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에서는 기존 자전거의 기어 성능이 떨어져 이용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는 반면, 지하철역이나 업무지역 등 일부 대여소에는 특정 시간대에 자전거가 지나치게 몰리면서 보행 공간까지 침범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 이재식 시의원(양천1)은 제339회 임시회 서울시설공단 업무보고에서 따릉이의 언덕길 이용 불편과 특정 지역 자전거 집중 문제를 지적하고 성능 개선과 배치 효율화를 주문했다.
4만5천대 운영하는 따릉이…올해 예산 336억원
현재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하는 따릉이는 약 4만5천대로 서울 전역에 2,800여 곳의 대여소가 설치돼 있다.
2026년 따릉이 관련 예산은 336억원이다. 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회원 수는 529만명, 이용실적은 1,391만2천건에 달한다.
문제는 서울 전역에 동일한 형태의 자전거를 공급하는 현재 방식이 지역별 지형과 이용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민선 9기 ‘이동의 답답함을 풀어내는 서울교통 대전환’ 공약에 따라 기존 3단 기어 따릉이를 교체 시기에 맞춰 8단 기어 자전거로 개선하고 연간 4천대씩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3단 기어로는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을 주행하기 어렵다는 이용자 불편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재식 의원은 “언덕길이 많은 지역에서는 자전거의 기어 성능이 이용 편의성을 크게 좌우한다”며 “특히 고령자나 자전거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시민들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된 성능개선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영 서울시설공단 이사장도 “따릉이 이용자들의 불편사항 중 상당 부분이 자전거 성능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한다”며 기어 성능 개선 자전거 도입을 위한 예산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통전문가 “8단 도입만으로 이용률 개선 장담 어려워”
교통정책 측면에서는 단순히 기어 단수를 높이는 것만으로 따릉이 이용 활성화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자전거 이용은 자전거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경사도와 자전거도로 연결성, 대여소 접근성, 대중교통 환승 편의성, 계절과 날씨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교통전문가들은 특히 8단 따릉이를 서울 전역에 일률적으로 배치하기보다 언덕이 많고 고도차가 큰 지역의 이용 데이터를 분석해 우선 배치하는 방식이 비용 대비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한 교통전문가는 “기어 성능을 개선하면 언덕길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이용률 증가를 보장할 수는 없다”며 “지역별 경사도와 이동거리, 이용시간, 반납 패턴 등을 함께 분석해 성능이 개선된 자전거를 수요가 높은 지역에 우선 배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간 4천대씩 교체할 경우 기존 4만5천대 전체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어려운 만큼 어느 지역에 우선 투입할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도 필요하다.
출근 때는 없고 퇴근 때는 넘친다…‘쏠림 현상’도 숙제
따릉이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지역과 시간대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다.
지하철역과 업무지역, 주거지역 등에서는 출퇴근 시간대 이동 방향에 따라 특정 대여소의 자전거가 빠르게 소진되거나 반대로 수십 대가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자전거가 대여소의 수용 범위를 넘어 인도까지 차지할 경우 공공자전거 이용자의 편의 문제가 일반 보행자의 불편과 안전 문제로 바뀔 수 있다.
이재식 의원도 “한 장소에 자전거가 수십~수백 대씩 집중되는 현상은 단순한 보관 문제가 아니라 대중교통과의 연계나 지역별 이동 수요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시간대별·지역별 이용 데이터를 분석해 배치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울시설공단은 특정 지역에 자전거가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재배치 업무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람이 차량을 이용해 자전거를 계속 옮기는 방식만으로 쏠림 문제에 대응한다면 인력과 운송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축적된 이용 데이터를 활용해 어느 시간대에 어느 지역에서 자전거가 부족하거나 남을지를 사전에 예측하는 운영체계가 중요하다.
336억원 따릉이, 이제 ‘몇 대 있나’보다 ‘어떻게 운영하나’ 따져야
따릉이는 이제 서울시민에게 낯선 교통수단이 아니다. 4만5천대의 자전거와 2,800여 개 대여소, 500만명이 넘는 회원 규모를 고려하면 서울의 생활교통망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책의 평가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는 자전거를 몇 대 늘리고 대여소를 몇 곳 추가했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시민이 필요한 장소와 시간에 실제로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지, 투입되는 예산만큼 교통 편의성이 개선되고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8단 기어 도입 역시 마찬가지다. 성능이 좋은 새 자전거를 공급하는 것 자체가 정책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언덕길이 많은 지역의 이용률이 실제로 높아졌는지, 고령자를 포함한 이용자의 불편이 줄었는지, 추가 비용에 상응하는 효과가 있었는지를 데이터로 검증해야 한다.
특히 336억원이라는 연간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자전거 구매뿐 아니라 유지·보수와 재배치 등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릉이의 다음 단계는 단순한 ‘확대’가 아니라 ‘효율화’다. 8단 기어라는 하드웨어 개선에 머물지 않고 수요예측과 재배치, 대중교통 연계, 보행권 보호까지 함께 개선해야 서울의 공공자전거가 보다 실질적인 생활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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