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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자의 뉴스정원] 뜨거운 친일파 논쟁 뒤 ... 제국의 시대, 침묵 대신 조선의 곁을 택한 일본인 다섯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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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자의 뉴스정원] 뜨거운 친일파 논쟁 뒤 ... 제국의 시대, 침묵 대신 조선의 곁을 택한 일본인 다섯 명

    - 아사카와 다쿠미·노리타카 형제와 야나기 무네요시, 후세 다쓰지, 소다 가이치 … 조선의 문화와 사람을 지키려 했던 일본인들
    친일과 반일, 협력과 저항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겁다. 누가 어느 편에 섰는지 묻는 목소리는 커지지만, 역사의 한복판을 살아간 사람의 선택은 때로 국적과 민족이라는 두 글자만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일제강점기는 일본 제국이 조선의 국권을 빼앗고 민족의 삶과 문화를 억압한 폭력의 시대였다. 그 책임은 어떤 미담으로도 흐려질 수 없다. 그러나 바로 그 시대, 식민 지배의 부당함을 외면하지 않고 조선의 사람과 문화 곁에 서려 했던 일본인들도 있었다.누군가는 조선의 산에 나무를 심었고, 누군가는 이름 없는 장인의 그릇을 지켰다. 누군가는 독립운동가의 변호인이 됐으며, 또 다른 이는 부모 잃은 아이들의 손을 잡았다.그들은 제국의 국민으로 태어났지만, 적어도 삶의 어느 자리에서는 제국이 명령한 침묵을 거부했다. 조선의 곁에 섰던 다섯 사람이번에 살펴볼 인물은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 아사카와 노리타카(淺川伯敎), 후세 다쓰지(布施辰治),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소다 가이치(曾田嘉伊智)다.이들을 모두 같은 성격의 인물로 묶을 수는 없다. 후세 다쓰지가 식민지 민중과 독립운동가를 법정에서 변호한 인권변호사였다면, 아사카와 형제와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의 도자기와 생활 공예를 연구하고 보존한 사람들이었다. 소다 가이치는 버려진 아이들을 돌본 사회사업가이자 기독교인이었다.활동 영역도, 조선을 바라본 관점도 달랐다. 특히 야나기의 조선 예술론은 오늘날까지 식민주의적 시선과 연결해 비판받는다. 따라서 이들을 무조건 ‘조선을 사랑한 의인’으로만 그리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다만 식민 지배가 일상이던 시절, 조선의 사람과 문화가 사라지지 않도록 행동했다는 사실만큼은 기록 속에 남아 있다.1. 조선의 산과 생활 공예를 사랑한 아사카와 다쿠미아사카와 다쿠미는 1891년 일본 야마나시현에서 태어났다. 농림학교를 졸업한 그는 1914년 조선으로 건너와 조선총독부 산림과와 임업시험장에서 근무했다.그는 관청의 일본인 기술자였지만 조선의 산림을 일본식 기준으로만 다루지 않았다. 조선의 기후와 풍토에 맞는 나무를 찾고, 자연의 질서에 가까운 조림 방식을 고민했다. 1924년에는 잣나무 종자의 발아를 촉진하는 노천매장법을 개발해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는 데 기여했다.그의 시선은 산에서 조선 사람들의 밥상과 부엌으로 옮겨갔다. 당시에는 흔하고 보잘것없는 물건으로 취급됐던 소반과 장독, 목공예품과 백자에서 이름 없는 장인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그 결과물이 1929년 출간된 『조선의 소반』이다. 사후에는 『조선도자명고』가 간행됐다. 다쿠미는 물건의 형태만 기록하지 않았다. 지역마다 달랐던 명칭과 쓰임, 제작 방법을 조사하며 생활 속에 스며든 조선인의 미감을 남겼다.그는 야나기 무네요시, 형 노리타카와 함께 1924년 경복궁 집경당에 문을 연 조선민족미술관의 설립과 운영에도 참여했다. 미술관은 왕실의 화려한 유물보다 민중이 일상에서 사용했던 공예품에 주목했다. 다쿠미는 그 실질적인 운영을 맡았다. 망우역사문화공원 인물 기록,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1931년, 그는 급성폐렴으로 불과 마흔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다쿠미는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오늘날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들었다. 그의 묘비에는 조선의 산과 민예를 사랑하고 한국인의 마음속에 살다 간 일본인이 이곳에서 한국의 흙이 됐다는 뜻의 글이 새겨졌다.2. 조선 도자기의 시간을 기록한 아사카와 노리타카다쿠미의 형 아사카와 노리타카는 조선 도자기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연구자였다.그는 1913년 경성의 학교에 미술교사로 부임한 뒤 조선 백자의 담백한 빛과 형태에 매료됐다. 이후 전국 수백 곳의 가마터를 찾아다니며 도자기 조각을 수집하고, 제작 시기와 지역적 특징을 조사했다.그가 한 일은 아름다운 도자기를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흩어진 파편을 통해 조선 도자기의 계보와 변화를 복원하려 했다. 오늘날에는 작고 불완전해 보이는 파편 하나도 도자사의 연대와 제작지를 밝히는 중요한 사료가 된다.노리타카는 동생이 세상을 떠난 뒤 조선민족미술관의 운영을 이어받았다. 광복 이후에는 자신이 수집한 공예품 약 3천 점과 도자기 조각 서른 상자를 한국에 기증했다. 이 자료들은 국립민족박물관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의 한 줄기가 됐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동생 다쿠미가 조선의 숲과 생활 속 물건에 귀를 기울였다면, 형 노리타카는 땅속과 가마터에 남은 파편을 따라 조선 도자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나섰다.3. 독립운동가의 법정 곁을 지킨 후세 다쓰지후세 다쓰지는 다섯 사람 가운데 식민 지배에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맞선 인물이다.1879년 일본 미야기현에서 태어난 그는 변호사가 된 뒤 국가와 권력이 외면한 사람들의 편에 섰다. 1919년에는 도쿄에서 2·8독립선언을 발표한 조선인 유학생들의 변호를 맡았다.이후 의열단원 김시현, 일본 왕궁 앞에서 폭탄을 던진 김지섭, 일왕 암살을 계획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등 조선 독립운동 관련 인사들을 변호했다. 1926년에는 나주 궁삼면 농민들이 동양척식회사를 상대로 벌인 토지회수 투쟁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조선에 들어왔다.그는 법정에서 단순히 형량을 줄이는 데 머물지 않았다.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인에게 가한 차별과 고문, 토지 수탈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 대가로 변호사 자격정지와 투옥을 거듭했다.해방 이후에도 재일조선인의 권리 보호와 일본 평화헌법의 보급에 힘썼다. 대한민국 정부는 2004년 그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당시 일본인으로서는 최초의 대한민국 독립유공자 포상이었다. 국가보훈부 공훈전자사료관후세의 삶을 설명하는 말은 그의 묘비명으로 전해지는 문장에 압축돼 있다.“살아야 한다면 민중과 함께, 죽어야 한다면 민중을 위하여.”법은 권력의 문장이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손에서는 약한 사람을 지키는 마지막 문장이 될 수도 있음을 그는 보여줬다.4. 광화문 철거에 반대하고 조선 민예를 알린 야나기 무네요시일본 민예운동을 이끈 사상가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의 이름 없는 장인들이 만든 백자와 목공예, 생활용품에서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했다.그는 1916년 처음 조선을 방문한 뒤 여러 차례 조선을 오가며 공예품을 수집하고 연구했다. 아사카와 형제와 함께 1924년 조선민족미술관을 설립했고, 강연과 음악회, 저술 활동을 통해 마련한 돈을 건립 기금으로 보탰다.특히 1922년 조선총독부가 신청사 건립을 이유로 광화문 철거를 추진하자 「사라지려 하는 한 조선 건축물을 위하여」라는 글을 발표해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광화문을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한 민족의 역사와 기억으로 바라본 것이다. 그의 글은 일본과 조선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동북아역사재단그러나 야나기에 대한 평가는 찬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학술지인용색인 수록 연구에 따르면 그가 조선 미술을 ‘비애의 미’로 설명한 것은 식민지 조선을 수동적이고 슬픈 존재로 고정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조선 예술을 사랑했다는 사실과, 그 사랑 속에도 식민지 지식인의 한계와 타자화의 시선이 존재했다는 평가는 함께 살펴봐야 한다. 한 사람의 선의가 언제나 완전한 이해를 뜻하지는 않는다. 야나기의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논쟁적인 이유다.5. 부모 잃은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 소다 가이치소다 가이치는 정치가도 학자도 아니었다. 그는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이었다.1867년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태어난 소다는 조선에서 YMCA 일본어 교사 등으로 일했고,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인 뒤 사회사업에 뛰어들었다. 1921년부터 가마쿠라보육원 경성지부의 운영을 맡아 일제강점기 거리로 내몰린 수많은 아이를 보살폈다. 이 시설의 역사는 오늘날 영락보린원으로 이어진다.그가 평생 돌본 아이의 수는 자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천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들에게 그는 국적을 앞세운 일본인이 아니라 먹을 것과 잠자리를 마련하고 곁을 지켜준 어른이었다.해방 후 일본으로 돌아간 소다는 일본 각지를 다니며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책임과 회개를 촉구했다. 말년인 1961년 다시 한국을 찾았고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서울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 안장됐다. 소다 가이치의 생애를 다룬 학술연구, 연합뉴스 관련 기록다만 “이름 모를 조선인이 타이완에서 쓰러진 소다를 구해준 은혜를 갚기 위해 조선에 왔다”는 유명한 일화는 그대로 단정하기 어렵다. 관련 연구는 그가 처음 조선에 온 직접적인 이유가 취업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아름다운 일화일수록 기록과 전승을 구분해 읽어야 한다.영웅 만들기가 아니라, 선택을 기억하는 일다섯 사람을 소개하는 목적은 일본 제국의 식민 지배 책임을 희석하거나 ‘좋은 일본인’의 이야기로 피해의 역사를 덮으려는 데 있지 않다.아사카와 형제는 조선총독부와 식민지 교육기관에서 일했고, 야나기의 미학에는 식민주의적 시선이라는 비판이 남아 있다. 소다 가이치에 관한 일부 미담도 사료를 통해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삶에는 선의와 한계, 실천과 모순이 함께 존재한다.그럼에도 우리가 이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선택할 수 없지만, 부당한 시대 앞에서 어느 쪽을 바라보고 누구의 곁에 설지는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다쿠미는 조선 사람들이 사용하던 작은 밥상을 들여다봤고, 노리타카는 버려진 도자기 파편을 주웠다. 야나기는 사라질 광화문 앞에서 글을 썼고, 후세는 피고인석에 선 독립운동가의 곁을 지켰다. 소다는 거리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의 손을 잡았다.거대한 역사책에는 제국과 전쟁, 조약과 통치자의 이름이 먼저 기록된다. 그러나 역사의 체온은 언제나 이름 없는 그릇과 한 그루의 나무, 법정의 변론과 아이에게 건넨 밥 한 끼 속에 남는다.친일과 항일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질수록 필요한 것은 성급한 영웅 만들기도, 불편한 사실을 지우는 단죄도 아니다.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으며, 그 행동이 당대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기록으로 차분히 살피는 일이다.어두운 시대에도 모든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시대의 명령을 따랐고, 누군가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주 적은 사람들은 국적과 경계를 넘어 고통받는 이들의 곁에 자리를 내었다.오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들의 국적보다, 침묵할 수 있었던 순간에 침묵하지 않았던 선택인지도 모른다.[정기자의 뉴스정원] 눈 쌓인 거인의 정원을 몰래 찾은 아이들이 앉았던 나무에만 봄이 찾아와, 결국 거인이 쌓았던 벽들을 허물고 정원을 개방한다는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단편 소설 "거인의 정원(The Selfish Giant)"처럼, 담장 밖 뉴스들은 잠시 지우고, '정기자의 뉴스정원'에서는 세상에 채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문화 뉴스들만 골라 시민 여러분께 개방해 드리겠습니다.."정기자의 뉴스정원"은 시민들 제보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세상에 채 알려지지 않은 신간 소개, 공연 소식, 전시 등 문화 소식, 예술가나 다양한 인물들의 소식들을 정기자(jnoog@naver.com)에게 사진과 간단한 내용을 적어 제보해 주시면 됩니다.
    2026-09-10 07:18:40 정진욱
  • 국경을 넘어 춤으로 겨루다 … 소년 브레이커 ‘Louis Shan’이 보여준 글로벌 성장기
    인물

