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폐사마 54두에 접종비 지급… 식별자료 조작·서류 누락 비일비재
‘2분 만에 24km 이동’ 등 비상식적 일지 통과… 수의사 ‘셀프 수령’까지 방치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 한국마사회가 세금을 들여 운영하는 말 방역 사업에서 이미 도축되거나 안락사된 말에 접종비를 지급하는 등 총체적인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2분 만에 24km를 주파했다는 허위 진료 기록이 그대로 통과되는가 하면, 수의사 본인 소유 말에 지원금을 챙겨주는 이른바 ‘셀프 접종’까지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문금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위탁으로 집행되는 ‘말 백신 지원사업’ 전반에서 심각한 검증 마비 실태가 포착됐다.
해당 사업은 방역수의사가 개체를 확인한 뒤 백신을 투여하면 건당 1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2024년 기준 연간 18억 3,000만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그러나 현장 검증 시스템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문 의원실이 안락사 및 도축 처리된 말 1,124두를 전수 점검한 결과, 4.8%에 달하는 54두가 사망 이후 백신을 맞은 것으로 전산상 허위 기재돼 접종비가 집행됐다.
이 중 20두는 식별 엑셀 파일을 임의 조작한 건이었고, 13두는 개체 확인용 마이크로칩 점검 없이 소유자의 말만 듣고 작성된 증빙 누락 건이었다.
심지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허위 일지조차 마사회의 검증망을 손쉽게 통과했다. 수의사 A씨는 제출 건수의 68%(493건)에서 투여 시간이 연속 중복됐고 도축마 17두를 대상에 포함했으나 아무런 제재 없이 지원금을 타냈다.
수의사 B씨의 경우 24km 떨어진 장소를 단 2분 만에 이동해 접종했다는 비정상 기록이 전체의 27%에 달했음에도 정상 처리됐다.
규정 위반 사례도 무사통과였다. 현행 내부 규정상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수의사 본인 소유 말’에 대한 현장 확인 절차가 생략되면서, 수의사 B씨는 본인 소유 말 142건에 대해 3년간 142만 원의 보조금을 부당 수령했다.
마사회는 앞서 2023년 자체감사에서 식별 관리 미흡을 지적받고도 2024년 상반기까지 마이크로칩 확인 서류 등 핵심 증빙 없이 전산 입력만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경고조차 묵살한 채 ‘깜깜이 집행’을 이어온 셈이다.
문금주 의원은 “이번 사안의 본질은 부정수급 액수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국가 보조금 집행의 최소한의 기준조차 작동하지 않은 마사회의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에 있다”며 “마이크로칩 개체 확인 의무화, 도축·폐사 정보 자동 연계 시스템 구축, 이상 징후 자동 검증 로직 도입, 부정 수급자 영구 퇴출 등 총체적인 검증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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