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 “어른들, 질서 지켜주세요”… 아이들의 외침에 부끄러워진 대림동 골목

이정윤 발행일 2026-10-29 20:24:02
대림2동 대동초·주민·경찰 ‘산뜻한 마을만들기’ 캠페인 현장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지난 27일 아침,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다사랑어린이공원 인근 골목길에 앳되지만 당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크레파스로 눌러쓴 피켓을 든 대동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등굣길 주민과 통행인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홍보물을 건넸다. 무심코 담배꽁초를 바닥에 떨어뜨리려던 한 어르신은 아이들의 눈망울을 마주하곤 슬그머니 꽁초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날 펼쳐진 ‘산뜻한 마을만들기’ 캠페인은 행정기관의 뻔한 계도 활동과는 사뭇 다른 울림을 줬다. 대림2동은 다문화 가구와 유동 인구가 많아 쓰레기 무단투기, 길거리 흡연, 무단횡단 등 기초질서 위반 문제가 고질적인 지역 숙제로 꼽히던 곳이다.


단속이나 과태료 부과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했던 현장에 동네 어린이들이 직접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대동초 학생 30여 명은 대림지구대 경찰관, 마을 주민들과 짝을 이뤄 골목 구석구석을 누볐다. 아이들은 공원 벤치 밑과 화단에 방치된 쓰레기를 집게로 주워 담는 ‘플로깅(Plogging)’을 펼쳤고, 경찰관들은 등하굣길 통행 차량을 통제하며 안전망을 둘렀다.

현장에서 만난 한 어린이는 “우리가 매일 뛰노는 공원에 어른들이 버린 쓰레기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직접 치우니 뿌듯하기도 하지만, 다음부터는 어른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의 짧은 한마디는 무감각해진 어른들의 기초질서 의식을 정면으로 꼬집었다.

김은자 대림2동장은 “단속 위주의 행정보다 아이들이 건네는 진심 어린 목소리가 주민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훨씬 큰 힘을 발휘한다”며 “앞으로도 주민과 유관기관이 손잡고 쾌적한 마을을 만드는 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규제와 현수막으로도 해결하기 어렵던 골목의 무질서가 아이들의 작은 발걸음과 순수한 호소 앞에서 조금씩 균열을 내고 있다. '더 살기 좋은 동네'는 거창한 정책이 아닌, 아이들이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기본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대림2동의 아침 풍경이 묵직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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