    국경을 넘어 춤으로 겨루다 … 소년 브레이커 ‘Louis Shan’이 보여준 글로벌 성장기

    - 일본·한국·러시아 선수들과 맞붙은 국제 브레이킹 무대 … 이틀 연속 우승으로 증명한 가능성
    언어가 달라도 춤은 통한다. 국적이 달라도 배틀이 시작되는 순간 서로를 판단하는 기준은 오직 음악과 움직임,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준비해 왔는가에 있다.지난 9월 5일과 6일 한국에서 열린 두 차례의 스트리트댄스 대회에서 어린 브레이커 'Louis Shan(루이스 샨)'이 이틀 연이어 우승을 차지했다.단순히 두 개의 우승 트로피를 얻었다는 결과보다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그 과정이었다. 9월 5일 열린 ‘Breakpoints JAM ’26’에서 Louis Shan은 결승에서 일본 선수와 맞붙어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2027년 2월 27일 태국에서 열리는 ‘Blow Out Kids Battle’ 출전권까지 얻게 됐다.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9월 6일, 서울 SKBD Place에서 열린 ‘FLABOR VOL.4’의 U-19 Breaking 부문에 다시 출전했다.이날 현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과 심사위원, MC와 DJ, 관객들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이날 현장은 단순한 어린이 경연대회라기보다는 하나의 스트리트 문화 축제에 가까웠다.'Louis Shan'의 6일 벌어진 대회에서의 두 번째 우승 과정은 더욱 인상적이었다.4강에서 한국 국가대표 고등학생 선수와 맞붙었고, 결승에서는 러시아 선수와 겨뤄 승리하며 최종 우승자가 됐다.불과 이틀 동안 일본, 한국, 러시아 등 서로 다른 국가와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무대에서 실력을 겨뤘다.작은 무대에서 시작되는 ‘문화 외교’현장에서 바라본 브레이킹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것이었다.누군가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음악이 시작되면 국적과 언어의 장벽은 금세 사라진다. 선수들은 춤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의 실력을 인정한다. 관객 역시 어느 나라 선수인지를 떠나 좋은 움직임이 나오는 순간 환호한다.그 모습에서 필자는 스포츠와 문화가 가진 또 다른 국제교류의 가능성을 보았다.특히 브레이킹과 스트리트댄스 문화에서는 어린 세대의 국제교류가 이미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해외 선수들이 참가하고, 여기서 만들어진 인연이 다시 해외 대회 출전으로 이어진다.Louis Shan 역시 이번 한국 대회 우승을 계기로 다음 무대를 태국으로 넓히게 됐다.한국에서 일본 선수와 겨루고, 한국 선수와 경쟁하며, 러시아 선수와 결승을 치른 뒤 다시 태국 무대로 향한다.어쩌면 이것이 지금 세대가 만들어가는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의 문화교류인지 모른다.승패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들의 태도였다.현장에서 만난 어린 댄서들의 표정에는 긴장감과 즐거움이 동시에 있었다.배틀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무대가 끝난 뒤에는 함께 사진을 찍고 서로의 춤을 이야기한다. 승자에게는 박수가 보내지고 패자 역시 다음 배틀을 준비한다.성인들의 국제관계에서는 국가와 이해관계가 먼저 등장하지만, 아이들의 무대에서는 조금 달랐다.“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보다 “너는 어떻게 춤추느냐”가 먼저였다. 그것이 스트리트댄스가 가진 힘일 것이다.이번 대회 사진 속 수십 명의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웃는 모습 역시 그런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우승자와 준우승자, 심사위원과 참가자, 어린 선수와 성인 댄서들이 하나의 프레임 안에 들어왔다.한 아이의 우승 뒤에는 긴 시간이 있다대회에서는 몇 분의 배틀로 승패가 결정된다.하지만 그 몇 분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은 수없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실패한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간다.이번 두 대회의 결과 역시 단순한 행운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9월 5일 일본 선수와의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하루 만에 다시 출전한 대회에서 한국과 러시아 선수들을 차례로 상대해 우승했다는 것은 체력뿐 아니라 집중력과 실전 대응 능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결과다.그리고 그 과정에는 선수 한 명만 존재하지 않는다.아이를 지도하는 스승과 가족, 대회를 만드는 주최 측, 심사위원과 DJ, MC, 그리고 무대를 찾아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이 함께 존재한다.그래서 어린 선수의 우승을 바라볼 때 우리는 결과뿐 아니라 그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누가 만들고 있는가도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K-컬처의 다음 장면은 ‘함께 만드는 무대’일지도 모른다한국은 이미 K-POP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세계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한국 문화가 세계로 나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세계의 젊은 세대가 한국으로 들어와 함께 경험하고 경쟁하고 교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다.브레이킹 대회와 같은 스트리트 문화 행사는 규모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국제교류가 실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공간이다.일본,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아이들이 한국을 찾아 한국 선수들과 배틀하고, 다시 다른 나라의 대회에서 만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춤은 하나의 강력한 문화교류 플랫폼이 될 수 있다.그 중심에서 한국이 아시아 청소년 스트리트 문화의 허브 역할을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9월의 어느 주말, 작은 브레이킹 무대에서 한 소년이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그러나 기자가 현장 취재를 하며 본 것은 두 장의 우승 상장보다 조금 더 큰 것이었다.국적이 다른 아이들이 같은 음악을 듣고, 서로 경쟁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다시 다음 무대를 약속하는 모습이었다.Louis Shan에게 이번 우승은 끝이 아니다. 한국에서 시작된 경험은 이제 2027년 태국의 새로운 무대로 이어진다. 그곳에서는 또 다른 나라의 아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그리고 그런 만남이 반복될수록 아이들에게 세계는 조금씩 가까워진다.춤 한 곡이 흐르는 몇 분 동안 국경이 사라지는 경험. 어쩌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만들어줘야 할 국제교류의 시작은 바로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2026-09-10 07:18:19 김미란
  • [정기자의 뉴스정원] 가을밤, 서울의 달빛이 골목경제를 깨운다
    사회 일반

