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적에야 '뒷북' 불시조사…산림청, 4년간 방치하다 복구 차질 자초

이정윤 발행일 2026-09-20 17:42:18
[데일리환경= 안상석 기자[ 산불 복구 사업을 따낸 뒤 고의로 폐업하고 새 법인을 세워 재입찰에 참여하는 이른바 ‘메뚜기 산림법인’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주무 부처인 산림청의 안일한 관리·감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5년간 산림사업법인 신규등록, 폐업, 등록취소, 영업정지 현황(업종 기준, 단위 : 건)

산림청이 최근 대통령의 직접 지적을 받고서야 첫 불시 점검에 나서 대규모 불법 의심 업체를 적발했으나, 그간의 형식적 조사 관행과 늑장 대응이 결국 산불 복구 지연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예외 조항' 두고도 4년간 17건 적발…대통령 한마디에 900곳 무더기 적발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관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신규 등록된 산림사업법인 1,423곳 중 43.7%에 달하는 622곳이 문을 닫았다.


기존 산림청의 단속은 유명무실했다. 산림청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점검을 벌여왔으나, 현행 「산림자원법」에 따른 사전 통지(방문 7일 전) 절차를 기계적으로 고수했다. 법률에 ‘증거인멸 우려 시 사전 통지를 생략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명시돼 있음에도, 불시점검 카드를 사실상 봉인해 둔 셈이다. 그 결과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산림청이 적발한 자격증 대여 및 중복취업 사례는 고작 17건에 불과했다.

잠자던 행정은 최고위 권력자의 지적이 나온 뒤에야 움직였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메뚜기 법인’의 폐단을 지목하고 근본 대책을 주문하자, 산림청은 지난 5월 사상 처음으로 1,901개 법인을 대상으로 불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현장점검을 마친 1,412곳 중 무려 63.7%에 달하는 900여 곳에서 등록요건 미충족, 자격증 불법 대여, 중복취업 등의 위법 의심 정황이 포착됐다.

이 중 혐의가 구체적인 78개 업체와 기술자 165명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까지 진행 중이다. 제도를 집행할 권한을 쥐고도 수년간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복구 공백 우려 커지는데…산림청 "대체업체 난항 검토 중" 뒷짐

더 큰 문제는 무더기 행정처분으로 인한 ‘사업 올스톱’ 위기다.

현행 규정상 등록요건 미달이나 명의대여가 드러난 법인은 계약 해지와 영업정지 등 철퇴를 맞게 된다. 당장 대규모 산불 피해지 복구공사를 진행해야 할 현장에서 일손이 끊기는 사태가 가시화된 것이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처분 대상 업체의 계약이 해지될 경우 대체업체를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를 들며 "향후 추진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사전에 부실 업체를 걸러내지 못해 스스로 현장 공백을 자초해 놓고, 대책 마련조차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 "시스템 방치한 직무유기…행정 DB 연동·지자체 감독 일원화 시급"

산림 정책 및 학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부실 업체의 일탈'이 아닌 '정부 시스템의 구조적 태만'으로 규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자격증 불법 대여와 유령 페이퍼컴퍼니 난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고용노동부의 4대 보험 전산망이나 기술인협회의 경력관리 데이터만 정기적으로 교차 검증했어도 현장 방문 이전에 80% 이상 걸러낼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단순한 인력 핑계를 대며 행정 데이터 연계를 미뤄온 것은 명백한 행정 편의주의이자 직무유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산림기술사협회 관계자 역시 "부실·무자격 법인이 난립하면 정상적으로 기술자를 채용하고 규정을 지키는 건실한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도태되는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왜곡 현상이 벌어진다"며 "그 피해는 부실 복구로 인한 2차 산사태 등 고스란히 국민 안전 위협으로 귀결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향후 대책으로 △실태조사 시 불시점검 정례화 법제화 △국세청·고용정보원 데이터와 연계한 상시 필터링 시스템 구축 △지자체에 위임된 등록·취소 권한의 중앙 집중화 등을 꼽으며, 계약 해지 시 공공기관(산림조합 등)을 통한 긴급 대행 체계 등 현실적인 사업 승계 매뉴얼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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