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유사한 보증금 미반환 사고에서는 서울시가 보증금을 먼저 지급한 뒤 경매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지만, 이번에는 사업 구조가 다르다는 이유로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입주자 입장에서는 같은 서울시 사회주택에서 발생한 보증금 피해인데 사업 유형에 따라 구제 속도와 방식이 달라지는 셈이다.
서울시의회 정진철 의원(사진)은 11일 열린 제338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폐회 중 주택공간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사회주택 관련 긴급 현안 업무보고를 받고, 녹색친구들 사회주택 보증금 미반환 피해에 대해 서울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105개 사업장·1,793호 운영…신규 공급은 2022년 이후 중단
서울시 사회주택은 2015년 청년과 신혼부부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민관 협력 방식으로 도입됐다. 서울시가 이날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사회주택은 총 105개 사업장, 7개 유형, 1,793호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입주자 보호 측면에서 한계가 드러나면서 2022년 8월 이후 신규 공급은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사업이 사실상 축소된 이후에도 기존 입주자들의 보증금 반환 위험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토지임대부와 리모델링·매입형 사회주택 등 5개 사업장, 26세대에서도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서울시는 약 14억 원의 보증금을 먼저 지급한 뒤 경매를 통해 SH공사가 해당 주택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피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번엔 토지지원리츠…서울시 “HUG·국토부 역할 필요”
이번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한 사업은 토지지원리츠 방식이다.
해당 리츠는 SH공사와 주택도시기금이 1대 2 비율로 출자한 구조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리츠 사업 구조상 대주주 측의 의사결정이 필요해 과거 토지임대부 사업과 같은 방식으로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현재 HUG와 국토부에 해당 주택의 매입을 요청하고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철 의원은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앞서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울시가 보증금을 선지급하고 경매를 통해 해결한 것 아니냐”며 유사한 피해가 반복된 점을 지적했다.
이에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 직무대리는 “보증금 미반환이라는 상황은 같지만 토지임대부 사업은 서울시와 SH공사가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던 반면, 리츠 사업은 구조가 달라 국토부나 HUG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업 구조가 다르다’는 설명, 피해 청년에게 충분한가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사업 구조의 차이를 입주자에게 어디까지 감수하게 할 것이냐다.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토지임대부와 리츠 사업의 법적 구조와 의사결정 권한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입주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계약한 주택이 서울시가 정책적으로 추진한 사회주택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정 의원 역시 “사업 구조가 다르더라도 청년들은 서울시를 믿고 계약한 것 아니냐”며 “서울시가 직접 매입할 권한이 없더라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피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가 국토부와 HUG에 공문을 보내는 데 그치지 말고 피해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결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 실장 직무대리는 이에 “국토부와 HUG에 더 적극적으로 요청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전문가 “공공임대 성격 강할수록 입주자 보호 장치 먼저 설계해야”
주거정책 전문가들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임대주택 사업일수록 사업 구조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입주자 보호 장치를 사전에 더 명확히 설계해야 한다고 본다.
공공기관과 민간 운영사, 리츠, 기금 등 여러 주체가 참여하는 구조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와 의사결정 권한이 분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보증금 반환과 같이 세입자의 주거 안정과 직결되는 문제는 ‘누가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가’를 따지는 데 시간이 소요될수록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주거정책 분야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사업 유형별로 보증금 반환 책임 주체와 비상 대응 절차를 사전에 명확히 규정하고, 운영사의 재무 상태가 일정 기준 이하로 악화될 경우 공공이 조기에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자들이 서울시와 SH공사, HUG, 국토부를 각각 찾아다니지 않도록 단일 대응 창구를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반복되는 보증금 사고…‘공공이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 다시 묻는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일부 사회주택의 보증금 반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5개 사업장 26세대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고, 서울시가 약 14억 원을 선지급해 해결한 전례가 있었음에도 또다시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관리체계 전반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업 방식이 달라질 때마다 피해자 구제 방식도 달라지는 구조라면 입주자는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회주택에 들어갔는지에 따라 보호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공공이 만든 주거정책에서 이런 차이가 발생한다면 제도의 신뢰도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청년에게 중요한 것은 ‘리츠 구조’가 아니라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에는 사업 구조와 권한의 차이가 중요하다. 하지만 피해 청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낸 보증금을 언제 돌려받을 수 있느냐다.
서울시가 직접 매입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 법적으로 타당하더라도, 그 설명만으로 피해자의 금융 부담과 주거 불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공이 참여한 사업일수록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먼저 나서고, 어떤 절차로 피해자를 보호할 것인지가 사전에 정해져 있어야 한다.
과거 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한 차례 겪고도 비슷한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면 이번에는 개별 사업장의 문제 해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주택 전체의 위험 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운영사의 재무 상태를 얼마나 자주 확인했는지, 보증금 보호장치는 제대로 작동했는지, 위험 징후가 나타났을 때 서울시와 SH공사가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은 충분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또 토지임대부, 리츠 등 사업 유형별로 입주자 보호 수준이 달라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공통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공주택 정책의 신뢰는 공급 물량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공이 얼마나 빠르고 책임 있게 입주자를 보호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번 사회주택 보증금 미반환 사태 역시 ‘누가 권한을 갖고 있느냐’를 따지는 행정 논리를 넘어, 피해 청년들의 보증금을 얼마나 신속하게 돌려줄 수 있느냐로 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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