    [정기자의 뉴스정원] 가을밤, 서울의 달빛이 골목경제를 깨운다

    해가 진다고 도시의 하루까지 끝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무실의 불이 하나둘 꺼진 뒤에도 누군가는 그림 앞에 머물고, 누군가는 강변을 달리며, 또 누군가는 골목의 작은 탁자에 앉아 늦은 저녁을 나눈다.서울시가 시민의 저녁을 도시의 새로운 시간으로 확장하는 ‘서울형 야간경제’ 정책을 본격화한다. 단순히 상점의 영업시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체육·관광·상권·교통·안전을 하나의 밤길로 잇겠다는 구상이다.서울시가 발표한 ‘24시간 활력경제도시 서울’ 계획에 따르면, 현재 주 1회 야간 개방하는 시립 박물관과 미술관 등 8개 문화시설은 오는 9월부터 순차적으로 주 5일,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낮에는 쉽게 만나기 어려웠던 박물관의 유물과 미술관의 그림이 퇴근길 시민을 기다리게 되는 셈이다. 서울공예박물관 야외마당을 비롯해 세종문화회관 옥상과 뒤뜰, 대학로의 무대 뒤편 등 도심 속 닫혀 있던 공간도 새로운 야간문화 무대로 활용될 예정이다.문화시설에서 나온 발걸음은 골목과 시장으로 이어진다. 야외에서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는 ‘서울 달빛야장’은 올해 5곳에서 출발해 2028년 25곳으로 확대된다. DDP·남산·광화문·한강은 서울의 밤을 대표하는 4대 야간 랜드마크로 육성한다.수변의 밤도 한층 밝아진다. 서울시는 현재 19곳인 ‘서울 물빛나루’를 2030년까지 40곳으로 늘리고, 2028년까지 25개 자치구마다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담은 ‘생활형 야간명소’를 조성할 계획이다.퇴근 후 운동할 공간도 넓어진다. 학교와 공원 등에 마련된 체육시설 269곳은 시설 여건에 따라 최대 자정까지 운영한다. 한강과 지천의 체육시설 259곳에는 조명과 이용환경을 개선해 밤에도 걷고 뛰고 운동할 수 있도록 한다.서울의 야간경제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은 교통이다. 오는 10월부터 주요 야간명소와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심야 ‘반딧불이버스’가 운행을 시작한다. 기존 심야 N버스와 함께 문화시설과 야시장, 수변공간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밤의 동맥 역할을 맡는다.서울시는 이번 계획을 통해 5년 뒤 연간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을 유치하고, 소상공인의 야간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대하는 추가 야간소비 규모는 약 5조 원이다. 그러나 밤이 길어진 만큼 도시가 짊어져야 할 책임도 무거워진다. 인파 밀집과 범죄, 소음, 쓰레기, 심야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화려한 야간경제는 일부 상권만을 위한 불빛에 머물 수 있다.서울시는 주요 야간거점을 중점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AI 기반 인파 감지 CCTV와 경찰 순찰을 강화한다. 내년부터는 ‘서울보안관’을 도입하고, 야간경제의 지원 근거를 담은 기본조례도 마련할 방침이다.야간경제의 성패는 얼마나 늦게까지 불을 밝히느냐에 있지 않다. 시민이 안심하고 밤을 누릴 수 있는지, 골목의 작은 가게와 문화예술인에게도 그 빛이 고르게 닿는지에 달려 있다.박물관에서 만난 오래된 시간이 달빛야장의 따뜻한 국물 한 그릇으로 이어지고, 강변을 달리던 시민이 동네 서점과 카페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는 도시. 서울이 꿈꾸는 밤은 잠들지 않는 도시가 아니라, 낮에 잃어버린 삶의 여백을 되찾는 도시인지도 모른다.[정기자의 뉴스정원] 눈 쌓인 거인의 정원을 몰래 찾은 아이들이 앉았던 나무에만 봄이 찾아와, 결국 거인이 쌓았던 벽들을 허물고 정원을 개방한다는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단편 소설 "거인의 정원(The Selfish Giant)"처럼, 담장 밖 뉴스들은 잠시 지우고, '정기자의 뉴스정원'에서는 세상에 채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문화 뉴스들만 골라 시민 여러분께 개방해 드리겠습니다..세상에 채 알려지지 않은 신간 소개, 공연 소식, 전시 등 문화 소식, 예술가나 다양한 인물들의 소식들을 정기자(jnoog@naver.com)에게 사진과 간단한 내용을 적어 제보해 주시면 됩니다.
    2026-09-07 07:11:51 정진욱
  •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이순신 ‘백의종군길 670㎞ 도보행진’ 동참
    인권/복지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이순신 ‘백의종군길 670㎞ 도보행진’ 동참

    - 10월 12일 서울시의회서 출정식…장애인·비장애인 함께 역사 현장 걷는다 - 추진위, 백의종군길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위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 계획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여정을 따라 걷는 ‘제2회 백의종군길 670㎞ 도보행진’에 동참한다.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는 지난 8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의종군길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회적 연대를 넓히기 위해 도보행진에 참여한다고 밝혔다.기자회견에는 복지회와 백의종군길 추진위원회를 비롯해 방송언론소비자주권연대,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노동계 및 산악마라톤 관련 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행진의 취지를 설명하고 백의종군길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서울 의금부 터에서 경남 합천까지백의종군길은 1597년 정유재란 당시 투옥과 문초를 겪은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명령을 받고 이동했던 길이다.이번 도보행진은 옛 의금부 터가 있는 서울 종로 종각 일대에서 출발해 남산과 남태령을 지나 경기 수원, 충남 아산·공주, 전북 전주·남원, 전남 구례·순천, 경남 하동·산청을 거쳐 합천에 이르는 약 670㎞ 구간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추진된다.한국관광공사의 걷기여행 정보서비스 ‘두루누비’도 서울에서 합천까지 이어지는 약 670㎞ 구간을 ‘이순신 백의종군길’로 소개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은 1597년 4월 의금부에서 풀려난 뒤 합천 초계의 도원수 진영으로 향했다. 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복지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역사 현장을 걸으며 이순신 장군의 책임감과 인내, 애민정신을 되새기겠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완주 경쟁보다 참가자들의 신체적 여건과 이동권을 고려한 참여 방식을 마련하는 것도 이번 행사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복지회 측은 “국가적 위기와 개인적 고난 속에서도 나라와 백성을 위해 걸었던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길은 오늘날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도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역사적 공간”이라고 밝혔다.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역사의 길을 걸으며 사회적 연대와 화합의 가치를 나누고, 백의종군길이 지닌 역사·문화적 의미를 국내외에 알리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10월 12일 서울시의회서 출정식본격적인 도보행진에 앞서 공식 출정식은 오는 10월 12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다.출정식에서는 백의종군길의 역사적 의미와 보존·활용 방안을 설명하는 대국민 보고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추진위원회가 추진 중인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구상과 향후 활동 계획도 소개된다.공식 홍보대사로 위촉된 청소년 다문화 합창단 ‘레인보우 합창단’의 해외 공연 연계 프로젝트도 공개할 예정이다. 추진위는 미국과 유럽 등지의 공연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애국·애민정신과 백의종군길의 가치를 알린다는 구상이다.다만 백의종군길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현재 추진단체가 제시한 장기 목표로, 실제 등재를 위해서는 문화유산의 범위와 진정성·완전성에 대한 조사,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 협의, 국내 잠정목록 등재와 유네스코 심사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역사 기념 넘어 ‘모두가 걸을 수 있는 길’로이번 행진의 의미는 이순신 장군의 구국정신을 기리는 데만 있지 않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장거리 역사길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이동권과 무장애 관광환경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670㎞ 전 구간을 하나의 역사문화길로 발전시키려면 정확한 노선 고증과 안내체계 구축뿐 아니라 휠체어 이용 가능 구간, 경사도, 보행로 폭, 장애인 화장실과 숙박시설 등의 정보도 함께 제공돼야 한다. 참가자의 장애 유형과 건강 상태에 맞춰 구간별 참여, 보조 인력, 의료·안전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일도 필요하다.백의종군길의 가치는 과거의 고난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장애 여부나 나이와 관계없이 시민 누구나 안전하게 걸으며 역사를 체험할 수 있을 때, 이 길은 현재와 미래 세대를 잇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행사 개요]- 행 사 명 : 제2회 백의종군길 670km 도보행진- 출 정 식 : 2026년 10월 12일(월) 14:00 /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행진코스 : 서울 종로 종각(의금부 터) ~ 남산 ~ 남태령 ~ 수원 ~ 아산 ~ 공주 ~ 전주 ~ 구례 ~ 순천 ~ 하동 ~ 산청 ~ 경남 합천 (총 670km)- 주최/주관 : 백의종군길 추진위원회- 참여/후원 : (사)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방송언론소비자주권연대, 서민민생대책위원회, 한국노총 섬유건설노동조합연맹, 산악마라톤연맹, 서울특별시의회 이정미 의원 등
    2026-09-02 10:44:05 정진욱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35년 전 한 사람의 증언에서 시작된 기억
    인권/복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35년 전 한 사람의 증언에서 시작된 기억

