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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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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가뭄에 공급망 위험 커져…OECD 열 스트레스 노출일 35% 증가
    세계

    폭염·가뭄에 공급망 위험 커져…OECD 열 스트레스 노출일 35% 증가

    OECD 회원국, 과거 기준기간보다 연평균 17일 늘어…농업·에너지·물류 차질 우려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폭염과 가뭄이 건강 피해에 그치지 않고 식량 생산, 발전, 운송과 국제 공급망을 함께 흔드는 경제 위험으로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6년 11월 5일 발표한 ‘기후행동 모니터 2026’에 따르면, 2021~2025년 OECD 회원국 인구가 겪은 연간 폭염 스트레스 일수는 1981~2010년 기준기간보다 35% 많았다. 이는 평균 1년에 17일이 늘어난 수준이다. 전 세계에서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날의 수도 기준기간보다 126% 증가했다. OECD는 또 OECD 회원국 인구의 약 절반이 매년 35도를 넘는 ‘더운 날’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이 지표는 폭염 스트레스 일수와 별도 지표다. 스트레스 지수는 기온뿐 아니라 습도와 바람, 일사량 등 인체가 느끼는 열 부담을 반영하므로, 단순히 기온이 35도를 넘은 날과 같은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토양의 물 부족은 농업에서 멈추지 않는다. OECD 회원국과 협력국의 농경지 토양수분은 2021~2025년 평균이 기준기간보다 2.6% 낮았다. 작물 생육에 필요한 수분이 줄면 주요 생산·수출 지역의 생산 차질이 식량 조달과 국제 공급망에 파급될 수 있다. OECD는 이 수치를 특정 국가의 수확량 감소율이나 식량 가격 상승률로 제시한 것은 아니다.가뭄은 전력과 물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강과 하천의 유량이 줄거나 수온이 높아지면 원전의 냉각 여건이 제한될 수 있고, 수력발전은 이용 가능한 물이 감소하면 발전량이 영향을 받는다. 내륙 수로의 수위가 낮아지면 선박 운항이 제한돼 운송비와 교역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위험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한 지역의 물 부족이 다른 지역의 조달과 운송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커진다.한국에 미칠 영향을 살필 때는 OECD 평균을 국내 수치처럼 적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26년 9월 2일자 한국 국가 브리프에서 2026/27 마케팅 연도 곡물 수입 필요량을 평년보다 약간 많은 1,670만t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옥수수 수입은 사료업계의 수요 등을 반영해 1,160만t으로 예상됐다. 이는 수입 규모 전망이지 기후변화로 인한 차질 예보가 아니지만, 주요 생산국의 가뭄이나 운송로 교란이 국제 거래에 번질 경우 한국의 수입 곡물 조달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배경이다.OECD는 기업이 운송 경로를 다변화하고 공급망 회복력을 높이는 한편, 정부와 지역사회가 폭염 대응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의 수치는 여러 나라의 기후 위험 노출을 비교한 지표다. 이를 한국의 폭염 증가량이나 국내 산업의 실제 손실로 곧바로 환산할 수는 없다. 다만 기후 적응을 보건·농업 정책에 한정하지 않고 에너지와 물류, 수입 조달까지 포함한 경제 회복력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6-11-06 13:45:37 유승철
  • ECB, 정책금리 동결…에너지발 물가 상승·성장 둔화 경계
    경제

