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핵심 보안구역까지 ‘미인증 CCTV’…수사정보 유출 우려”

이정윤 발행일 2026-09-15 12:22:32
보안 미인증 CCTV 1,359대 중 중국산 385대…약 28%
[데일리환경= 안상석 기자] 경찰이 보유한 CCTV 가운데 보안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 1,300대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중국산 CCTV가 진술영상녹화실과 통합증거물보관실 등 민감한 수사정보를 취급하는 공간에도 설치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 내부 영상보안 체계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명구 의원(구미시을)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 보유 CCTV 가운데 TTA 보안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은 총 1,359대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국산 제품은 385대로 전체 미인증 CCTV의 약 28%를 차지했다. 단순 계산하면 미인증 CCTV 10대 가운데 약 3대가 중국산인 셈이다.


특히 중국산 CCTV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하이크비전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크비전은 국가안보와 정보보호 문제 등을 이유로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사용 제한 조치가 이뤄진 바 있는 업체다.

 국내에서도 CCTV 영상 보안 문제가 사회적 논란으로 번진 사례가 있다. 2023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치료실과 탈의실 등을 촬영한 CCTV 영상이 외부로 유출돼 온라인에 유포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당시 설치된 장비 역시 하이크비전 제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정 제조사의 제품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보안 사고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사안에서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찰이 운용하는 CCTV 가운데 상당수가 보안인증을 받지 않았고, 일부 장비가 민감한 수사시설에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경찰의 CCTV는 일반적인 방범용 장비와 성격이 다르다. 진술영상녹화실에서는 사건 관계인의 진술과 수사 과정이 기록될 수 있고, 통합증거물보관실은 형사사건의 증거물을 관리하는 공간이다. 이들 시설의 영상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장비가 침해될 경우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수사의 신뢰성과 증거물 관리체계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보보안 전문가들은 CCTV 보안 문제를 제조국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보안인증 여부와 펌웨어 업데이트, 관리자 계정 관리, 외부망 접속 차단, 네트워크 분리, 영상 저장장치 접근권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경찰과 같은 국가기관의 민감시설에서는 장비 도입 단계에서 보안성을 검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영 과정에서도 취약점이 발견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인터넷 연결이 불필요한 CCTV는 외부망과 분리하고, 초기 비밀번호 변경과 관리자 접근기록 관리, 최신 보안패치 적용 여부 등을 상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명구 의원은 “경찰의 수사자료와 증거물이 유출될 경우 치안에 심각한 타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CCTV 등 민감한 장비에 대한 철저한 보안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문제를 단순히 ‘중국산 CCTV가 많다’는 논란으로 접근해서는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장비의 제조국도 공급망 보안 차원에서 살펴볼 요소지만, 경찰이 먼저 답해야 할 문제는 왜 보안인증을 받지 않은 CCTV 1,359대가 운용되고 있으며, 그중 일부가 민감한 수사시설에까지 설치됐느냐​는 것이다.

특히 진술영상녹화실이나 증거물보관실은 영상 한 장, 출입기록 하나도 수사 보안과 직결될 수 있는 장소다. 이런 공간에 설치되는 장비라면 일반 관공서나 공공장소보다 높은 수준의 보안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타당하다.

경찰은 현재 운용 중인 미인증 CCTV의 제조사와 모델, 설치 위치, 인터넷·내부망 연결 여부, 펌웨어 버전과 취약점, 영상 저장 방식 등을 전수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민감시설에 설치된 장비는 위험도를 별도로 평가해 필요하다면 보안인증 제품으로 우선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CCTV는 이제 단순히 영상을 촬영하는 카메라가 아니라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정보통신 장비다. 경찰 내부의 영상이 외부로 빠져나간 뒤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늦다. 수사기관의 보안은 사고 이후의 수습보다 사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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