    광복절 하루 전 8월 14일,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날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많은 사람에게 8월 14일은 광복절을 준비하는 날로 기억되지만, 이날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국가기념일이기도 하다.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기억하고, 인권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된 국가기념일이다.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았다. 8월 14일이라는 날짜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날이다. 한 사람의 용기 있는 목소리는 이후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으로 이어졌고, 오랫동안 가려져 있던 역사를 세상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올해는 김학순 할머니의 첫 공개 증언으로부터 35년이 되는 해다.201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정부는 매년 8월 14일 기념식을 열고 있다. 올해 기념식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렸으며, 주제는 '용기 있는 증언에서 평화의 발걸음으로'였다.대구에서도 이어진 기억올해 기림의 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도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행사가 이어졌다.대구에서는 14일 오후 범어대성당 드망즈홀에서 '2026 대구시민과 함께하는 추모와 위로의 노래' 음악회가 열린다. 피해 생존자와 가족 등이 참석해 피해자들의 삶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자리다. 추경호 대구시장도 이날 행사에 참석한다. 대구시장이 법정기념일 지정 이후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처럼 기림의 날은 특정 장소에서 한 번의 행사를 치르는 것으로 끝나는 날이 아니다. 지역과 세대를 넘어 기억을 이어가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기억하지 않으면 역사는 사라진다환경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대기오염이나 기후위기, 자원순환처럼 눈에 보이는 문제를 먼저 떠올린다.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환경 역시 누군가의 삶과 기억을 통해 만들어진다.어떤 역사를 기억하고, 어떤 목소리를 기록하며, 그것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는 결국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특히 시간이 흐르면서 피해 생존자들의 증언을 직접 들을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록과 기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기억은 과거에 머무는 일이 아니다.과거의 피해를 기억하는 것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전쟁과 폭력 속에서 인간의 존엄이 얼마나 쉽게 훼손될 수 있는지, 그리고 평화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과정이다.그래서 8월 14일은 광복의 기쁨을 하루 앞둔 날이라는 의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광복을 맞기까지 우리가 지나온 역사와 그 과정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의 삶까지 함께 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용기 있는 증언에서 시작된 기억이 35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 기억을 통해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지키고, 그 기억을 다음 세대에 남기는 우리의 책임이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8-14 20:25:25 정민오
  • [생활공해] '냄새 공해' 악취만이 아니다. 원치 않는 냄새가 일상 침범
    환경

    [생활공해] '냄새 공해' 악취만이 아니다. 원치 않는 냄새가 일상 침범

    보이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후각 공해도 생활환경 문제 서울시도 악취 관리…“좋은 냄새도 과하면 누군가에겐 불편”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아침 출근길 집에서 나서자마자 엘리베이터에서 불쾌한 냄새가 기분을 망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하철에서 갑자기 강한 향수 냄새가 밀려오기도 한다. 점심시간 음식점 골목을 지나면 각종 음식물 냄새가 뒤섞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앞에서 걷는 행인의 담배 연기 냄새,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불쾌한 냄새 등이 코를 찌르기도 한다.냄새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소음처럼 데시벨로 쉽게 측정하기도 어렵고, 빛처럼 밝기를 숫자로 표시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한번 맡기 시작하면 피하기 어렵고 일상에 미치는 불편은 상당하다.이 때문에 최근에는 악취뿐 아니라 일상에서 원치 않는 냄새에 노출되는 상황을 통칭해 '냄새 공해'라는 표현도 등장하고 있다.냄새는 보이지 않지만 생활을 침범한다환경 분야에서 관리하는 대표적인 냄새 문제는 '악취'다. 악취는 하수도, 음식물, 폐기물, 사업장 등 다양한 배출원에서 발생할 수 있다.특히 도심에서는 공장 같은 대규모 시설보다 일상생활과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는 생활악취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음식점의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나 하수관로, 정화조 등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대표적이다.서울시 역시 악취를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생활환경 문제로 보고 관리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는 악취배출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공공환경시설과 악취 우려 사업장 등 약 700곳을 대상으로 하절기 집중점검을 진행하고 있다.여름철에는 기온이 높아지면서 냄새 문제가 더욱 민감해진다. 음식물이나 유기물이 부패하기 쉬워지고 하수관이나 정화조 등에서도 냄새가 발생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좋을 수 있는 냄새'도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냄새 공해의 흥미로운 지점은 반드시 불쾌한 냄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담배 냄새나 하수구 냄새처럼 누구나 악취라고 생각할 만한 냄새가 있는 반면, 향수나 섬유유연제, 방향제처럼 일반적으로 '좋은 향'으로 여겨지는 냄새도 있다.문제는 냄새에 대한 감각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누군가에게는 은은한 향수 냄새가 기분 좋은 향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강한 자극으로 느껴질 수 있다. 좁은 엘리베이터나 만원 지하철처럼 환기가 제한된 공간에서는 향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특히 향수를 한 번 뿌리는 것과 여러 번 뿌리는 것, 개인 공간에서 사용하는 것과 밀폐된 공공장소에서 사용하는 것은 같은 향이라도 체감이 크게 달라진다.결국 중요한 것은 '향이 좋은가 나쁜가'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선택권이 있는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음식점이나 공연장, 교통수단, 엘리베이터 등에서 향수를 뿌리는 행동은 법으로 정하기 이전의 문제다. 악취는 '불쾌함'까지 숫자로 담기는 어렵다냄새가 환경문제로 관리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소음은 소리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고 빛은 밝기를 측정할 수 있지만 냄새는 사람의 후각과 주관적인 느낌이 개입한다.같은 냄새라도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강도가 다를 수 있고, 냄새의 종류와 노출 시간, 주변 환경에 따라서도 체감이 달라진다.실제로 서울시는 과거 생활악취 관리 과정에서 악취에 대한 판단에는 주관성이 많이 반영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닌 생활악취까지 별도로 관리해왔다.때문에 냄새 문제는 단순히 '냄새가 난다'는 민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발생원을 찾아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지 확인하며, 필요한 경우 측정과 저감시설 설치 등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음식점·하수구 등 생활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도시에서 냄새 공해를 만드는 원인은 생각보다 다양하다.직화구이 음식점에서 발생하는 조리 냄새, 하수관과 빗물받이에서 올라오는 냄새, 음식물 쓰레기와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냄새, 사업장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 등이 대표적이다.서울시는 직화구이 음식점 등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악취저감시설 설치와 유지관리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도 시행해왔다. 실제 방지시설 설치 이후 주변 주민들의 악취 체감이 줄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이는 냄새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예민함으로 치부할 사안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내가 괜찮으면 괜찮다'는 생각부터 바꿔야냄새 공해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생활방식이 다른 사람의 생활공간까지 침범하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특히 엘리베이터, 지하철, 사무실, 병원, 공연장처럼 사람들이 가까이 모이는 공간에서는 한 사람의 냄새가 수십 명에게 동시에 전달될 수 있다.결국 냄새 공해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기술과 규제만이 아니다.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냄새가 다른 사람에게도 편안할 것이라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도시가 더 쾌적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소리와 빛뿐 아니라 우리가 매일 무심코 흘려보내는 '냄새' 역시 하나의 후각 공해의 생활 환경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8-12 16:24:17 정민오
  • [생활공해] '시각 공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시를 뒤덮은 전광판과 조명
    환경