    ECB, 정책금리 동결…에너지발 물가 상승·성장 둔화 경계

    예금금리 2.50% 유지…ECB “금리 경로 미리 정하지 않고 회의마다 판단”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방 위험과 경기 하방 위험을 함께 경고하면서도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ECB는 10월 29일 예금금리를 연 2.50%, 주요 재융자 금리를 2.65%, 한계대출금리를 2.9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세 금리 모두 지난 결정 수준을 이어갔다.ECB는 에너지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물가 전망에는 상방 위험, 성장 전망에는 하방 위험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번 충격이 얼마나 크고 오래 이어지는지에 따라 물가와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ECB는 에너지 가격의 직접 효과뿐 아니라 다른 재화·서비스 가격과 임금으로 파급되는 간접 효과도 살피겠다고 했다. ECB는 이 같은 충격의 크기와 지속 기간을 아직 단일 경로로 고정하지 않았다. 국제 에너지 시장의 움직임뿐 아니라 이후 소비자물가와 임금, 기업의 가격 결정에 충격이 번지는지를 확인해야 정책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다. 물가 지표는 에너지 충격의 강도를 보여준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9월 연간 물가상승률은 3.8%로 8월 3.2%보다 높아졌다. ECB 기자회견에서 제시된 세부 수치로는 에너지 물가 상승률이 8월 14.3%에서 9월 18.9%로 확대됐고,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는 2.1%에서 2.3%, 서비스 물가는 3.0%에서 3.2%로 각각 올랐다. 다만 ECB는 기조적 물가가 대체로 안정적이며 임금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뚜렷하게 반응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경기 흐름은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들어오는 자료가 3분기 유로존 경제의 성장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중동 분쟁이 시작된 뒤 약해졌던 서비스업이 회복했고, 인공지능 관련 투자와 수출, 정부의 인프라·국방 지출이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새 에너지 가격 상승은 가계와 기업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높아진 금융 조달 비용은 지출과 투자를 누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이처럼 물가와 성장에 반대 방향의 위험이 커지면서 ECB는 금리 경로를 미리 약속하지 않았다. 통화정책 성명은 향후 결정을 회의마다 들어오는 경제·금융 자료와 기조적 물가의 흐름, 정책 파급 강도를 종합해 정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달의 인상이나 인하를 예고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원칙이다. 금리 수준을 조정할 때는 목표 물가로 돌아가는 경로뿐 아니라 경제활동과 금융 여건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을 이번 성명은 재확인했다. 물가가 오른다는 사실만으로 즉시 금리를 올리거나, 성장 우려만으로 인하를 예고하지 않은 이유다.시장에서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둘러싼 전망이 이어졌다. 로이터는 결정 당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워 시장의 12월 인상 기대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투자자와 시장의 해석이며 ECB가 다음 회의의 인상을 약속한 것은 아니다. ECB는 물가가 목표를 웃도는 기간이 길어질 위험과, 금융 여건 긴축이 성장과 물가를 함께 낮출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한국 경제에도 유로존의 수요와 금융 여건은 대외 변수로 작용한다. 유럽의 경기 둔화는 한국 기업의 대EU 수출 수요에 부담이 될 수 있고, 유로화와 국제 금리 변화는 글로벌 금융 여건과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이번 동결만으로 한국 수출이나 원화 환율의 방향을 단정할 수는 없다. 에너지 가격의 지속 기간과 유럽의 실제 소비·투자 흐름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유럽에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뿐 아니라 유로화 결제와 원자재 가격, 해외 자금 조달 여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실제 영향의 크기는 품목별 수요와 계약 통화, 환헤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개별 기업과 산업의 노출도를 나눠 볼 필요가 있다.이번 결정은 금리를 유지하면서도 에너지발 물가 위험을 경계하는 신중한 대응이다. ECB는 기조적 물가와 임금에서 2차 파급이 나타나는지, 에너지 가격 충격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금융 여건 변화가 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무엇인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다음 정책 판단도 이런 지표의 변화에 달렸으며, 현재 결정문만으로 향후 금리 방향을 확정할 수는 없다.
    2026-10-30 13:37:21 유승철
  • 기후위기 시대 원자력의 재평가
    IT/과학

