개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 업체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 건설공사에서는 별다른 제약 없이 수조 원대 계약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자다발 시공사의 LH 주택공사 수주 현황 (최근 5년간

하자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면서도 공공주택 사업자를 선정할 때는 하자판정 이력을 직접적인 감점 요인으로 적용하지 않는 현행 입찰제도를 놓고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부승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용인시병)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하자판정 건수가 많은 상위 20개 건설사 가운데 16곳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LH 주택건설공사 42건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가 확보한 계약지분액만 총 2조9,488억원에 달한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하자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건설사의 품질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반기마다 하자판정 건수가 많은 건설사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하자 다발 업체의 이름과 순위까지 공개하면서 정작 공공주택 수주 과정에서는 해당 이력이 별도의 감점이나 배제 기준으로 직접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민 세금과 공공재원이 투입되는 LH 공공주택에서도 하자 다발 업체들이 대규모 사업을 계속 수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행 입찰제도의 품질 검증 기능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음영·강조표기는 3기 신도시 사업에 해당하는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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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에서도 8,916억원…라인건설 4,818억원

하자판정 상위 업체들이 참여한 공사는 3기 신도시에서도 확인됐다.

인천계양·남양주왕숙·고양창릉·인천검단 등에서 모두 9건의 공사에 참여했으며 계약지분액은 8,916억원에 달했다.

업체별로 보면 라인건설의 수주 규모가 가장 컸다.

라인건설은 최근 5년간 LH 주택공사 4건에 참여해 총 4,818억원의 계약지분을 확보했다. 최근 6개월 기준 공동주택 하자판정은 56건으로 상위권에 포함됐다.

특히 라인건설이 시공한 일부 주택에서는 사전점검 과정에서 추락방지용 유리난간이 설치되지 않거나 오염물질이 방치되는 등의 문제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건설은 현재도 남양주왕숙 B-17BL과 충북혁신 B-9BL 등 LH 건설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공사 참여 건수로는 진흥기업과 일성건설이 각각 5건으로 가장 많았다. 계약지분액은 진흥기업 4,400억원, 일성건설 4,221억원이었다.

진흥기업은 최근 6개월 하자판정 35건, 일성건설은 14건으로 각각 하자판정 상위업체 명단에 포함됐다.

하자업체 명단 공개했는데…두 달 뒤 또 수천억원 공사

더 큰 문제는 정부가 하자판정 상위업체 명단을 공개한 이후에도 해당 업체들이 LH 공사를 추가로 수주했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하반기 하자판정 상위 20개 건설사에는 대우건설과 진흥기업이 포함됐다.

그러나 약 두 달 뒤 진흥기업은 ‘충남도청이전신도시 RH15BL 아파트 건설공사 3공구’에서 1,625억원의 계약지분을 확보했다.

대우건설 역시 ‘인천계양 A-10BL 아파트 건설공사 4공구’에서 819억원의 계약지분을 확보했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반기 하자판정 상위업체에 포함된 동부건설과 동원개발은 명단 공개 이후 각각 ‘인천계양 A-19BL 아파트 건설공사 7공구’에서 395억원, ‘안산신길2 A-1·3BL 아파트 건설공사 3공구’에서 266억원의 지분을 확보했다.
▲하자다발 시공사의 LH 주택공사 수주내역(세부)

정부가 한쪽에서는 하자 발생이 많은 업체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해당 업체들이 다시 대규모 공공주택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계 시각…“하자 건수만으로 입찰 제한하면 형평성 문제”

건설업계에서는 하자판정 건수를 공공공사 입찰의 직접적인 제재 기준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시공 물량과 주택 공급 규모가 큰 건설사는 절대적인 하자 신청이나 판정 건수 역시 많아질 수 있기 때문에 단순 건수만으로 업체의 전체 시공 품질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하자의 경중도 따져야 한다. 안전과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하자와 비교적 경미한 마감 불량을 동일한 한 건으로 평가해 입찰 불이익으로 연결할 경우 업체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입찰 과정에서 부실벌점과 품질미흡통보 등 공사 품질 관련 항목이 이미 반영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하자 이력을 추가로 반영하려면 단순한 하자 건수보다 시공 세대수 대비 하자율, 반복 하자 여부, 하자의 중대성, 보수 이행 속도 등을 함께 평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명단 공개만 하고 또 공사 맡기면 공개 이유가 무엇인가”

