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환경= 안상석기자]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회생·파산에 들어간 건설업체를 대신해 신용보증기금이 갚아준 돈이 최근 5년간 1,2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 고금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이 겹치면서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정책금융기관의 실제 손실 위험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부산 북구을)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회생 또는 파산한 건설사 가운데 신보가 대위변제한 업체는 총 342곳으로, 대위변제 금액은 1,210억76만원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 52건·152억9,800만원에서 2023년 55건·184억2,000만원, 2024년 84건·337억4,000만원, 2025년 97건·353억6,600만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54건, 182억1,700만원의 대위변제가 발생했다.
특히 2025년 대위변제 금액은 2022년과 비교해 약 2.3배로 늘었다. 단순히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채무불이행과 회생·파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가볍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분양 안 되고 공사비 오르고…중소업체는 버틸 여력 없어”
건설업계에서는 최근의 회생·파산 증가를 개별 기업의 경영 실패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자재와 인건비 등 공사비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 실적까지 악화되고, PF 금융비용과 자금조달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중소·중견 건설업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사업성을 검토해 착공한 현장도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올라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며 “여기에 미분양이나 입주 지연까지 겹치면 자금 회수가 늦어져 규모가 작은 건설사는 한두 개 현장의 문제만으로도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적인 금융지원으로 부실 업체를 계속 연명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정상적인 사업장까지 자금줄이 막히면서 흑자도산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며 “사업성이 있는 현장과 그렇지 않은 현장을 보다 정교하게 구분하는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보 대위변제 증가는 건설경기 부실의 ‘후행 경고등’
대위변제는 신보의 보증을 통해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기업이 채무를 갚지 못할 경우 신보가 대신 상환하는 제도다. 신보는 대위변제 이후 해당 기업 등에 구상권을 행사해 자금 회수에 나서지만 회생이나 파산 절차에 들어간 기업은 자산과 상환 능력이 제한돼 있어 회수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기자의 시각에서 주목할 부분은 1,210억원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증가 속도다.
2022년 153억원 수준이었던 대위변제액이 2024년 337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2025년에는 354억원에 육박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현장의 어려움이 ‘자금난→채무불이행→회생·파산→정책금융기관 대위변제’로 이어지는 흐름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건설·부동산 PF 부실이 장기화할 경우다. 금융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 만기를 연장하거나 추가 금융지원을 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기업의 부도를 막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사업성이 떨어지고 회생 가능성마저 낮은 사업장까지 계속 연명시킨다면 손실 발생 시점만 뒤로 미루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결국 민간 건설업체에서 시작된 부실이 금융회사와 보증기관을 거쳐 정책금융의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살릴 곳은 살리고 정리할 곳은 정리’…옥석 가리기 서둘러야
그렇다고 건설업체에 대한 금융지원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것 역시 해법이 되기 어렵다. 자금 조달이 일시적으로 막힌 정상 사업장까지 구조조정 대상으로 몰릴 경우 건설사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근로자, 수분양자까지 피해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은 단순한 ‘지원이냐 퇴출이냐’의 선택이 아니라 사업성과 회생 가능성을 기준으로 한 신속한 옥석 가리기다.
사업성이 충분하지만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는 필요한 자금을 공급해 정상화를 유도하고, 회생 가능성이 낮은 부실 사업장은 조기에 구조조정해 추가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정책금융의 방향을 보다 세밀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박성훈 의원은 “부실을 돈으로 틀어막는다고 부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신보의 대위변제와 정책금융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정부가 건설·PF 부실을 뒤로 미루는 ‘폭탄 돌리기’를 멈추고, 살릴 곳은 확실히 살리되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 사업장은 신속하게 정리하는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사 회생·파산에 따른 신보의 대위변제 1,210억원은 단순한 보증사고 통계를 넘어 장기간 누적된 건설경기 침체가 실제 금융 손실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부실을 무작정 연장하는 것도, 일률적으로 자금줄을 끊는 것도 위험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상 사업장에는 숨통을 틔워주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은 조기에 정리하는 정교한 구조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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