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식초 종주국’ 흔든 CJ 미초…‘건강식초’ 넘어 일상 웰니스 음료로 승부수

이정윤 발행일 2026-08-13 12:31:33
최근 5년 일본 음용식초 시장 1위…연매출 1,500억 원 규모로 성장
 
현미 흑초가 주류였던 일본 식초 시장에서 한국의 과일발효초가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과일발효초 브랜드 ‘미초(美酢)’가 일본 음용식초 시장에서 확보한 입지를 기반으로 이제는 ‘건강을 위해 마시는 식초’를 넘어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찾는 ‘데일리 웰니스 음료’로 영역 확대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오는 8월 말까지 일본 현지에서 ‘미초 일상 레시피 제안 캠페인’을 진행한다. 기능성 음료와 건강을 고려한 음료 소비가 확대되는 일본 시장 변화에 맞춰 미초를 특정한 건강관리 상황에서만 마시는 제품이 아니라 식사와 휴식, 외출 등 일상 곳곳에서 즐기는 음료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흑초 중심 일본 시장에 ‘과일발효초’ 심었다


미초의 일본 시장 성과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기존 시장에 단순히 진입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 방식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2012년 일본에 진출한 미초는 당시 현미 발효 흑초 중심이던 시장에서 과일발효초라는 차별화된 제품을 내세웠다. 이후 소비자 접점을 지속적으로 넓히면서 최근 5년간 일본 음용식초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현지 연매출도 1,5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번 캠페인에서는 스테디셀러인 ‘석류’와 신제품 ‘아사이’를 전면에 내세웠다.

제품 홍보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건강에 좋은 식초’라는 이미지를 반복하는 대신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마실 수 있는지를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방식이다.

현지 인기 배우 미츠시마 신노스케를 모델로 발탁해 ‘미초 레스큐(Rescue)’ 광고 캠페인을 선보이는 한편, ARS 음성 가이드를 통해 소비자에게 맞춤형 레시피를 추천하고 구매 링크까지 전송하는 ‘미초 무료전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숫자 3의 일본어 발음인 ‘미(み)’를 활용해 7월 3일을 ‘미초의 날’로 정하고 일본 전국 대형마트에서 대규모 시음 행사를 진행하는 등 현지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경험하도록 하는 전략도 강화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일본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미초를 일상적인 건강 음료로 재정의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제품력과 현지 맞춤형 마케팅으로 K-음료 트렌드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음용식초 1위’ 다음 목표는 음료시장

CJ제일제당이 미초의 정체성을 ‘데일리 웰니스’로 확장하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음용식초라는 한정된 시장에서 1위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미초를 ‘식초 제품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탄산수나 차, 기능성 음료처럼 일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음료로 인식한다면 시장의 크기 자체가 달라진다.

특히 건강과 미용을 동시에 중시하는 일본 소비층을 넘어 식사할 때, 휴식할 때, 운동 전후 등 다양한 TPO(Time·Place·Occasion)로 소비 상황을 확장한다면 구매 빈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음용식초 시장 1위’와 ‘일상 음료시장 안착’은 전혀 다른 경쟁이라는 점이다.

산미는 경쟁력이면서 동시에 ‘음용 피로도’

첫 번째 과제는 제품 자체의 특성이다.

과일발효초의 새콤한 맛은 미초를 일반 음료와 구분하는 가장 강력한 특징이다. 반대로 식초 특유의 산미와 자극은 소비자가 매일 또는 하루에도 여러 번 마시는 음료로 선택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물이나 탄산수, 우유 등에 희석해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수·차·커피·이온음료처럼 별도의 준비 없이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음료와는 소비 방식이 다르다.

결국 ‘건강하기 때문에 마시는 제품’에서 ‘맛있어서 자주 찾는 제품’으로 소비자의 인식을 얼마나 이동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미초가 키운 시장, 일본 기업의 추격도 변수

두 번째는 현지 업체와의 경쟁이다.

미초가 과일발효초 시장을 확대할수록 일본 기업 입장에서도 해당 시장의 매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 식초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와 유통망을 갖춘 업체뿐 아니라 대형 음료업체들이 저가 제품이나 기능성을 강화한 웰니스 음료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경우 경쟁 구도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일본 업체들이 현지 소비자 취향과 유통망,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제품을 내놓는다면 미초 역시 기존 시장점유율에 안주하기 어려워진다.

앞으로는 ‘한국에서 온 과일발효초’라는 신선함을 넘어 브랜드 충성도와 제품 혁신을 동시에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화제성보다 중요한 것은 ‘두 번째 구매’

세 번째 과제는 마케팅 효과가 실제 재구매로 연결되느냐다.

무료전화 이벤트와 맞춤형 레시피, 유명 배우 광고, 대형마트 시음행사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첫 구매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소비재 시장에서 브랜드의 진짜 경쟁력은 첫 구매보다 두 번째, 세 번째 구매에서 결정된다.

대규모 프로모션을 통해 신규 소비자를 확보하더라도 캠페인이 끝난 뒤 반복 구매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높은 마케팅 비용을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CJ제일제당이 앞으로 주목해야 할 지표도 단순한 캠페인 참여자나 조회수보다 구매 전환율과 재구매율, 소비 빈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타서 마시는 미초’에서 ‘바로 마시는 미초’로

가장 현실적인 과제는 제품 형태다.

미초의 대표적인 소비 방식은 물이나 탄산수 등에 희석해 마시는 것이다. 다양한 농도로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쁜 소비자 입장에서는 병을 열고 적정량을 덜어 물이나 탄산수와 섞어야 한다는 과정 자체가 번거로울 수 있다.

특히 편의점과 자판기,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뒤 곧바로 마시는 RTD(Ready To Drink) 제품이 일상화된 일본 음료 시장에서 ‘데일리 음료’를 목표로 한다면 접근성은 중요한 경쟁 요소다.

미초가 앞으로 희석형 제품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바로 마실 수 있는 RTD 제품군과 판매 채널을 얼마나 확대하느냐가 ‘데일리 웰니스’ 전략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미초의 진짜 경쟁자는 ‘식초’가 아니다

미초가 일본에서 이룬 성과는 K-푸드의 해외 진출 사례 가운데 눈여겨볼 만하다. 전통적으로 식초 소비문화가 강한 일본에서 한국 기업이 과일발효초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고 시장 선두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의 경쟁은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

음용식초 시장에서 경쟁할 때 미초의 상대는 다른 식초 브랜드였다. ‘데일리 웰니스 음료’를 표방하는 순간 경쟁 상대는 차와 탄산음료, 기능성 음료, 생수, 커피를 비롯해 소비자가 매일 손에 드는 모든 음료로 확대된다.

때문에 앞으로 중요한 것은 일본 음용식초 시장에서 몇 퍼센트의 점유율을 확보하느냐만이 아니다. 소비자가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미초를 ‘건강식품’이 아닌 ‘오늘 마실 음료’ 가운데 하나로 자연스럽게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초는 일본에서 이미 ‘과일발효초’라는 첫 번째 시장을 만들어냈다. 이제 시험대에 오른 것은 그 성공을 기반으로 식초라는 제품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느냐다.

희석형 중심의 제품 구조를 보완하고 RTD 제품과 유통 접점을 확대하는 동시에 일회성 체험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미초는 일본에서 ‘K-식초’의 성공을 넘어 ‘K-웰니스 음료’라는 두 번째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반대로 기존 음용식초 시장의 성공에 머문다면 ‘데일리 웰니스’라는 구호가 브랜드 확장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미초의 제2 도약은 광고의 화제성보다 소비자의 냉장고 속에서 얼마나 자주 선택받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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