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릴 리 없는 껍데기, 장부만 맞췄다”…석유공사 하베스트 매각의 ‘대국민 사기극’

이정윤 발행일 2026-10-21 15:41:48
“팔수록 손해인데 장부가로 꿰맞췄다”…석유공사 하베스트 9천억 매각의 허상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 7조7천억 원을 쏟아붓고도 회수한 돈은 고작 1천억 원대. ‘단군 이래 최대의 자원외교 실패작’으로 불리는 캐나다 하베스트(Harvest) 매각 작업이 또다시 ‘부실한 장부 맞추기’ 논란에 휩싸였다.
▲김종민 의원

빚이 자산을 2조5천억 원이나 초과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한국석유공사가 내놓은 자구안의 90%가 이 하베스트 매각 대금(9649억 원)에 쏠려 있지만, 정작 이 목표액 자체가 객관적 시장가치 평가조차 거치지 않은 ‘희망 회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객관적 실사 없이 장부가로 적어내… 실무진도 당혹”

석유공사의 2026~2030년 재무구조 개선 목표액은 1조711억 원이다. 공사는 이 가운데 90%에 달하는 9649억 원을 2029년까지 하베스트 잔여 자산을 처분해 메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수치는 철저한 시장 실사를 거쳐 도출된 금액이 아니었다. 하베스트 매각 사정을 잘 아는 석유공사 내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참담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솔직히 말해 9600억 원이라는 숫자는 장부상 가치를 기계적으로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합니다. 전체 자산에 대해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의 가치평가를 제대로 거친 적이 없습니다. 정부에 자구책을 제출해야 하는 시한은 다가오는데 숫자는 맞춰야 하니, 결국 장부가액을 그대로 매각 목표치로 올린 셈입니다. 내부 실무진 사이에서도 ‘이 가격에 사갈 원매자가 대체 어디 있느냐’는 회의론이 팽배합니다.”

실제 석유공사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처분한 하베스트 자산 실적은 857억 원에 불과하다. 올해 일부 자산을 1889억 원에 매각하는 성과를 냈다지만, 남은 목표액 7760억 원은 지난 4년 매각 실적의 9배에 달한다.

더욱이 현지 자산의 상태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또 다른 공사 관계자는 자산의 ‘마이너스 가치’를 털어놨다.

“광구마다 편차가 크지만, 현지 규제와 노후화 탓에 광구를 폐쇄하고 원상복구(광해 방지)하는 비용이 더 큽니다. 실제로 2024년에 전통자산 20개를 평가해 봤더니 정리 비용이 자산가치보다 약 900억 원(8915만 캐나다달러)이나 더 많아 마이너스 평가가 나왔습니다.

돈을 받고 파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돈을 얹어줘야 팔 수 있는 껍데기 자산들이 섞여 있는데, 어떻게 장부가 그대로 팔리겠습니까.”

기자의 시각...부실 털어내기인가, 폭탄 돌리기인가

석유공사의 이번 자구책을 들여다보면 ‘재정 건전화’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구조적 기만이 드러난다.

첫째, ‘깨진 독에 물 붓기’의 악순환이다.

석유공사는 2009년 하베스트를 약 4조1676억 원에 사들인 이후, 올해 6월까지 무려 7조6964억 원을 투입했다. 심지어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매각을 위한 재무구조 정비’ 명목으로 2조9720억 원을 추가 투입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회수한 돈은 1116억 원(투입액 대비 1.5%)에 불과하다. 공사가 목표한 9649억 원을 다 받아낸다 해도 회수율은 들인 돈의 8분의 1(약 14%) 수준이다. 천문학적인 혈세를 퍼붓고도 건지는 것은 푼돈에 불과하다.

둘째, 목표 달성을 가정해도 ‘자본잠식’은 해소되지 않는다.

공사의 자체 재무전망에 따르면, 매각 완료 시점으로 잡은 2029년 공사의 자본잠식 규모는 전년 대비 오히려 9183억 원 커진다. 2030년에도 여전히 1조4천억 원대 자본잠식이 유지된다. 더욱이 공사는 2028년부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직면한다. 결국 하베스트를 목표대로 다 판다고 해도 파산을 막는 진통제조차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셋째, 통합 신설 공사로의 ‘부실 떠넘기기’ 위험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개혁을 통해 2027년 상반기까지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를 합친 ‘한국에너지자원공사’(가칭) 통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석유공사가 내놓은 하베스트 매각 완료 시점은 2029년이다.

통합 시점보다 2년이나 늦다. 장부가로 포장된 자산이 제값에 팔리지 않거나 매각이 지연될 경우, 그 부실 청구서와 22조 원에 달하는 부채는 고스란히 통합 공사와 에너지 시장 전체로 전가된다.

국회 산자중기위 소속 김종민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목표대로 팔아도 자본잠식이 해소되지 않는 계획을 어떻게 재정개선 대책으로 볼 수 있느냐”고 질타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지금 석유공사에 필요한 것은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해 장부상 숫자를 꿰맞춘 ‘희망 고문 자구안’이 아니다. 남은 자산의 잔존가치와 매몰비용을 시장 기준으로 냉정히 실사하고, 매각 실패 시 닥쳐올 디폴트와 이자 부담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플랜 B’를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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