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둘레 2만2000㎞ 무인항해…남극해 탄소흡수 빈틈 메운다

유승철 발행일 2026-09-26 10:29:55
CSIRO 등 국제연구진, 5년간 무인 수상선 4대 운용…겨울철까지 연속 관측
남극해가 전 세계 해양 CO₂ 흡수의 40% 담당…관측값은 Global Carbon Budget에 반영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남극해의 이산화탄소(CO₂) 흡수량을 장기간 추적하기 위한 대규모 무인 관측이 시작됐다. 호주 국립과학기관 CSIRO는 이번 주 태즈메이니아 호바트에서 무인 수상선(USV) ‘Saildrone Explorer’ 첫 기체를 출항시켰다고 24일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5년 동안 남극을 둘러싼 바다를 반복 관측하며 해양이 대기 중 CO₂를 얼마나 흡수하는지 측정한다.
▲ 무인 수상선 ‘Saildrone Explorer’가 호주 호바트를 떠나 남극해로 향하고 있다. 이 무인선은 남극을 약 2만2000㎞ 항해하며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량 등을 관측한다. (출처 : CSIRO/AAPP·© Copyright CSIRO Australia, 2026)


이번 연구는 ‘COCO2(Constraining Ocean Carbon with Optimized Observing)’ 프로젝트의 하나다. CSIRO와 미국 해양대기청(NOAA), 컬럼비아대, 워싱턴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기관, Schmidt Sciences, Saildrone 등이 참여한다. 무인선은 바람과 태양광으로 움직이며 사람이 타기 어려운 남극해의 거친 해역에서 수개월 동안 실시간 자료를 보낸다.

CSIRO에 따르면 무인선은 한 차례 배치 때 약 2만2000㎞를 이동할 예정이다. 첫 기체에 이어 약 3개월 간격으로 추가 기체를 투입해 모두 4대를 운용한다. 각 기체가 남극 일주를 마치고 호바트로 돌아오면 센서를 교체한 뒤 다시 출항시키는 방식으로 5년간 관측을 이어간다. NOAA가 공개한 첫 기체 ‘SD1092’ 자료에서도 9월 22일부터 남극해 항해 관측이 시작된 사실이 확인된다.


측정 대상은 대기와 바다를 함께 아우른다. 풍속·풍향, 기압, 습도, 기온과 대기 중 CO₂를 측정하고 바닷물에서는 수온, 염분, 용존산소와 CO₂ 농도를 기록한다. 연구진은 미리 정한 항로만 반복하는 대신 관측 결과와 모델 분석에 따라 필요한 해역으로 항로를 조정할 계획이다.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머신러닝과 모델링을 활용해 관측 공백이 큰 지역을 찾아 측정 위치를 정하는 데 참여한다.

남극해를 장기간 관측하는 이유는 이 해역이 세계 탄소순환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실제 측정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CSIRO는 전 세계 해양이 흡수하는 CO₂ 가운데 남극해가 약 40%를 담당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강풍과 높은 파도, 유빙, 육지와의 먼 거리 때문에 연구선 관측이 크게 줄어 탄소 흡수량 추정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해양 탄소흡수량 자체도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Global Carbon Budget 2025는 최근 10년간 해양이 인간 활동에서 나온 전체 CO₂의 약 29%를 흡수한 것으로 평가했다. 같은 분석에서는 기후변화와 자연 변동의 영향으로 2015~2024년 해양의 CO₂ 흡수 능력이 이런 영향이 없었을 경우보다 평균 약 7% 낮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남극해에서 계절별 실측 자료를 늘리는 것은 이러한 해양 탄소흡수량의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계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인선 활용은 기존 연구선의 역할을 대체하기보다 관측이 끊기는 시간과 공간을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Saildrone Explorer는 이미 2019년 196일 동안 남극을 일주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한 대의 항해 실험을 넘어 여러 기체를 5년간 반복 투입하고, 특히 관측이 드문 겨울철 자료까지 확보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수집한 자료는 매년 세계 탄소 배출원과 흡수원을 집계하는 ‘Global Carbon Budget’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올해 자료는 11월 발표 예정인 2026년 탄소예산 작업과 연결된다. 남극해가 실제로 계절과 해역에 따라 얼마만큼의 CO₂를 흡수하고 방출하는지 관측망이 촘촘해지면, 세계 해양 탄소흡수량과 향후 기후변화에 따른 흡수 능력 변화를 추정하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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