    [생활공해] '시각 공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시를 뒤덮은 전광판과 조명

    밤에는 빛공해, 낮에는 시각공해…LED 전광판·간판 늘며 눈 쉴 틈 없는 도시 서울시도 전광판 밝기 기준 마련…'더 밝게'보다 '필요한 만큼'의 도시환경 필요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밤이 되면 도시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대신 오히려 더 화려해진다. 건물 외벽을 가득 채운 LED 전광판과 상가 간판, 가로등과 아파트 조명이 거리를 밝힌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 조명 때문에 집 안에서도 완전한 어둠을 경험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낮이라고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출근길과 퇴근길 거리 곳곳에서 간판과 현수막, 대형 광고판, 디지털 사이니지가 시야를 채운다.도시의 편리함과 활기를 위해 만들어진 빛과 광고가 어느 순간부터 사람의 눈과 생활공간을 침범하는 '환경공해'가 되고 있다. 바로 빛공해와 시각공해다. 밤에도 꺼지지 않는 도시의 불빛빛공해는 필요 이상으로 밝거나 원치 않는 인공조명이 사람이나 생태계에 피해를 주는 현상을 말한다.대표적인 것이 주거지역으로 들어오는 외부 조명이다. 아파트 맞은편 상가의 간판이나 건물 외벽 조명, 주차장과 도로의 조명 등이 밤늦게까지 켜져 있으면 집 안까지 빛이 들어올 수 있다.특히 LED 조명의 확산과 대형 전광판의 증가로 도시의 밤은 과거보다 훨씬 밝아졌다. 문제는 단순히 '눈이 부시다'는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밤에 지나치게 강한 빛에 노출되면 수면 환경이 방해받을 수 있고, 생체리듬을 교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람에게 밤은 본래 어두워져야 하는 시간이지만 도시의 인공조명은 밤과 낮의 경계를 점점 흐리고 있다.서울시가 올해로 20회째 빛공해 공모전을 열며 시민들에게 생활 속 빛공해 문제를 알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빛공해를 줄이고 시민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좋은 빛'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눈을 뜨면 또 다른 공해가 시작된다빛공해가 주로 '밤의 문제'라면 시각공해는 시간대를 가리지 않는다.거리를 걷다 보면 크고 작은 간판이 건물 외벽을 채우고, 도로변에는 각종 광고물과 현수막이 늘어서 있다. 여기에 대형 LED 전광판과 디지털 사이니지가 더해지면서 도시의 시각 정보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광고가 많다는 사실 자체를 공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서로 더 눈에 띄기 위해 크기를 키우고, 더 밝게 만들고, 움직이는 화면을 사용하는 광고가 늘면서 도시 공간 자체가 거대한 광고판처럼 변하고 있다는 지적은 가능하다.특히 디지털 전광판은 기존의 정적인 간판과 다르다. 화면이 움직이고 색이 바뀌며 밝기도 크게 달라진다. 보행자는 물론 운전자 입장에서도 시야를 끌어당기는 자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결국 빛공해와 시각공해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는 셈이다.'더 밝게' 경쟁하는 전광판…서울시도 기준 마련실제로 서울시는 올해 대형 옥외전광판의 밝기를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기준을 마련했다.서울시는 지난 2026년 3월 전국 최초로 옥외전광판의 주·야간 빛 밝기 권고기준을 마련하고 4월부터 적용했다. 30㎡ 이상의 전광판을 대상으로 주간 밝기를 7,000cd/㎡ 이하로 권고하고, 야간에는 표시면적과 시간대에 따라 기준을 세분화했다.서울시가 주요 전광판 52곳을 실측한 결과 주간 전광판의 상위 평균 밝기는 약 10,000cd/㎡ 수준이었다. 서울시는 밝기를 낮추면 시민의 시각적 피로를 줄이는 동시에 전력 사용량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실제 관리 중인 전광판 가운데 일부는 밝기를 낮추는 조치도 진행됐다. 서울시는 4월에만 주간 46개, 야간 40개 전광판의 밝기를 기존보다 낮췄다고 밝힌바 있다.도시의 밤에는 어둠도 필요하다도시에서 빛을 없앨 수는 없다. 가로등과 건물 조명은 안전을 위해 필요하고, 상점과 기업의 광고 역시 도시 경제의 중요한 요소다.문제는 필요와 과잉의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가다.모든 공간을 밝히는 것이 안전한 도시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광고를 크게 만드는 것이 활력 있는 도시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필요한 곳에는 적절한 빛을 사용하고, 불필요한 빛은 줄이며, 거리의 시각적 정보 역시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쾌적한 도시환경에 가까울 수 있다.결국 좋은 도시의 조건은 얼마나 밝고 화려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편안하게 보고, 걷고, 쉴 수 있는가​에 있을지도 모른다.소음공해가 귀를 쉬게 하지 못하고, 냄새공해가 코를 괴롭힌다면 빛공해와 시각공해는 눈을 쉬지 못하게 한다.도시는 점점 더 밝아지고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그만큼 사람의 눈이 쉴 수 있는 공간과 밤의 어둠을 되돌려주는 일도 고민해야 할 때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8-12 16:24:01 정민오
  • [이수영의 IT 칼럼] 과학기술 복지로 여는 대한민국, AI와 로봇으로 만드는 무장애 도시의 표준
    인권/복지