반면 공공주택을 실제 분양받거나 임대해 거주하는 소비자의 시각에서는 정부의 하자업체 명단 공개가 실제 품질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하자 발생이 많은 업체를 공개하는 목적이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과 건설사의 품질 개선에 있다면 반복적으로 하자판정을 받은 업체가 공공주택 사업을 다시 수주할 경우 보다 엄격한 품질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LH 공공주택은 민간사업과 달리 공공성이 강하다. 국민 세금과 공공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가격과 시공능력뿐 아니라 과거 하자 발생과 보수 이행 실적까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입주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업체 명단이 몇 위에 공개됐느냐가 아니라 실제 자신이 거주할 주택의 품질이 확보되느냐다.

하자 다발 업체 명단을 공개해 놓고 해당 업체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수백억·수천억원 규모의 공공주택 사업을 수주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부의 명단 공개가 어떤 실질적인 효과를 갖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LH “조달청이 입찰·평가”…조달청 “별도 불이익 규정 없어”

LH는 현재 공공주택 공사의 입찰과 평가 전반을 조달청이 담당하고 있어 현행 법령과 기준에 따라 계약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달청은 LH가 발급한 ‘품질미흡통지서’를 공공주택 공사 종합심사낙찰제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하자다발 업체로 공표됐다는 사실 자체를 이유로 별도의 불이익을 주는 규정은 현재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 조달청의 입장이다.

조달청은 부실벌점과 품질미흡통보업체 감점 등 유사한 공사품질 관리 항목이 이미 입찰 심사에 포함돼 있는 만큼 별도의 하자다발 업체 감점 기준을 추가하는 문제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결국 핵심은 현행 품질평가 제도가 실제로 반복적인 하자 발생 업체를 충분히 걸러내고 있느냐는 데 있다.

‘공개 따로·수주 따로’라면 제도 실효성 따져봐야

정부가 하자판정 상위 건설사를 공개하는 것 자체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건설사의 자발적인 품질 개선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로 국토부는 최근 5년 누계 세부 하자 건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주기적인 명단 공개가 사업주체의 품질관리 강화와 신속한 하자보수 등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명단 공개만으로 충분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하자판정 상위업체가 이후에도 공공주택 사업에서 수백억·수천억원 규모의 계약을 계속 확보하고 있다면 현재 적용되고 있는 부실벌점이나 품질미흡 감점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하자 건수만을 근거로 공공공사 참여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방식 역시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시공 물량과 하자의 경중, 반복 여부 등을 반영하지 않은 단순 순위는 업체의 전체 품질 수준을 정확히 보여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복적으로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업체와 신속하게 하자를 보수하고 품질을 개선한 업체를 구분할 수 있도록 입찰평가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승찬 의원은 “정부가 하자발생이 많았던 건설사라고 순위까지 공개해 놓고, 정작 수천억원대 공공주택 공사를 맡길 때는 아무런 불이익도 주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하자다발 업체가 아무 제약 없이 다시 공공주택을 수주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판정 이력을 PQ와 낙찰심사에 반영하고 반복 업체에는 실효성 있는 벌점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주택 품질은 준공 이후 하자를 고치는 것만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반복적인 하자 발생 이력을 사업자 선정 단계에서 어떻게 평가하고 관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정부가 국민에게 하자다발 업체의 이름을 공개했다면 그 다음 단계는 해당 정보가 공공주택의 품질 개선으로 실제 연결되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일이다. ‘명단 공개’와 ‘공사 수주’가 별개로 움직이는 현재 구조가 적절한지 조달청과 LH의 입찰·품질관리 제도 전반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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