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사실상 만장일치 부결…이제 ‘학생 인권 vs 교권’ 대립 넘어야

이정윤 발행일 2026-08-27 13:59:36
재적의원 118명 중 반대 117명·기권 1명…폐지조례안 부결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싸고 이어져 온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을 사실상 만장일치로 부결하면서 앞으로의 과제는 조례의
존폐를 넘어 학생의 기본권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어떻게 함께 보호할 것인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김호진 위원장(사진)은 25일 열린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 재의의 건’이 최종 부결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날 표결에서는 재적의원 118명 가운데 반대 117명, 기권 1명으로 폐지조례안이 부결됐다.


김 위원장은 “시의회의 결정은 학생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학교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성숙하고 현명한 판단”이라며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학생과 서울교육의 미래를 바라본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제11대 서울시의회에서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혼란과 갈등이 반복됐다”며 “이번 의결은 사회적 갈등을 끝내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제12대 서울시의회의 의지를 보여준 결과”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학생 인권과 교권을 서로 충돌하는 개념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학생의 기본적 인권 보장과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는 어느 한쪽을 억누르고 배척해야 하는 대립 가치가 결코 아니다”며 “학생의 인권과 교권이 함께 존중되고 보호받는 서울교육을 만들기 위해 교육위원회에서 의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전문가 “학생 인권·교권, 제로섬으로 접근하면 학교 갈등 반복”

교육전문가들은 이번 부결을 학생인권조례 논쟁의 ‘종료’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학교 현장의 구체적인 갈등을 해결할 제도적 기준을 다시 정비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학생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과 교사가 정당하게 생활지도하고 수업권을 보장받는 것은 반드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며, 학생에게 권리가 있는 것처럼 학교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책임과 규칙도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업 방해,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 불응, 학생 간 폭력이나 괴롭힘 등 학교 현장에서 실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학생 인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돼서도 안 되고, 반대로 생활지도라는 명분으로 학생의 기본적인 권리가 침해돼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교육전문가들은 “학생 인권과 교권을 어느 한쪽이 강화되면 다른 한쪽이 약화되는 제로섬 관계로 바라보는 접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학생의 권리와 책임, 교사의 교육활동 권한과 한계를 학교 구성원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현장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또 학생·교사·학부모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을 때 개별 교사나 학교가 모든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교육청 차원의 분쟁조정과 법률·행정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17대 0 이후가 더 중요하다

이번 표결에서 주목되는 것은 압도적인 숫자다. 폐지에 반대하는 표가 117표였고 찬성표는 없었다.

그러나 표결 결과만으로 지난 수년간 학교 현장에서 제기돼 온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학생인권조례를 유지한다고 해서 교권 침해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조례를 폐지한다고 해서 교실의 질서와 교사의 교육활동이 저절로 회복되는 것도 아니다.

이제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이 답해야 할 질문은 ‘학생인권조례를 없앨 것인가, 지킬 것인가’가 아니라 ‘학생과 교사가 함께 존중받는 교실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여야 한다.

학생에게는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동시에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존중해야 할 책임도 따른다. 교사 역시 정당한 생활지도와 수업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그 권한은 학생의 기본적 인권을 존중하는 범위에서 행사돼야 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선언적인 ‘학생 인권 보호’나 ‘교권 강화’만이 아니다. 수업 방해와 생활지도 불응, 교권 침해, 학생 인권 침해 등 실제 학교에서 발생하는 상황별 기준을 보다 분명하게 만들고 갈등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중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은 이번 표결로 일단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이제 의회와 교육당국의 역할은 찬반 논쟁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육권이 함께 작동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를 만드는 데 있다.

117대 0이라는 표결보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학생도 보호받고 교사도 보호받는 교실을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이번 결정의 진정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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