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환경 = 안상석 기자]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관련 사회적 논의와 의견 수렴에 착수한 상황에서, 한국마사회의 축산발전기금 출연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저율관세할당물량(TRQ) 쌀 공급 조절 등 국내 농축산업 보호 제도가 CPTPP 협정 규정 위반 시비에 휘말려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장식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조국혁신당)이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CPTPP 국영기업 요건에 해당하는 공공기관이 없어 비상업적 지원 문제 등에 영향이 없다는 입장인 반면 국회입법조사처는 기존 회원국들의 통상 시비 가능성을 경고하며 상반된 진단을 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장식 의원은 ‘국영기업 등 국내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입장을 묻자, 지난 8월 13일 “농식품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 중 CPTPP 국영기업 요건 충족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판단되며, 별도 제도 정비는 불요하다”고 답변했다.
반면, 국회 입법조사처가 신장식 의원실에 제출한 입법조사회답에 따르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한국마사회’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대하여 CPTPP 기존 회원국들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원천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CPTPP의 경우 국영기업 챕터에서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의 비상업적 지원을 규율하고 있는데, 한국마사회가 경마 수익금의 일부를 ‘축산발전기금’ 등으로 적립하여 농가에 지원하거나 경주마·승용마 등의 육성 사업에 쓰는 것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국영무역 대행기관으로서 TRQ(저율관세할당물량) 쌀을 들여온 후 이를 일정 기간 ‘묵힌’ 뒤 시장에 풀거나 국제 시세(혹은 수입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국내 가공업체 등에 쌀을 공급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신장식 의원은 지난 8월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는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는데, 농민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작은 가능성도 살펴보고 대책을 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작은 가능성이 있는지를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후 9월 23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신장식 의원실에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공기업(마사회), 준정부기관(농어촌공사, aT)이 CPTPP 규범상 국영기업에 해당할 가능성은 낮다”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여 예외 조항 등 안전장치 적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마사회, aT, 농어촌공사는 정부의 소유·통제요건(이사회 과반수 임명)을 충족하나, 상업성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워 국영기업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편, 정부가 9월 28일 발표한 ‘CPTPP 가입 시 경제적 영향분석 경제성장 효과와 산업별 영향 잠정치’에 따르면, 협정 발효 후 15년간 농업 생산은 연평균 7,100억원, 임업 생산은 연평균 606억원, 수산업 생산은 연평균 817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2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제시했던 농림축산업 분야 생산 감소액(15년간 연평균 835억원~4,4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농림축산업계 전반에 걸친 피해 규모가 당초 예측보다 심각해진 셈이다.
신장식 의원은 “마사회의 축산발전기금 출연이 위축되거나 중단된다면 사료값 폭등과 축산물 가격 하락으로 이미 벼랑 끝에 선 축산농가가 직격타를 맞게 되고, aT의 TRQ쌀 공급 조절 기능이 묶이면 TRQ 의무 수입의 충격을 완화할 최소한의 농가 보호 장치마저 무력화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의원은 "농업이 또다시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정 주무부처로서 CPTPP가 우리 농업에 미칠 파장을 다각도로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어야 한다”며 “작은 가능성 하나라도 면밀히 따져 농민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빈틈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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