    [이수영의 IT 칼럼] 과학기술 복지로 여는 대한민국, AI와 로봇으로 만드는 무장애 도시의 표준

    “지형적 한계를 넘는 로봇과 AI 기술의 결합, 이수영이 그리는 대한민국은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과학기술 복지’의 나라입니다.”
    인공지능은 도시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자율주행 기술은 이동의 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로봇은 사람의 일상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만큼 우리의 도시는 모두에게 편리해지고 있을까? 누군가에게 집 앞의 계단은 단순한 계단이 아니다.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는 외출을 가로막는 벽이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는 세상과 단절되는 문턱이다. 경사가 심한 골목과 좁은 보도, 턱과 계단, 노후한 주거환경은 이동약자에게 도시 전체를 거대한 장벽으로 만든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대한민국에서 노인과 장애인의 이동 문제는 더 이상 일부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이동능력이 떨어질 수 있고, 사고나 질병으로 후천적인 장애를 경험할 수도 있다. 오늘의 이동약자를 위한 도시를 만드는 것은 결국 내일의 우리 모두를 위한 도시를 만드는 일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도시는 ‘경치만 좋은 창살 없는 감옥’일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장벽을 걷어내기 위해 지방자치와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혁신(STI)​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첫 번째 장벽, ‘지형’을 기술로 넘자.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고, 오래된 주거지역과 골목길이 곳곳에 남아 있다. 모든 지역에 도로를 새로 만들고 기존 도시구조를 뜯어고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기술이 지형에 적응하도록 만들면 된다. 가파른 경사에서도 수평을 유지하는 모빌리티 기술과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결합한 경사지 특화 1인용 모빌리티를 개발하고 실증할 필요가 있다. 버스 등 교통수단이 접근하기 어려운 좁은 골목과 급경사 구간까지 이동할 수 있는 소형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장애인과 노인의 이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교통수단 하나를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기존의 대중교통망이 닿지 못했던 도시의 ‘모세혈관’까지 이동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이다. 교통의 사각지대를 기술로 메우는 새로운 이동권 정책이 필요하다.두 번째 장벽, ‘중력’을 낮추자. 고령자와 장애인에게 또 하나의 거대한 장벽은 중력이다. 건강한 사람에게 몇 분이면 오를 수 있는 계단도 하체 근력이 약해진 노인에게는 외출을 포기하게 만드는 높은 산이 될 수 있다. 이 문제 역시 과학기술로 접근할 수 있다. 경량형 착용형 웨어러블 로봇, 즉 ‘입는 로봇’의 공공 렌탈과 지원사업​을 시범 사업으로 적용해 확대하자. 무릎과 허리, 하체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은 장애인과 노인이 스스로 일어서고 걷고 이동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입는 로봇은 사람을 대신해 걷는 기계가 아니다. 사람에게 다시 자신의 힘을 돌려주는 ‘제2의 근육’이다.누군가에게 업히지 않고, 누군가의 부축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시장에 가고 병원에 가고 산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기술이 만들어야 할 복지의 모습이다. 과학기술 복지는 단순히 편의를 제공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장애인과 노인이 스스로 선택하고 움직일 수 있는 ‘자립의 권리’를 회복시키는 것​이어야 한다.세 번째 장벽, ‘데이터’를 과학기술로 밝히자. 이동수단과 로봇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동약자에게 외출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길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어디에 턱이 있는지, 어느 구간이 지나가기 어려운지, 계단은 어디에 있는지, 어느 길이 가장 안전한지 알 수 없다면 외출 자체가 위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디지털 트윈 기반의 무장애 지도다. 대한민국의 주요 도시를 3D 공간으로 구현하고 도로의 경사도, 계단, 보도 폭, 턱, 경사로, 엘리베이터, 장애물 등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데이터화하자. 그리고 AI가 시민의 상황에 맞춰 최적의 이동경로를 제시하도록 하자.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계단이 없는 경로를, 고령자에게는 경사가 완만한 경로를, 시각장애인에게는 음성으로 안내되는 경로를, 보행이 어려운 시민에게는 이동지원 서비스와 연결되는 경로를 제공하는 것이다. 향후에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 안경과 웨어러블 기기, 이동 로봇까지 연결할 수 있다. 길을 잃은 항해사에게 북극성이 방향을 알려주듯, 디지털 트윈과 AI가 만들어내는 ‘디지털 북극성’이 이동약자의 길을 안내하도록 하는 것이다.과학기술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과학기술을 주로 산업 경쟁력과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더 빠른 반도체, 더 강력한 AI, 더 정교한 로봇.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질문을 하나 더 던져야 한다. 과학 기술은 가장 불편한 사람의 삶을 얼마나 바꾸었는가?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집 앞 계단 때문에 외출하지 못하는 노인이 있고,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해 집에 머무는 장애인이 있다면 과연 우리는 그 도시를 ‘포용적인 스마트 도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진정한 스마트시티는 기술이 많은 도시가 아니다. 기술 때문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도시다.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고, 노인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으며, 아이와 임산부, 일시적으로 다친 사람까지 누구나 도시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시다. 그래서 무장애는 장애인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국민의 미래를 위한 도시정책이다.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은 유모차도 지나갈 수 있다. 노인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도는 어린아이에게도 안전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는 고령자에게도 유용하다. 결국 장애인을 위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과학기술 복지’의 기준을 바꾸자. 이제 복지의 표준도 달라져야 한다. 복지의 목표를 단순히 부족한 것을 보충해주는 데만 두어서는 안 된다. 기술을 통해 시민이 다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AI 돌봄이 혼자 사는 노인의 위험을 먼저 감지하고, 로봇이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의 일상을 보조하고, 디지털 트윈이 가장 안전한 이동경로를 알려주며,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교통 사각지대까지 찾아가는 사회. 이것이 바로 AI와 로봇 시대의 과학기술 복지가 될 수 있다.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오래, 더 안전하게, 더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미래다. 대한민국이 무장애 도시의 표준이 되자. 이제 대한민국의 도시정책은 ‘스마트시티’를 넘어 ‘Barrier-Free AI City’, 즉 AI 기반 무장애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지역마다 지형과 인구구조는 다르지만 문제는 연결되어 있다.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 산복도로와 경사지가 많은 지역, 농어촌의 교통 취약지역, 노후 주거지가 밀집한 지역, 장애인의 이동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는 지역. 이곳에 AI와 로봇,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새로운 도시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그 기술을 누구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다. 가장 먼저 기술의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은 가장 편리한 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불편한 곳에 놓인 사람이어야 한다. 과학기술은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기보다 가장 낮은 곳을 비출 때 비로소 따뜻해진다. 장애인과 노인이 계단 앞에서 멈추지 않는 대한민국. 휠체어를 탄 시민이 목적지를 포기하지 않는 대한민국. 누구나 자신의 건강 상태와 관계없이 안전하게 도시를 이동할 수 있는 대한민국. AI와 로봇이 사람의 삶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지켜주는 대한민국.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진짜 스마트시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기술보다 사람이 있어야 한다.과학기술의 온기로 비추는 ‘디지털 북극성’. 그 빛이 대한민국의 모든 도시와 골목, 모든 노인과 장애인, 모든 이동약자의 일상을 비출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무장애 도시의 세계적 표준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 사람을 앞서가는 나라가 아니라, 기술이 가장 먼저 사람을 바라보는 나라. 필자는 그러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
    2026-08-10 11:04:33 이수영 칼럼니스트
  • "전기차는 지하주차장 이용이 어렵습니다"…안전인가, 차별인가
    자동차/시승기

    "전기차는 지하주차장 이용이 어렵습니다"…안전인가, 차별인가

    '전기차 지상 주차 권고'…법적 의무 아닌 자율 운영 안전 우려와 이동권 사이 논란…"일률적 제한보다 과학적 안전관리 체계 필요"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전기차를 운전하는 A씨는 최근 경기 의정부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예상치 못한 안내를 받았다.지하주차장 입구에서 전기차는 지상 주차장을 이용해 달라는 현수막 안내와 출입 제한을 받은 것이다. 폭염 속에서 지상에 차량을 세운 뒤 병원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는 A씨는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전기차만 별도로 제한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이 같은 사례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최근 일부 아파트는 물론 대형병원과 상업시설, 민간 건물에서도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이용을 제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부분은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이를 법적 의무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현재 국내에는 전기차의 지하주차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법률은 없다. '주차장법'이나 '소방 관련 법령'에도 전기차의 지하주차를 금지하는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현재 이뤄지는 제한은 대부분 시설 관리 주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안전 지침이나 권고 사항이다. 즉, 민간 건물과 공동주택이 이용객과 입주민의 안전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공공기관은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정부청사와 지방자치단체 청사, 공영주차장 등에서는 전기차의 지하주차를 원칙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곳이 많다. 대신 충전시설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화재 감지 설비와 소방 대응 체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그렇다면 민간 시설들이 전기차를 우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 화재의 특성이다.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열폭주(Thermal Runaway)가 발생하면 일반 차량 화재보다 진압에 더 많은 시간과 소방용수가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지하주차장은 연기 배출과 소방차 접근이 쉽지 않아 화재가 발생하면 대응이 더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그러나 이를 두고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위험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국내외 연구에서는 차량 화재 발생 빈도 자체는 내연기관차가 더 높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다만 전기차는 화재 발생 빈도보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응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결국 논란의 핵심은 안전과 형평성이다.전기차 운전자들은 "법으로 금지된 것도 아닌데 일부 시설에서 사실상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불편을 넘어 차별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시설 관리자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이용객 전체의 안전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익명을 요구한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일부 사고 사례만으로 모든 전기차를 동일하게 위험하다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이어 "중요한 것은 전기차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화재 감지 설비와 소방 대응 시스템, 충전시설 안전기준 등 객관적인 안전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기술 발전과 함께 사회적 신뢰를 높여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전기차는 더 이상 낯선 이동수단이 아니다.그러나 보급 속도만큼 안전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제도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전기차를 지하주차장에서 배제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인지, 아니면 더 안전한 시설과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8-05 23:27:39 정민오
  • [포토] 폭염 속 주차장 입구를 지키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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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폭염 속 주차장 입구를 지키는 하루

    29일 늦은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빗물펌프장 공영주차장 입구. 차량 출입을 안내하고 주변을 정리하던 관리원이 빗자루를 손에 든 채 주차장 입구를 지키고 있다. 주차장 만차 표시로 대기 중인 운전자에게 "출입 바가 올라가지 않는다며 바싹 붙지 말고 뒤로 차를 빼라"는 빗자루 손짓이 순간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면 폭염 속 아스팔트 위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주변을 정리하는 노동의 모습이 보인다.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이지만, 누군가는 당시 34도 기온의 폭염 더위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7-29 07:22:07 정민오
  • '사랑의 안전우산' 나눔…기업 사회공헌, 단순 이벤트 넘어 지속성 필요할 때
    사회 일반

