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환경=김정희 기자] 기후변화를 설명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숫자는 1.5다. ‘지구 평균 기온 1.5도 상승’과 같은 주제가 흔히 거론된다. 점점 지구 온도가 상승 중인 가운데 1.5도 상승하면 엄청난 재앙이 몰려올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치만으로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공포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실제로 기후변화가 우리 환경을 위협하는 핵심은 온도의 상승뿐만 아니라 예측 불가능해지는 기후의 불규칙성에도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더워지는 현상이 아니다. 계절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여름에는 매년 이례적인 더위가 찾아오고, 겨울은 점점 늦게 우리를 찾아오는 것. 과학적으로 말하면 이는 기후 시스템의 안정성이 붕괴되는 과정에 가깝다.
문제는 예측이 불가능한 변동성에 극도로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농업은 ‘언제 비가 오느냐’에 의존하고 전력망은 ‘폭염이 며칠 지속되느냐’에 따라 붕괴될 수 있으며, 도시 인프라는 ‘한 번의 극단적인 폭우’를 견디지 못해 마비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의 본질은 ‘더운 세상’이 아니라 ‘규칙이 사라진 세상’이다. 우리는 예측이 가능한, 비교적 안정적인 기후 패턴을 전제로 살아왔지만, 점점 그 규칙이 무너지고 있다. 위험은 예측할 수 있을 때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기후 재난은 과거 데이터가 더 이상 미래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존 대비 체계를 무력화하고 있다.
홍수 방지 시설은 과거 최대 강수량을 기준으로 설계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한 지역에서 이전 기록을 훨씬 뛰어넘는 폭우가 반복되면 모든 기준은 의미를 잃는다. 농가를 예로 들면 ‘예년보다 조금 늦게 파종하자’는 전략으로는 더 이상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불규칙한 기후는 보험과 식량 안보, 에너지 시스템처럼 사회의 안전장치를 동시에 흔들 수 있다. 위험이 잦아질 뿐 아니라 계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불규칙성은 자연재해에 그치지 않는다. 식량 생산의 변동성은 곧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사회 전반적인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 기후 위기로 지구의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은 우리 역시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불규칙한 기후는 개인의 일상부터 국가의 경제 시스템까지 동시에 흔들고 한 번의 극단적인 사건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길 수 있다. 기후변화의 공포는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익숙하게 의존해 온 ‘내일도 오늘과 비슷할 것’이라는 가정이 무너지는 데 있다.
기후변화를 막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후가 불규칙해질수록 우리의 삶은 점점 더 통제 불가능한 위험에 노출된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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