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위상, 용산기지 인근 지하수서 벤젠 기준치 335배…주택공급보다 ‘오염 정화’가 먼저

이정윤 발행일 2026-09-13 16:44:53
기지 내부 자료 공개·토양 및 지하수 통합조사 필요성도 제기
[데일리환경= 안상석기자] 정부가 주택공급 후보지로 검토해 온 용산 미군기지 인근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의 최대 335배를 넘는 수준으로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같은
 
관측정에서 기준치의 1,234배를 넘는 벤젠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용산기지 개발에 앞서 오염 실태 파악과 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용산기지 주변에서는 2000년대부터 오염 조사와 정화 작업이 이어져 왔음에도 최근까지 고농도의 벤젠이 확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개발 일정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건강과 직결된 환경안전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의원(사진)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용산 미군기지 주변 유해물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4월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주변 지하수 조사 지점 8곳에서 벤젠이 검출됐다.

이 가운데 한 관측정에서는 벤젠이 5.033mg/L 검출돼 지하수 수질기준(생활용수) 0.015mg/L의 약 335배에 달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지난해 조사 결과다. 지난해 11월 같은 관측정에서는 벤젠 농도가 18.515mg/L까지 올라 기준치의 약 1,234배를 기록했다.

벤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는 물질인 ‘그룹 1’로 분류하고 있는 물질이다.

조사 대상인 톨루엔과 에틸벤젠, 크실렌 등도 일부 지점에서 검출됐지만 기준치를 초과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넘게 이어진 오염 논란…왜 아직 고농도 벤젠 나오나

이번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단순히 ‘335배’라는 숫자만이 아니다. 지난해 같은 관측정에서 1,234배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 벤젠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오염농도가 지난해보다 낮아졌다고 해서 해당 지역의 오염 문제가 해결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하수 오염은 지하수의 흐름과 강우량, 계절, 오염원의 위치 등에 따라 측정 지점별 농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시점의 농도 증감만으로 정화 성과를 평가하기보다 장기간의 농도 변화와 오염물질 이동 경로를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외부 관측정에서 고농도 벤젠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오염원이 어디에 있는지, 지하수를 따라 어느 범위까지 이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밀조사가 중요해졌다.

환경전문가 “주택 짓기 전 오염원과 확산경로 확인이 우선”

환경전문가들은 용산기지와 같은 대규모 오염 우려 지역을 주거지역으로 활용하려면 일반적인 개발사업보다 훨씬 엄격한 사전조사와 위해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환경·토양오염 전문가는 “벤젠이 기준치를 수백 배 초과해 반복적으로 검출됐다면 단순히 해당 관측정의 수치만 볼 것이 아니라 오염원의 위치와 지하수 흐름, 토양오염 정도, 주변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택은 시민들이 장기간 생활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개발 이후 문제가 발견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며 “정화가 완료됐다는 행정적 판단뿐 아니라 실제 주거환경에서 인체 위해성이 충분히 낮아졌는지를 확인하는 검증 절차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지 내부 오염 실태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변 측정 결과만으로 전체 오염 규모를 단정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기지 내부가 주변보다 더 심각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기지 내부와 경계부, 주변 지역을 연계한 토양·지하수 조사자료를 확보해 실제 오염범위를 과학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산공원 주택공급 논의…개발 가능 면적보다 ‘안전한 땅인가’ 먼저 따져야

녹사평역은 정부가 용산공원 내 주택공급 대상지로 검토해 온 장교숙소 등과 가까운 지역이다.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용산공원 가운데 녹지 기능이 훼손된 부지 등을 활용한 공공주택 공급 가능성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주택공급 논의에 앞서 해당 지역이 실제 주거용지로 사용해도 안전한 수준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

특히 토양과 지하수 오염은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토지를 굴착하거나 지하공간을 개발할 경우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정화 범위와 비용, 정화에 필요한 기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 물량과 개발 일정부터 제시할 경우 향후 사업비 증가나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위상 의원은 “용산기지 주변에서도 다량의 오염물질이 지속 검출되는 만큼 내부 오염은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택지나 공원을 조성하기에 앞서 오염물질 정화부터 확실히 처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의 질문은 ‘몇 가구 짓나’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도 안전한가’다

서울 도심 한복판의 대규모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적 필요성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주택공급의 시급성이 환경안전 검증보다 앞설 수는 없다.

지난해 기준치의 1,234배, 올해 335배라는 벤젠 검출 결과는 가볍게 넘길 숫자가 아니다. 더욱이 장기간 오염 문제가 제기돼 온 지역에서 최근까지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 벤젠이 확인됐다면 정부와 서울시는 개발계획에 앞서 오염의 원인과 범위, 정화 가능성을 시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공개된 주변 조사 결과만으로 용산기지 전체의 안전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확인되지 않은 내부 오염도를 추정해 위험을 과장해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정확한 자료다.

기지 내부와 외부의 토양·지하수 오염 현황을 최대한 공개하고, 오염원이 어디에 있는지, 지하수를 따라 어디까지 이동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얼마 동안 정화해야 하는지를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주택공급 정책도 이 결과 위에서 논의돼야 한다. 정화 기간과 비용을 제대로 산정하지 않은 채 공급 규모와 개발 일정부터 결정한다면 결국 사업 지연과 추가 비용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용산기지는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국가 공간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더욱 서두를 이유가 없다.

정부가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용산에 몇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 땅이 시민과 아이들이 수십 년 동안 살아도 안전한가’​다. 오염 정화와 안전성 검증 없이 주택공급 숫자부터 앞세운다면 용산 개발은 주거정책이 아니라 또 다른 환경 갈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함께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