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지 않는 털의 비밀’…북극곰이 추위에 적응한 방법 

김정희 발행일 2025-12-24 21:24:59

추운 겨울 하면 떠오르는 대표 동물은 바로 북극곰이다. 하얀 털에 까만 눈까지 인형처럼 생긴 북극곰은 다양한 캐릭터 등으로 접할 수 있고, 우리에게 그만큼 친숙한 동물이다. 이런 가운데 북극곰을 보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눈 위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일까?’라는 질문이다.

국립생태원은 이와 같은 질문에 답을 전하며 북극곰의 털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밝혔다. 어떤 비밀일까? 하얀 눈처럼 보이는 북극곰의 털은 사실 미세한 유리관 형태로 되어 있어 투명하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얀색 털로 보이는 것일까? 투명한 털에 햇빛이 들어가면 빛이 산란하면서 우리의 눈엔 하얗게 보이는 것이라고. 유리관 같은 털 덕분에 북극곰은 추운 북극에서도 체온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유리관처럼 속이 비어 있는 털 안에 공기가 머물러 단열층을 만들고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해서 열 손실을 줄이고 보온 효과가 높아진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포유류복원팀 우동걸 선임연구원은 “(북극곰이) 얼음 위에서 몸을 비비고 털을 털어내고 혀로 핥는 행동을 많이 한다. 남아 있는 물기를 빠르게 제거하려는 행동으로 보인다”며 북극곰 털의 보온성은 털 자체의 성질과 북극곰의 행동이 합쳐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북극곰의 털에는 또 다른 비밀이 있다. 차가운 물에서 헤엄을 치고 나와도 혹은 눈 위에서 뒹굴어도 전혀 얼지 않기 때문이다. 털이 얼지 않는 건 특별하게 진화된 북극곰의 털에 그 이유가 숨어있다고 한다.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교 보딜 홀스트 교수 등을 포함한 국제연구진은 북극곰의 털이 잘 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빙하 위에서도 쉽게 미끄러진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에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서 채집한 북극곰 6마리의 털 샘플, 인간의 머리카락, 세척한 후 기름기를 제거한 북극곰의 털 등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인체 모발과 세척한 북극곰의 털이 평범한 북극곰의 털보다 접착력이 4배 가까이 높았다. 그 이유는 북극곰의 털에 있는 특별한 피지 덕분이라고. 다른 동물이나 인간의 머리카락에는 ‘스쿠알렌’이라는 끈적한 성분이 많아서 얼음이 잘 붙지만, 북극곰의 털 기름에는 그 성분이 거의 없고 콜레스테롤이나 디아실글리세롤 같이 미끄러운 성분이 많아 물방울이 얼음으로 바뀌려 해도 툭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추위에 적응하며 진화한 북극곰은 특이한 털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저장을 위해 지방이 풍부한 먹이도 섭취한다. 북극곰은 체중의 약 50%를 지방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지방이 풍부한 물범을 주 먹이로 사냥한다. 하지만 최근 북극곰의 식생활이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할 문제다.

기후변화로 바다의 얼음이 점차 줄어들면서 북극곰들은 얼음 구멍을 찾아 사냥하기가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먹이를 찾아 장거리 수영을 하며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다. 수영하는 횟수가 잦아지면 털이 젖기 때문에 단열 효과가 떨어진다. 특히 어미의 등에 올라타 수영을 하는 새끼들은 체온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바다 얼음이 녹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추운 환경에 적응하며 북극에서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점점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 국립생태원은 ‘그들은 과연 언제까지 북극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하지만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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