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소상공인 지원 3편 "유통업", 창고의 숫자에 내일의 장사를 묻다

정진욱 발행일 2026-10-28 07:33:49
유통업의 재고 검토와 상품 설명 작성에 AI를 활용하는 법
[데일리환경=정진욱 기자] 상자 하나를 들여놓을 때마다 작은 유통업자의 마음에는 계산이 하나 더 놓인다. 잘 팔리면 다음 물건을 살 밑천이 되고, 오래 남으면 창고 한 칸과 자금이 함께 묶인다. 주문을 놓칠까 넉넉히 채워두고 싶다가도, 선반 깊숙이 남은 물건을 보면 손이 멈춘다. 재고에는 물건의 수량만큼이나 사장님의 고민이 쌓인다.

▲ 소규모 유통 창고의 재고·판매 자료로 발주 검토표를 작성하는 프롬프트 예시. 최종 발주에는 실제 재고와 거래 조건 확인이 필요하다.(출처=AI생성. 제작=데일리환경 정진욱 기자)

AI를 이 고민에 활용하려면 먼저 물건마다 같은 이름표를 붙여줘야 한다. 상품 코드와 옵션, 현재고, 판매 수량, 입고 예정량, 납기를 표로 정리하는 일이다. 같은 상품의 이름이 거래처와 판매 채널마다 다르면 중복 집계될 수 있다. AI에게 맡길 첫 업무를 ‘잘 팔릴 상품 예측’보다 ‘흩어진 상품 정보 정리’로 잡아도 좋다.

기초 자료가 모였다면 발주 검토표를 만들어볼 수 있다. “상품별 최근 28일 판매량, 현재고, 입고 예정량, 납기일수, 안전재고, 최소주문량으로 발주 검토표를 만들어줘. 일평균 판매량은 28일 판매량을 28로 나누고, 발주점은 일평균 판매량 곱하기 납기일수에 안전재고를 더해 계산해줘. 산식과 가정을 보여주고 품절일, 반품 자료가 없으면 한계를 표시해줘.”


이 계산은 수요와 납기가 비교적 일정하다고 가정한 기초 검토다. 예를 들어 28일 동안 56개가 팔렸다면 일평균은 2개다. 납기가 4일이고 안전재고가 6개라면 발주점은 14개가 된다. 이 숫자는 주문을 검토할 시점을 살피는 기준이며 주문 수량 자체는 아니다. 입고 예정 물량과 이미 접수한 미출고 주문, 다음 발주까지의 기간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

품절된 날에는 사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판매가 기록되지 않는다. 행사를 한 주의 판매량을 그대로 이어 계산하면 수요를 크게 잡을 수도 있다. 계절 상품이나 판매가 뜸한 품목은 짧은 기간의 평균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AI가 만든 표 옆에 품절 기간과 행사 여부를 적어두는 이유다. 최종 발주는 실제 재고와 자금, 거래처 조건을 아는 사람이 결정한다.

천천히 팔리는 물건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다. “판매가 느린 상품을 찾아 할인 외에 상품 설명 보완, 사진 재촬영, 묶음 구성의 검토안을 제안해줘. 자료로 확인되는 사실과 아이디어를 나눠줘”라고 요청해보자. 왜 팔리지 않는지 단정하는 대신 작은 수정안을 얻는 것이다. 묶음 상품을 만든다면 구성품 가격과 배송비, 포장비를 다시 계산해 남는 금액을 살펴야 한다.

온라인 판매에서는 상품 설명을 정돈하는 일도 중요하다. 사양표가 짧으면 AI가 빈칸을 그럴듯한 표현으로 채울 수 있다. 처음부터 사용할 사실의 범위를 분명하게 지정하자. “제공한 상품 정보만 사용해 상세 설명을 써줘. 상품은 텀블러, 용량은 500mL, 재질은 스테인리스, 색상은 아이보리다. 사용 장면과 확인된 특징, 관리 안내로 나눠줘. 보온 시간과 인증, 원산지는 자료가 없으니 만들지 말고 추가 확인 목록에 넣어줘.” 관리 방법도 제조사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면 초안에서 따로 표시하도록 하면 된다.

고객 문의는 상품 설명을 고치는 단서가 된다. 이름과 주소, 연락처를 지운 문의를 모아 자주 나오는 질문을 분류해보자. “크기, 구성품, 배송, 사용법으로 나누고 반복되는 질문에 맞춰 상세 페이지 보완안을 제안해줘. 실제로 제공하지 않은 배송일과 교환 조건은 확정하지 마”라고 부탁할 수 있다. 무엇을 더 써야 손님이 덜 망설이는지 살피는 과정이다.

▲ 확인된 상품 사양만으로 상세 설명을 작성하고 누락 정보를 별도로 표시하는 AI 활용 예시.(출처=AI생성. 제작=데일리환경 정진욱 기자)

판매·재고 시스템에 연결하지 않은 AI는 창고의 현재 수량을 저절로 알 수 없다. 자료의 기준 날짜를 적고, 파일이 갱신될 때마다 다시 검토해야 한다. 숫자 하나의 시차가 주문 한 건의 약속을 바꿀 수 있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유통의 끝에는 물건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정확한 설명을 읽고 골랐던 상품이 약속한 구성대로 도착하는 일, 그 평범한 경험이 다음 주문을 부른다. AI가 숫자를 정리하고 문장을 다듬는 동안 사장님은 선반 앞에서 실물을 살핀다. 화면의 기록과 손끝의 확인이 만나는 곳에서 내일의 장사가 조금 더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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