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 자재 가격 상승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미분양 적체 등으로 인해 대형 건설사들조차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시점이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시장에서는 기대감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이 당면한 본업의 경쟁력 강화와 재무 안정성 확보 대신 무리한 ‘딴짓 경영’에 나서며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자본금 4억 5000만 원 규모 ‘스튜디오푸르지오’ 설립
건설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10월 콘텐츠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법인인 ‘스튜디오푸르지오’를 전격 설립했다. 초기 자본금은 4억 5000만 원 규모로 대우건설이 지분 100%를 전량 보유한 자회사다.
해당 법인의 등기상 사업 목적을 살펴보면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제작 및 배급업은 물론 지식재산권(IP) 관리와 콘텐츠 투자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광범위한 사업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대우건설은 법인 설립에 그치지 않고 실제 영화 투자 계약까지 체결하며 실행에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기준 약 4억 3000만 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 계약을 맺었으나, 투자 대상 작품명이나 상대방 등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자본시장과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전형적인 주택 건설 기업이 왜 굳이 막대한 변동성을 가진 영화 시장에 직접 투자를 단행하느냐”는 의문이 섞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사업 초기 단계임을 감안하더라도, 본업인 건설업의 업황이 최악을 달리는 상황에서 굳이 별도 법인까지 설립해가며 수익성이 불투명한 신사업에 한눈을 파는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보기술(IT) 기업이나 유통 대기업이 아닌 대형 건설사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발을 들이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매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과 같은 문화 콘텐츠 산업은 흥행 여부에 따라 극단적인 모 아니면 도 식의 손익 변동성을 지닌 고위험 사업군이기 때문이다.
다년간의 노하우를 가진 전문 제작사들조차 수백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무너지는 미디어 시장에서, 건설업을 모태로 하는 대우건설이 과연 어떠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팽배하다.
물론 대우건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이들은 이번 법인 설립을 두고 아파트 브랜드인 ‘푸르지오’의 타깃층을 낮추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브랜드 젊음화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최근 주요 건설사들이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공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거나 브랜드 웹드라마, 단편 감성 필름 등을 자체 제작하는 흐름이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통상 본사 홍보팀이나 마케팅 부서의 예산 범위 내에서 대행사를 통해 소규모로 소화하는 영역이다. 마케팅을 목적으로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하고 지분 투자까지 감행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 확장이자 방만 경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우건설이 중흥그룹에 편입된 이후 상대적으로 희석된 독자적인 브랜드 존재감을 다시금 키우기 위해 이 같은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우건설의 핵심 자산인 ‘푸르지오’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대외적인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혹하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아파트의 브랜드 가치는 화려한 미디어 콘텐츠나 홍보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입주민들이 체감하는 아파트의 시공 품질과 철저한 하자 보수, 그리고 재무적 실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내 주택 시장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서울 강남권 및 주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시장에서 푸르지오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다소 위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GS건설의 ‘자이’,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DL이앤씨의 ‘e편한세상’ 등 전통의 최고 선호 브랜드들과 비교했을 때, 최근의 푸르지오는 소비자 브랜드 평판이나 강남권 수주 실적 면에서 다소 한 수 아래로 밀리는 열세를 보이고 있다.
본업인 아파트 품질 제고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 다지기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라는 의미다.
결국 대우건설이 지금 집중해야 할 곳은 영화 투자처 발굴이 아니라 주택 현장의 안전 관리와 미분양 리스크 해소라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건설사들이 본업의 성장성이 둔화될 때마다 문화 사업이나 플랫폼, 이종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 실질적인 이익을 내지 못하고 기업 이미지 소비와 자금 낭비로 끝난 사례가 허다했다”며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 전체가 살얼음판을 걷는 위기 상황에서 시장과 주주들이 대우건설에 원하는 것은 영화 흥행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재무 안정성과 철저한 미분양 관리 능력”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단기적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한 사업이라기보다, 진정성 있는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기적 재무 성과를 넘어, 사회 구성원들과 문화적 가치를 함께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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