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와 부정을 적발하기 위한 감사의 독립성은 보장돼야 하지만, 감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직원에게 조사 기간 발생한 불이익까지 그대로 떠안게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이광희 의원(사진)은 지난 8월 31일 제339회 임시회 서울교통공사 업무보고에서 과거 장기간 감사와 외부기관 조사 과정에서 직원들이 입은 피해가 있는지 전수조사하고, 피해가 확인될 경우 원상회복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감사의 독립성을 인정하면서도 감사권 역시 공정성과 비례성,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원칙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직원이 장기간 조사를 받은 뒤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리됐음에도 조사 기간 교육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승진 등 인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주장을 거론했다.
문제는 감사가 장기화될 경우 최종 처분과 관계없이 당사자가 사실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이나 주요 보직, 승진 심사에서 직·간접적인 제약을 받았다면 사후에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이미 지나간 인사 시기와 경력상의 기회를 되돌리기 어렵다.
이 의원은 이에 따라 무혐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승진·교육·보직상 불이익 여부를 전수 확인하고 실제 피해가 드러날 경우 인사기록 정정과 교육기회 보장, 승진심사 과정에서의 불이익 해소 등 실질적인 회복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창근 신임 서울교통공사 상임감사도 업무보고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겠다”며 “객관적인 자료로 명확하게 입증된다면 그에 대한 구제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내부에서도 “감사 장기화는 직원뿐 아니라 조직에도 부담”
공사 내부에서도 감사 자체의 필요성과 장기간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감사는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이 나온다.
서울교통공사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공기업인 만큼 비위 의혹이 있다면 철저하게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감사나 조사가 지나치게 길어지면 당사자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며 “결국 무혐의로 끝나는 사안이라면 그동안 발생한 인사상 불이익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감사제도 안에서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내부 관계자는 “감사 대상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조직 내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감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당사자가 사실상 문제 직원처럼 인식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정상적인 조직 운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감사기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대규모 공기업의 경우 회계·계약·인사 등 복잡한 사안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순히 감사기간을 줄이는 것보다 장기화 사유와 연장 절차를 명확히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감사 독립성만큼 중요한 ‘절차적 통제’
이 의원은 이번 업무보고에서 ▲감사기간 장기화 방지 ▲감사 대상자의 소명권 보장 ▲외부기관 고발·수사의뢰 기준 명확화 ▲무혐의 직원의 인사상 불이익 회복 ▲개인정보 및 조사자료 외부 유출 방지 등을 제도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창근 상임감사는 현행 제도를 점검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 여부를 검토하고 결과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에 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논란에서 주목할 부분은 감사의 필요성 자체가 아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시민의 안전과 막대한 공공재정을 책임지는 지방공기업인 만큼 내부 비위나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오히려 엄격한 감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강한 감사권에는 그만큼 엄격한 절차가 따라야 한다.
의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장기간 조사를 이어가고 최종적으로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났는데도 당사자가 승진·교육·보직에서 손해를 봤다면, 단순히 ‘무혐의’라는 결론만으로 절차가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감사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인사상의 결과를 자동적으로 피해로 판단해서도 곤란하다. 실제 불이익이 감사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었는지 객관적인 인사자료를 통해 확인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전수조사가 추진된다면 누구에게 어떤 불이익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감사 착수부터 종료까지 걸린 기간, 장기화 사유, 외부기관 수사의뢰 여부와 결과, 감사기간 중 인사조치 등을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광희 의원은 “신임 감사 취임을 계기로 감사권이 특정인을 압박하거나 조직 내부 갈등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의심을 받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감사제도와 절차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피해 사실이 확인될 경우 실질적인 원상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서울교통공사가 풀어야 할 과제는 ‘감사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감사’를 만드는 일이다.
잘못이 있다면 신속하고 엄정하게 책임을 묻되,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직원에게 조사 자체가 장기간의 불이익으로 남지 않도록 하는 것. 감사권의 독립성과 직원의 방어권 사이에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서울교통공사가 마련해야 할 제도 개선의 핵심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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