    '사랑의 안전우산' 나눔…기업 사회공헌, 단순 이벤트 넘어 지속성 필요할 때

    SM신용정보, 어린이 교통안전 위한 안전우산 제작·기부…ESG 시대 '사회문제 해결형' CSR 중요성 커져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여름철 집중호우가 이어지는 가운데 SM신용정보가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사랑의 안전우산' 제작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임직원들이 직접 제작한 안전우산은 전국 그룹홈 아동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라고 회사 측은 23일 밝혔다.안전우산은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투명 재질에 야간 식별이 가능한 반사 소재를 적용해 우천 시 어린이의 보행 안전을 고려해 제작됐다. 최근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가운데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로 추진됐다. 다만 ESG 경영이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사회공헌 활동 역시 단순한 기부나 봉사활동을 넘어 사회문제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해결하느냐가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CSR 분야에서는 최근 사회공헌의 성과를 행사 횟수나 기부 규모보다 지속성과 사회적 파급효과 중심으로 평가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일회성 캠페인보다 지역사회와 장기적으로 협력하거나 사회문제 해결 과정에 꾸준히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ESG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는 분석이다.재계와 ESG 전문가들은 안전우산 지원과 같은 활동이 어린이 안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물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안전교육과 지역사회 협력, 교통안전 캠페인 등과 연계될 때 사회적 가치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실제로 어린이 교통안전은 안전용품 보급뿐 아니라 스쿨존 환경 개선, 불법 주·정차 관리, 운전자 안전의식 제고, 교통안전 교육 등이 함께 이뤄질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된다. 안전우산은 이러한 노력의 한 축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대신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기업 사회공헌의 방향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봉사활동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사회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지역사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하는 방식이 ESG 우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일회성 이벤트보다 지속성과 사회적 파급효과를 중시하는 흐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SM신용정보 관계자는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고 성숙한 교통문화 정착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이번 활동을 마련했다"고 전했다.이번 활동이 단발성 봉사에 그치지 않고 어린이 교통안전 문화 확산과 연계한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SG 시대 기업 사회공헌의 가치는 '무엇을 기부했는가'보다 '어떤 사회적 변화를 꾸준히 만들어냈는가'에서 평가받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7-24 07:04:16 정민오
  • [시론] 시민들에게 공휴일로 변해간 7월 17일 제헌절, 가인(街人) 김병로가 남긴 뼈아픈 질문
    사회 일반

    [시론] 시민들에게 공휴일로 변해간 7월 17일 제헌절, 가인(街人) 김병로가 남긴 뼈아픈 질문

    - 사법부 독립의 초석을 다진 가인 김병로의 삶 - 권력의 파도 앞, 무릎 꿇지 않은 헌법의 방파제
    매년 7월 17일 제헌절이 다가오면 우리는 습관적으로 헌법의 의의를 말한다. 그러나 달력 위의 붉은색 날짜만큼이나 헌법은 우리 일상에서 쉬는 공휴일 또는 무채색의 텍스트로 잊혀가고 있다. 헌법을 권력 지형을 바꾸는 정치적 도구나 법전에 갇힌 박제된 문장으로 여길 때, 민주주의의 근간은 소리 없이 흔들린다.지나쳐가는 제헌절의 길목에서 우리가 반드시 소환해야 할 한 인물이 있다.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이자 '사법부의 수호자'로 불리는 가인(街人) 김병로(1887~1964) 선생이다. 그가 평생을 바쳐 지키고자 했던 행적을 추적하는 것은, 헌법의 진짜 가치를 잃어버린 오늘날의 우리 사회와 미래 세대에게 가장 정직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권력의 파도 앞, 무릎 꿇지 않은 헌법의 방파제가인 김병로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 사법부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의 대한민국은 신생 독립국 특유의 혼란과 독재 정권의 권력 집중으로 헌법 정신이 언제든 유린당할 수 있는 위태로운 시기였다.그의 진가는 서슬 퍼런 정권의 압력 앞에서 드러났다.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이 정권 연장을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의원들을 강제 연행한 '부산정치파동' 당시, 가인은 법관들에게 단호하게 지시했다. "정치권력의 압력에 굴하지 말고, 오직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소신껏 재판하라." 이승만 대통령이 정부의 뜻을 거스르는 사법부를 향해 "헌법에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게 되어 있다"며 불쾌감을 표하자, 가인은 "이의 있으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고소하시오"라는 서릿발 같은 일갈로 맞받아쳤다. 권력이 헌법을 뛰어넘으려 할 때, 가인은 스스로 헌법의 방파제가 되어 삼권분립의 원칙과 국민의 기본권을 사수해 냈다.청렴과 지공무사(至公無私), 법치주의의 도덕적 기틀헌법은 제정되는 것보다 이를 운용하는 이들의 '도덕적 엄숙함'에 의해 그 생명력이 유지된다. 가인은 이를 몸소 실천한 인물이었다. 6·25 전쟁 중 포탄 파편에 맞아 한쪽 다리를 절단하는 고통 속에서도 의족을 짚고 법원에 출근하며 자리를 지켰다. 국가 예산이 부족해 법관들의 봉급이 쌀 한 가마니 값도 되지 않던 시절, 그는 판사들에게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부정부패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며 청렴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예산을 아끼기 위해 추운 겨울 집무실에 불도 피우지 않은 채 누더기 솜바지를 입고 재판 업무를 보았다. 그가 보여준 지공무사(至公無私·지극히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음)의 자세는 헌법 제11조 '법 앞의 평등'을 지키기 위한 법조인의 최소한의 양심이었다. 헌법을 수호하는 이가 스스로 청렴하지 못하면 법의 권위는 추락하고, 결국 국민이 법을 믿지 못하는 무법천지가 된다는 것을 그는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헌법을 잊은 사회, 미래 세대가 마주할 위기오늘날 우리 사회는 가인이 살았던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사법부 독립을 대놓고 흔드는 독재 권력도 표면적으로는 사라졌다. 그러나 헌법의 가치는 또 다른 방식으로 위협받고 있다.극단적인 진영 갈등은 '나와 다른 생각'을 헌법적 가치 속에서 포용하기보다 혐오와 배제로 밀어낸다. 다수의 힘으로 소수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헌법이 명시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제10조)'가 돈과 효율성이라는 물질적 잣대에 밀려 무색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미래 세대가 가인 김병로의 삶에서 얻어야 할 가장 큰 교훈은 ‘헌법은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헌법은 법전 속에 고이 모셔진 유물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 부당한 권력과 불의에 맞설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무기다.맺으며, '가인의 정신'으로 헌법의 먼지를 털어내자7월 17일 제헌절, 공휴일 여부를 떠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가인 김병로가 권력의 도끼날 앞에서도 당당히 펼쳐 들었던 그 헌법 책의 먼지를 다시 털어내는 것이다.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진정한 유산은 고층 빌딩이나 첨단 기술만이 아니다.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법치주의의 가치, 그리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제1조의 준엄한 약속을 신뢰하는 사회 분위기다. 78년 전 가인이 지켜낸 사법 자존과 헌법 정신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시대적 과제다.
    2026-07-09 07:23:42 정진욱
  • "만차라더니 빈자리"... 서울역 KTX 고객주차장 운영 논란
    사회 일반

