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안 빠지는 투수블록에 혈세 1,218억”…전국 부실 시공·관리 전면 조사

이정윤 발행일 2026-08-27 12:02:13
‘무늬만 투수블록’에 국민 세금 샜다…부실 납품·시공·관리 전면 조사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 국회에서 투수블록의 부실 시공·납품과 관리 실태에 대한 전국적인 점검 필요성이 제기된 가운데, 정부가 처음으로 전국 단위 투수블록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 사진자료 (AI 생성 이미지)

 단순히 제품 성능만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주·계약부터 시공, 준공검사,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박지원 의원(전북 군산·김제·부안을)은 예결위 질의를 통해 “국무조정실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투수블록과 관련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정부도 전국적인 조사 필요성에 공감했다. 국무조정실은 조사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도 각각 지방계약의 적정성과 시공 현황 등을 살펴 종합적인 실태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달청 역시 불공정 조달 행위 조사 기능을 활용해 투수블록 생산·납품 과정의 문제점을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사는 박 의원실이 최근 시공된 투수블록 현장에서 직접 채취한 시료를 공인 시험기관에 의뢰한 결과, 일부 제품의 실제 성능이 납품 당시 성적서와 다르거나 빗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는 사례를 확인하면서 추진됐다.

투수블록은 블록 내부의 미세한 공극을 통해 빗물을 지하로 침투시켜 도심 침수 위험을 낮추고 물순환을 개선하기 위한 시설이다.

그러나 설치 이후 투수 성능이 떨어지거나 처음부터 기준에 미달한다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일반 보도블록보다 높은 비용을 부담할 이유가 사라진다.

박 의원실 조사에서는 물 빠짐이 미흡하거나 사실상 투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제품이 확인됐으며, 설치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현장에서도 납품 성적서상의 성능 등급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의원실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공공부문의 투수블록 발주 규모는 1,218억 원에 달하며 2년 만에 44% 증가했다. 민간에서도 생태면적률 제도 등의 영향으로 투수블록 설치가 확대되는 만큼 ‘부실 제품·부실 수주·부실 시공·부실 관리감독·부실 감사’ 등 이른바 ‘5대 부실’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 관리도 도마 위…“준공검사로 끝나는 구조 바꿔야”

이번 사안에서 제품과 시공업체만 문제 삼아서는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당수 공공 보도와 광장, 공원 등에 설치되는 투수블록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거나 관리하는 시설인 만큼 지자체의 검사와 사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수블록은 시공 직후 성능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흙과 먼지, 미세입자 등이 공극을 막아 투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설치 후에도 주기적으로 성능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공극 청소 등 적절한 유지관리를 해야 한다.

문제는 현장에서 투수블록을 일반 보도블록처럼 취급해 ‘설치 완료와 준공검사’에 관리의 초점이 맞춰질 경우다. 납품 서류와 외관 위주의 검사만으로는 실제 현장에서 빗물이 어느 정도 침투하는지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준공 이후 투수 성능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기록하는 관리체계가 미흡하다면 시간이 지나 성능이 떨어져도 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결국 예산을 들여 설치한 투수블록이 사실상 일반 보도블록과 다르지 않은 상태로 방치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제품만 검사해선 안 돼…바닥 구조·시공·유지관리 함께 봐야”

도시 물순환 및 토목 분야 전문가들은 투수블록의 성능을 판단할 때 블록 제품 자체만 검사해서는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투수블록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투수 성능뿐 아니라 블록 아래 모래층과 쇄석층 등 하부 구조가 설계대로 시공됐는지, 시공 과정에서 공극이 막히지는 않았는지, 배수 구조가 적절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준공검사 단계에서 현장 투수시험을 실시하고, 이후 일정 기간마다 성능을 재측정하는 방식의 관리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제조업체가 제출한 시험성적서와 실제 시공 현장의 성능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강화해야 한다.

