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초원에 200년 만의 새 생명…야생말 복원지서 망아지 탄생

안영준 발행일 2026-10-12 07:35:39
- 8월 22일 첫 수컷 탄생 이어 두 번째 출산
- 유럽에서 돌아온 프르제발스키말, 초원 적응 거쳐 자립
[데일리환경=안영준 기자] 카자흐스탄의 드넓은 초원에서 사라졌던 야생말의 새로운 세대가 태어났다. 유럽의 동물원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프르제발스키말이 현지에서 번식하면서, 오랫동안 이어온 야생동물 복원사업에 희망을 더했다.

▲ 카자흐스탄 초원에서 어미 곁에 선 프르제발스키말 망아지(출처=라이프니츠 동물원·야생동물연구소 공식 발표 자료)

유엔환경계획(UNEP)은  200년 만에 태어난 첫 프르제발스키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망아지는 8월 22일 일곱 살 어미 ‘테사’에게서 태어났다. 여덟 날 뒤에는 또 다른 암말 ‘움브라’도 수컷 망아지를 낳았다. 두 어미는 2024년 독일 베를린의 티어파크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옮겨온 첫 재도입 무리에 포함된 개체다. 

프르제발스키말은 짧고 튼튼한 체형을 지닌 야생말이다. 한때 중앙아시아의 평원을 누볐지만 사냥과 서식지 감소, 가축과의 경쟁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20세기 후반에는 야생에서 사라졌고, 동물원과 보호기관의 국제 번식 프로그램을 통해 명맥을 이어왔다. 이후 몽골과 중국 등에서 재도입이 이뤄졌으며, 카자흐스탄에서도 원래 서식지에 안정적인 무리를 되돌려놓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복원은 말을 초원으로 운송하는 일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재도입 개체들은 적응용 울타리 구역에서 현지 기후와 먹이, 지형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친다. 겨울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환경에서 살아가려면 충분한 적응과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보전팀은 수의학적 관리와 생태 관찰을 병행하며 야생 생활을 준비시키고 있다.

두 망아지도 현재 어미와 무리 곁에서 성장하고 있다. 보전팀은 망아지의 발육뿐 아니라 다른 말들과의 관계, 어미에게서 먹이와 물을 찾는 행동을 배우는 과정 등을 살필 예정이다. UNEP에 따르면 적응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무리는 내년 5월 초 야생으로 방사될 계획이다.

야생말의 귀환은 초원 생태계 복원과도 맞닿아 있다. 큰 초식동물은 풀을 뜯어 식생의 구조를 바꾸고 씨앗을 퍼뜨리며, 배설물을 통해 유기물을 토양으로 돌려보낸다. 풀의 양을 조절하는 활동은 불에 탈 수 있는 식물성 물질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번 사업은 사이가영양과 야생당나귀 쿨란 등의 회복을 함께 추진하는 ‘알틴 달라 보전 이니셔티브’의 일부다. 개별 동물을 되돌리는 동시에 이들이 살아갈 초원과 서식환경을 회복하는 장기 사업이다. 

보전팀의 최종 목표는 사람의 지속적인 개입 없이 살아가는 야생말 무리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어미 곁에서 첫걸음을 뗀 두 망아지는 유럽에서 옮겨온 개체들이 현지에서 다음 세대를 이어가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사라졌던 야생말의 귀환이 새로운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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