    "만차라더니 빈자리"... 서울역 KTX 고객주차장 운영 논란

    철도 이용객·친환경차·장애인·국가유공자·경차 등 할인 혜택 사실상 무력화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서울역 KTX 빌딩 주차장을 이용하려던 철도 이용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입구에서는 '만차, 회차 바랍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직원까지 나와 차량 진입을 통제했지만, 정작 주차장 내부에는 빈 주차면이 남아 있는 모습이 확인됐기 때문이다.이용객들은 "빈자리가 있는데도 일률적으로 만차 안내를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운영 방식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역 KTX 빌딩 주차장은 서울역에서 유일하게 철도 이용객과 친환경차, 장애인, 경차 등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주차장이다. 해당 주차장 외에 서울역 지하에 위치한 공항철도 주차장과 서울역사 지상에 위치한 롯데마트 주차장의 경우 할인 혜택이 없고 1일 주차요금이 4만원이다.서울역 KTX 빌딩 주차장의 1일 주차요금은 2만5천 원이다. KTX를 이용하면 30%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 국가유공자, 장애인, 경차 등은 50% 할인 대상이다. 반면 서울역 주변의 다른 주차장들은 대부분 민영 주차장으로 운영돼 KTX 이용객 할인과 친환경차, 경차 등의 모든 할인이 적용되지 않으며, 하루 주차요금도 4만 원 수준이다. 실제 3일 동안 차량을 주차한다고 가정하면 차이는 더욱 커진다.• 서울역 KTX 빌딩 주차장 : 7만5000원• KTX 이용객 30% 할인 적용 시 : 5만2500원• 친환경차 50% 할인 적용 시 : 3만7500원• 민영 주차장(하루 4만원 기준) : 12만원즉, 3일 기준으로 보면 KTX 할인만 받아도 6만7500원, 친환경차 할인 대상이라면 8만2500원까지 차이가 발생한다.이처럼 할인 혜택이 큰 만큼 이용객들이 서울역 KTX 빌딩 주차장을 선호하기에 만차가 빠르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빈자리가 있음에도 입장을 제한할 경우 이용객들은 할인 혜택 자체를 받을 기회를 잃게 된다. 한편 해당 주차장 옆에 위치한 서울역 지하에 위치한 공항철도 주차장은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시설이라는 이유로 철도 이용객 할인이나 친환경차 등 주차요금 할인 혜택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주차 수익 확보를 위한 것인지, 관리 편의를 위한 운영 방식인지에 대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질의했으나 답변 받지 못했다.이용객들은 "빈자리가 있는데도 왜 만차라고 안내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철도 이용객을 위한 할인제도가 현장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코레일 측이 안전이나 차량 회전율, 혼잡 등의 이유로 주차장 진입을 제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실제 빈 주차면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만차'를 안내하는 운영 방식은 이용객들의 혼란과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또한 철도 이용객과 친환경차 이용 등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할인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이용객들이 납득할 수 있는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7-02 11:05:24 정민오
  • "수사 중인데 공연 가능한가?"…싸이 사례로 본 연예인 활동의 법적 기준
    공연/전시

    "수사 중인데 공연 가능한가?"…싸이 사례로 본 연예인 활동의 법적 기준

    대리처방 혐의로 검찰 송치에도 '싸이 흠뻑쇼' 개막…수사와 연예활동은 어디까지 별개일까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최근 가수 싸이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알려졌지만, 그의 대표 공연인 '싸이흠뻑쇼(SUMMERSWAG) 2026'는 예정대로 막을 올렸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수사를 받고 있는데 흠뻑쇼 공연을 해도 되는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결론부터 말하면 현행 법체계에서는 가능하다.싸이는 향정신성의약품을 가족이나 매니저 등을 통해 대신 처방받아 수령한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경찰 수사를 거쳐 검찰에 송치됐다. 다만 현재는 수사와 법률 검토가 진행 중인 단계로, 법원의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우리나라 형사사법 절차는 수사와 재판, 유죄 확정을 엄격하게 구분한다.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피의자나 피고인을 범죄자로 단정할 수 없으며, 단순히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직업 활동을 제한하기도 어렵다.공연 역시 마찬가지다. 특별한 법원의 명령이나 구속, 출국 제한 등 공연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정이 없는 한 공연을 취소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여기에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대형 콘서트는 공연장 대관, 수백 명의 스태프와 협력업체, 수만 명의 관객 예매 등이 얽힌 대규모 계약이다. 수사만을 이유로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할 경우 오히려 막대한 계약상 손해배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법적 가능성과 사회적 평가는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실제로 연예인의 수사 사실이 알려질 경우 활동 여부는 법률보다 여론과 시장의 판단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배우 유아인은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면서 출연 작품의 공개가 연기되거나 편집이 이뤄졌고, 광고와 방송 활동도 사실상 중단됐다. 이는 법원의 활동 금지 명령 때문이 아니라 투자사와 제작사, 광고주의 리스크 관리 판단이 크게 작용한 사례로 평가된다.반면 가수 김호중은 음주 뺑소니 사건 당시 공연을 강행했지만 이후 구속되면서 예정된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구속 상태에서는 공연을 이어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결국 연예인의 활동 여부는 수사 단계 자체보다 ▲기소 여부 ▲구속 여부 ▲법원의 판단 ▲사회적 여론 ▲소속사와 제작사의 경영 판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싸이 사례 역시 이러한 기준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검찰 송치 사실만으로 공연을 중단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으며, 흠뻑쇼 역시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이번 사례는 '수사를 받는 것'과 '연예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법은 무죄추정 원칙을 존중하지만, 대중문화 산업에서는 여론과 기업의 판단이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한다. 결국 연예인의 활동은 법적 기준과 사회적 평가가 함께 영향을 미치는 영역인 셈이다.오정훈 변호사는 "검찰 송치와 유죄 판결은 전혀 다른 단계이며, 특별한 제한 조치가 없는 한 공연을 계속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대중의 신뢰와 시장의 평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6-29 07:01:51 정민오
  • '배움인가 인맥인가'…수백만원 내고 대학 최고위과정 찾는 이유는?
    교육

    '배움인가 인맥인가'…수백만원 내고 대학 최고위과정 찾는 이유는?

    교육·네트워크·브랜드 가치(간판) 복합 작용
    "강의를 들으러 갔지만, 결국 사람을 만나러 가게 된다"국내 주요 대학들이 운영하는 최고위과정이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 경영자와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시작된 최고위과정은 최근 인공지능(AI), ESG, 문화예술, 미디어,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며 수강생층도 넓어지고 있다.과정에 따라 한학기 수강료가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을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모집 정원을 채우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대학 최고위과정을 찾는 것일까.배움과 인맥이 만나는 공간인 최고위과정은 원래 기업 경영자와 사회 지도층을 대상으로 최신 산업 동향과 경영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교육 기능과 함께 인적 네트워크 형성의 장이라는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다.일부 인기 최고위과정의 경우 모집 시작 직후 정원이 마감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고위과정을 찾는 이유는 네트워크만이 아니다. 대학 브랜드가 주는 상징적 가치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비록 정규 학위를 수여하는 과정은 아니지만 대학 총장 명의의 수료증을 받고 해당 대학의 원우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경험 자체를 하나의 성취이자 자산으로 여기는 수강생들도 많다.모 대학 최고위과정 수료생은 "학위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 총장 명의 수료증을 받으면 나름의 만족감이 있다"며 "업무상 활용 여부를 떠나 명문대 캠퍼스에서 공부했다는 경험과 대학 브랜드가 주는 상징성이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또 다른 수료생이자 중소기업 대표는 "처음에는 강의를 듣고 싶어서 등록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과의 교류가 더 큰 자산이 됐다"며 "같은 기수 원우들 가운데 거래처가 된 분도 있고 사업상 조언을 주고받는 관계도 생겼다. 최근 트렌드 강의와 네트워크를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최고위과정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학 입장에서도 중요한 평생교육 사업대학 입장에서도 최고위과정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평생교육 사업은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동시에 사회 각 분야 인사들과 대학을 연결하는 중요한 창구 역할도 수행한다.모 대학 최고위과정 관계자는 "최고위과정은 일반 대학원과 달리 특정 분야 전문가와 경영자,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최신 이슈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니라 학습과 네트워크가 함께 이뤄지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최근에는 AI, 온라인마케팅, ESG, 문화콘텐츠 등 산업 변화에 맞춘 교육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수강생들도 단순히 명함을 교환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 협업과 정보 교류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배움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도반면 최고위과정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일부 최고위과정 수료생들은 강의보다 친목 활동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한다. 원우회 행사나 각종 모임, 해외연수 등이 강조되면서 정작 교육 본연의 목적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한 전문직 종사자는 "강사 특강은 흥미로웠지만 짧은 시간이라 체계적으로 배우는 느낌은 부족했다"며 "강의보다 사람을 만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쓰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이어 "인맥 형성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만족도가 높겠지만 전문성을 깊게 공부하려는 사람이라면 기대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실제로 일부 과정에서는 골프 모임이나 친목 행사, 원우회 활동 등이 주요 프로그램으로 인식되면서 "교육과 사교 모임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전문가들은 최고위과정의 가치를 단순히 교육 또는 인맥이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고려대에서 AI 온라인마케팅 최고위과정을 운영하는 이영현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교육은 지식 습득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기능도 수행한다"며 "최고위과정의 경쟁력은 실질적인 기업 경영의 애로사항을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과 원우간 상생 네트워킹이 원활하게 운영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과거 최고위과정이 대학의 간판과 인맥 중심으로 평가됐다면 최근에는 산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콘텐츠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단순히 '누구를 만나느냐'를 넘어 '무엇을 배우느냐'가 함께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결국 대학 최고위과정은 교육과 네트워크, 대학 브랜드 가치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사회적 플랫폼에 가깝다. 수백만 원의 비용을 투자하는 수강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대학이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앞으로 최고위과정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6-22 20:37:05 정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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