    기후위기 시대 원자력의 재평가

    탄소중립의 구원투수인가, 또 다른 위험인가…AI 시대 전력 수요가 부른 '원전 르네상스'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기후위기 대응이 국제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때 원전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줄여야 할 에너지원'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전력원이라는 점에서 재평가받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전력 안보, 인공지능(AI) 확산이라는 세 가지 흐름이 맞물리면서 세계 에너지 정책의 중심에 다시 원전이 등장한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와 AI 산업,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세계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IEA는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과정에서 원자력이 향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원자력 발전의 가장 큰 장점은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태양광과 풍력처럼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급격히 변하지 않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원전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원전 의존도를 가진 국가 중 하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원전 기반의 저탄소 전력을 활용해 AI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원전 덕분에 대규모 저탄소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미래 산업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반면 독일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단계적인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2023년 마지막 원전을 폐쇄했다. 그러나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과 화석연료 의존도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이 원자력 발전 비중을 크게 줄인 것이 "전략적 실수"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독일 측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반박하며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미국에서는 AI 산업이 원전 부활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안정적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원전과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거나 차세대 원전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폐쇄됐던 원전의 재가동 추진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원전은 다시 첨단산업 인프라의 한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특히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규모가 작고 공장 제작 방식을 활용할 수 있어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국가가 관련 기술 개발과 상용화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다만 아직 상업적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아 경제성과 수익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그러나 원전을 둘러싼 우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으며, 대형 사고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존재한다. 신규 원전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과 긴 공사 기간이 필요해 경제성 논란 역시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원전 프로젝트는 예산 초과와 공기 지연 문제를 겪고 있다.환경계 내부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전 활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장치 기술 발전을 통해 원전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본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원전의 필요성 자체보다 얼마나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맞춰지고 있다.흥미로운 점은 원전을 둘러싼 논쟁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안전성이 주된 쟁점이었다면, 오늘날에는 "기후위기와 AI 시대의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원전 없이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IEA는 세계 원전 발전량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며 원자력이 다시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기후위기 시대의 원자력은 더 이상 단순한 찬반 논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가 됐다. 탄소배출 감축과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안전성이라는 복합적인 과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의 해법이 될지,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될지는 앞으로의 기술 발전과 정책 선택에 달려 있다.정민오 기자 endaily@naver.com
    2026-09-27 09:10:56 정민오
  • AI는 탄소를 줄일까, 전기를 삼킬까
    IT/과학

    AI는 탄소를 줄일까, 전기를 삼킬까

    폭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기후위기 해법으로 떠오른 AI가 또 다른 에너지 과제를 만들고 있다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인공지능(AI)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 산업의 핵심은 누가 더 뛰어난 모델을 개발하느냐에 있었다.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AI의 성능 경쟁 뒤에는 반도체 확보 경쟁이 있고, 그 뒤에는 막대한 전력 확보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생성형 AI는 생각보다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수만 개의 고성능 반도체가 동시에 가동된다.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에도 이용자의 질문에 답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며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연산이 이뤄진다. 결국 AI 산업의 성장은 데이터센터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문제는 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시설이라는 점이다. 서버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뿐 아니라 장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설비에도 상당한 에너지가 투입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글로벌 컨설팅 기관들은 향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산업 이슈를 넘어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원전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발전 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소형모듈원전(SMR)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AI 산업을 뒷받침할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한편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증가가 탄소배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AI 산업의 성장과 탄소중립 목표가 충돌할 가능성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AI가 발전할수록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지만, 그 전력을 어떤 방식으로 생산할 것인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흥미로운 것은 AI가 기후위기 해결의 핵심 기술로도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AI는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건물과 공장의 에너지 사용량을 최적화할 수 있다. 기후변화 예측과 재난 대응에도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다시 말해 AI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술인 동시에 에너지 절약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기도 하다.결국 AI 시대의 진짜 경쟁은 알고리즘 경쟁만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전력을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AI는 기후위기의 해결사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전력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기술 발전의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AI 혁명은 결국 전력 혁명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9-21 07:16:46 정민오
  • 인간보다 먼저 위험을 알아챘다 … AI, ‘인공태양’의 불꽃까지 제어
    IT/과학