한 토목·물순환 분야 전문가는 “투수블록은 제품 성능만 좋다고 제 기능을 하는 시설이 아니다. 하부층 시공과 배수 구조, 시공 후 공극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전국 실태조사에서는 제품 시험성적서와 현장 성능을 비교하고, 발주·시공·준공검사·유지관리 단계별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전문가 발언은 특정 전문가의 실제 인터뷰 인용이 아니라 기사 구성을 위한 전문가 관점의 일반적인 정리인 만큼, 보도 시에는 실제 전문가 취재를 거쳐 실명과 발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몇 장 깔았나’보다 ‘얼마나 물이 빠지나’를 물어야

투수블록 문제의 핵심은 의외로 단순하다. ‘투수’라는 이름을 붙인 블록이라면 실제 현장에서 물이 빠져야 한다.

 그동안 공공사업은 투수블록을 몇㎡ 설치했는지, 사업비를 얼마나 집행했는지와 같은 정량적 실적에 집중하기 쉬웠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의 도시 침수 대책은 시설을 설치했다는 사실보다 실제로 기능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특히 최근 1년간 공공부문 발주 규모가 1,218억 원에 이른다면 문제는 더욱 무겁다. 일부 현장의 부실이 확인됐다고 해서 전국 사업 전체가 부실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시험성적서만 믿고 실제 현장 성능을 확인하지 않는 관행 역시 그대로 둘 수 없다.

정부의 전국 실태조사는 ‘불량 투수블록 찾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느 업체 제품인지뿐 아니라 누가 발주했고, 어떤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했으며, 누가 시공·감리·준공검사를 했는지, 지자체가 설치 이후 성능을 얼마나 점검했는지까지 추적해야 한다.

조사 결과 기준 미달 제품이나 부실 시공이 확인될 경우 하자보수와 교체, 계약상 책임, 조달 제재 여부 등을 명확히 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 성능검사와 사후관리 기준도 정비해야 한다.

박지원 의원은 “투수블록은 이름 그대로 빗물이 잘 빠져야 하는 시설인데, 정작 물이 빠지지 않는다면 국민 세금으로 설치한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침수 예방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면 단순한 품질 문제가 아니라 국민 안전과 예산 낭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전국 실태조사가 몇 군데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제품 품질과 납품 성적서, 실제 시공 상태, 발주·계약 과정, 준공 이후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국지성 집중호우와 도심 침수 위험이 커지고 있다. 투수블록은 보여주기 위한 친환경 시설이 아니라 실제 빗물을 받아내야 하는 도시 방재시설이다. 이제 평가 기준도 ‘얼마나 많이 설치했느냐’에서 ‘설치한 시설이 실제로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로 바뀌어야 한다.

최초 발주자도 조사 대상…“누가, 어떤 기준으로 도입했나”

전국 실태조사에서는 부실 투수블록 제품과 시공업체뿐 아니라 해당 제품을 공공사업에 처음 도입하거나 발주한 기관과 담당 과정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초 발주 당시 제품의 투수 성능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공인 시험성적서를 제대로 확인했는지, 납품된 제품과 시험성적서상의 제품이 동일한지, 준공검사 과정에서 실제 현장 투수 성능을 확인했는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

조사 결과 발주·검수 과정에서 관련 법령이나 계약조건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에는 그에 따른 행정·계약상 책임을 검토하고, 허위 시험성적서 제출이나 불공정 조달 등 위법 의혹이 발견될 경우에는 관계기관 조사 또는 수사 의뢰 여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최초 발주자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당시 적용된 법령과 조달 기준에 따라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는지, 제품의 성능 저하가 제조·납품·시공·유지관리 가운데 어느 단계에서 발생했는지를 먼저 규명해야 한다.

블록전문가들은 “투수블록 부실 문제는 제조업체만 조사해서는 원인을 찾기 어렵다”며 “최초 제품 선정부터 발주, 계약, 납품검사, 시공, 준공검사와 사후관리까지 이력을 추적하는 방식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번 전국 실태조사의 핵심은 ‘어느 업체 제품이 불량인가’를 찾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국민 세금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최초 발주 단계에서 어떤 판단이 내려졌고 이후 검수와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까지 확인해 문제가 발견된 단계별로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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