    인간보다 먼저 위험을 알아챘다 … AI, ‘인공태양’의 불꽃까지 제어

    - 미 프린스턴 연구진 ‘팩맨’ 공개 - 0.02초마다 핵융합 상태 판단하고 이상 발생 전 대응
    [데일리환경=정이든 기자] 인공지능이 글과 그림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태양보다 뜨거운 핵융합 플라스마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사람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위험 징후를 찾아내고, 가열장치의 출력과 방향을 조절해 불안정 현상이 시작되는 것을 막은 것이다.미국 에너지부 산하 프린스턴 플라스마물리연구소(PPPL)와 프린스턴대학교 연구진은 지난 9월 2일 인공지능 기반 핵융합 제어 체계 ‘팩맨(PACMAN)’을 실제 핵융합 실험장치에서 시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클리어 퓨전"에 게재됐다. 팩맨은 ‘기계학습을 이용한 예측과 제어’를 뜻하는 영문 명칭에서 만든 이름이다. 여러 인공지능 모델이 핵융합 장치의 온도와 밀도, 자기장 신호를 동시에 읽고 플라스마의 상태를 판단한 뒤 필요한 제어 명령을 내린다.1초에 50번씩 핵융합 상태 점검핵융합은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핵을 결합해 에너지를 얻는 기술이다.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와 같아 흔히 ‘인공태양’으로 불린다.지구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기체를 태양 중심부보다 높은 온도로 가열해 플라스마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토카막이라는 도넛 모양의 장치는 강력한 자기장으로 이 초고온 플라스마가 벽에 닿지 않도록 붙잡는다.문제는 플라스마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작은 흔들림도 수천분의 1초 만에 커져 핵융합 반응을 중단시키거나 장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사람의 반응 속도로는 대응하기 어렵고, 기존의 정밀 시뮬레이션은 계산에 며칠에서 몇 달이 걸려 실시간 제어에 사용할 수 없었다.팩맨은 전체 판단과 제어 과정을 약 20밀리초, 즉 0.02초마다 반복한다. 1초에 약 50번씩 장치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내리는 셈이다.인공지능은 먼저 각종 센서의 측정값을 수집해 오류를 걸러낸다. 이어 여러 기계학습 모델이 플라스마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를 예측한다. 마지막으로 제어장치가 가열 빔과 가스 공급장치 등에 명령을 보내 플라스마 상태를 조정한다.이상 현상 발생 0.2초 전에 예측연구진은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DIII-D 핵융합 실험시설에서 팩맨을 다섯 차례 시험했다.팩맨은 실험 과정에서 플라스마 가장자리에서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에너지 분출을 예측하고, 빠른 입자가 일으키는 파동을 감지·제어했다. 플라스마의 밀도와 회전 속도를 연구진이 설정한 목표에 맞추는 역할도 수행했다.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티어링 모드’라고 불리는 불안정 현상을 발생 약 200밀리초 전에 예측한 것이다. 200밀리초는 0.2초에 불과하지만, 20밀리초마다 판단하는 팩맨에는 대응할 시간이 있었다. 인공지능은 플라스마 상태를 미리 바꿔 불안정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막았다.기존 제어장치는 이상 현상이 발생한 다음 이를 억제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핵융합 성능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반면 팩맨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먼저 알아채고 조건을 조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AI는 플라스마를 가열하는 6개의 ‘자이로트론’도 동시에 조절했다. 자이로트론은 강력한 마이크로파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팩맨은 각 장치의 출력뿐 아니라 마이크로파를 보내는 거울의 방향까지 실시간으로 바꿔 연구진이 미리 정한 목표를 달성했다.AI가 핵융합로를 마음대로 운영한다는 뜻은 아니다이번 연구가 인공지능에 핵융합 장치의 모든 권한을 넘겼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은 사람이 전체 실험 목표와 작동 범위를 설정하고, 별도의 안전장치가 AI의 명령을 다시 확인하도록 설계했다.서로 다른 AI 모델이 충돌하는 명령을 내리거나 하드웨어의 허용 범위를 벗어날 경우 출력 단계에서 이를 차단한다. 실험이 끝난 뒤에는 물리학자들이 결과를 검토해 다음 실험의 제어 조건을 조정한다.팩맨의 중요한 특징은 새로운 AI 모델을 부품처럼 추가하거나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모델을 설치하는 데는 수개월이 걸렸지만 두 번째 모델은 며칠 만에 연결할 수 있었다. 특정 핵융합 장치에만 사용하는 일회성 AI가 아니라 여러 장치와 연구에 적용할 수 있는 공통 제어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생성 AI’에서 ‘현실을 움직이는 AI’로이번 연구는 AI의 역할이 컴퓨터 화면 안에서 문장과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센서가 보내는 현실의 정보를 읽고, 위험을 예측하고, 물리적인 장비를 직접 조절하는 ‘행동하는 AI’가 연구 현장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다만 팩맨이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를 완성한 것은 아니다. 안정적인 핵융합 반응을 장시간 유지하고 투입한 에너지보다 많은 전력을 경제적으로 생산하려면 재료와 설비, 연료 공급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그럼에도 사람이 따라가기 어려운 밀리초 단위의 변화를 AI가 감지하고 제어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앞으로 AI는 핵융합뿐 아니라 전력망과 우주선, 반도체 생산시설처럼 순간적인 판단이 필요한 복잡한 시스템에서 인간의 ‘초고속 보조 조종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2026-09-18 07:49:17 정이든 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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