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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피스, 북해 보호구역에 바위 장벽…저인망 규제 공백 논쟁
    세계

    그린피스, 북해 보호구역에 바위 장벽…저인망 규제 공백 논쟁

    단체는 116㎢ 조업 차단 주장…2025년 3만7200시간은 Global Fishing Watch 분석치 정부는 바위 좌표 9곳 공개했지만 전부 독립 확인하지 않아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영국 동부 북해의 쇠돌고래 보호구역에 바위를 내려놓고 저인망 조업을 막겠다고 밝혔다. 환경단체의 행동은 보호구역 지정만으로 해저 생태계가 자동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라는 논쟁을 다시 끌어냈다. 다만 바위가 놓인 위치와 조업 차단 효과는 그린피스의 발표이며, 영국 해양관리기구(MMO)는 전달받은 좌표 전부를 독립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은 11월 2일 공개한 발표에서 자사 선박 ‘아틱 선라이즈’의 활동가들이 남부 북해 해저에 바위를 배치해 수중 장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장벽이 영국 동부 연안의 116㎢ 구역에서 저인망 어업을 사실상 막는다고 주장했다. 바위마다 영국 의원과 유명 인사들의 이름을 적었다는 내용도 발표에 포함됐다. 이 수치와 효과는 독립적으로 측정된 정부 결과가 아니라 그린피스가 제시한 활동 내용이다. 조업 규모 역시 단체 분석치로 읽어야 한다. 그린피스 영국지부는 Global Fishing Watch의 선박 활동 자료를 분석해 2025년 쇠돌고래 보호구역에서 저인망 어선이 최소 3만7200시간 조업했다고 밝혔다. 영국 해양보호구역 전체에서는 저인망과 준설 장비가 2025년 해저를 누적 5만5600㎢에 걸쳐 끌고 갔다고 추산했다. 이 5만5600㎢는 반복 조업한 구간을 통과 횟수마다 더한 값이어서, 실제로 서로 다른 해저 면적이 그만큼 훼손됐다는 뜻은 아니다. 단체는 세부 계산 방법을 요청 시 제공한다고 밝혔으며, 공개 발표만으로는 개별 선박의 원자료와 분석 절차를 모두 재현하기 어렵다.이 지역은 단순히 이름만 붙은 보호구역은 아니다. 영국 자연보전 합동위원회(JNCC)에 따르면 남부 북해 특별보전지역(SAC)은 2019년 2월 지정됐고 면적은 3만6951㎢다. 영국 북해 관리단위 쇠돌고래 개체군의 약 17.5%를 뒷받침하는 곳으로 추정된다. 보전 목표는 쇠돌고래가 해당 해역에서 생존 가능한 구성원이 되도록 하고, 중대한 교란을 막으며, 서식처와 먹이 공급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목표는 보호의 방향을 정하지만, 모든 어업을 자동으로 금지하는 규정과 같지는 않다.영국 정부의 어업관리 절차도 이 구분을 보여준다. MMO는 해저 서식지를 보호하는 일부 해역에 저인망 금지 조치를 이미 도입했지만, 쇠돌고래처럼 이동성이 큰 종을 보호하는 ‘4단계’ 평가에는 남부 북해 MPA가 포함돼 있다. 정부는 파트너 기관과 어업이 쇠돌고래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관리 방식을 마련 중이라고 안내한다. 따라서 이 구역 전체에서 규제가 전혀 없다고 단정하거나, 반대로 보호구역 지정만으로 저인망이 모두 금지됐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남부 북해 SAC는 도거뱅크 등 다른 보호구역과 일부 겹치며, 그 겹치는 구역에는 별도의 저인망 장비 관리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정부의 어업관리계획은 보호구역 안의 어업 활동을 지정된 보전 대상과 대조해 평가하고 필요한 곳에 관리조치를 도입한다는 원칙을 밝힌다. 지금의 핵심 쟁점은 보호구역의 존재 여부보다 이동성 종에 대한 평가가 어떤 근거와 일정으로 실제 규칙에 연결되느냐에 있다.MMO는 11월 2일 별도 공지에서 그린피스가 해안경비대(HM Coastguard)에 전달한 바위 위치 9곳을 항해 안전 목적으로 게시했다. 기구는 좌표를 전부 자체 확인하지 않았다고 명시하고, 해당 해역을 지나는 선박이 보고된 위치를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이 공지는 위치 정보를 해상 이용자에게 알린 안전 안내다. 바위 투하의 적법성이나 생태적 효과에 대한 정부 판단을 담은 것은 아니다. 이번 공개 자료에서 정부의 별도 법률 판단이나 어업계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이번 행동의 환경적 성과는 장벽 설치 자체보다 이후의 확인 자료에 달려 있다. 바위가 실제로 저인망을 얼마나 우회시키는지, 바위가 놓인 곳과 주변 해저 서식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쇠돌고래의 먹이와 분포에 변화가 있는지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의 4단계 평가가 어업 활동과 보호 목표의 충돌을 어떻게 측정하고 규제로 연결할지도 관건이다. 해양보호구역의 실효성은 지정 면적뿐 아니라 보전 목표에 맞는 관리 조치와 공개 가능한 성과 확인으로 판단해야 한다.
    2026-11-03 12:36:08 유승철
  • 영국, 전기차 판매 의무 완화 검토…2030년 배출 감축 경로 흔들리나
    세계

    영국, 전기차 판매 의무 완화 검토…2030년 배출 감축 경로 흔들리나

    2030년 신차 중 무공해차 비중 80% 현행 목표 놓고 50~70% 선택지 제시 정부는 아직 결정 전…ECIU는 목표 하향 때 판매·가계비·배출 영향 분석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영국 정부가 2030년 신차 시장에서 무공해차가 차지해야 할 비중을 정한 ‘무공해차 의무(ZEV mandate)’의 재검토에 들어갔다. 정부가 8월 14일 공개한 consultation은 현행 제도의 운영 실태와 함께 자동차 부문의 2030년 목표를 낮추는 여러 정책 선택지를 제시했다. 다만 consultation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이며, 정부는 아직 목표 변경을 확정하지 않았다. 현행 제도상 영국의 자동차 제조사는 2024년 신차 판매의 22%에서 시작해 2030년 80%까지 무공해차 비중을 높여야 한다. 밴은 2024년 10%에서 2030년 70%로 올라간다. 목표는 제조사별 판매 실적뿐 아니라 크레딧 거래, 이월·차입 등 제도상 유연성을 통해 충족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2035년까지 신차를 모두 무공해차로 전환한다는 방향도 유지하고 있다.이번 검토안에는 2030년 자동차 무공해차 목표를 60% 또는 50% 수준으로 낮추는 경로가 포함됐다. 정부 문서의 정책 옵션은 목표를 낮추더라도 2035년 100% 전환을 유지하는 방식, 제조사의 의무 이행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식 등을 함께 검토한다. 따라서 논의의 핵심은 전기차 전환을 중단할지 여부가 아니라, 2030년까지의 속도와 제조사 부담을 어느 수준에서 조정할지에 있다.정부는 제조업 경쟁력과 소비자 부담을 검토 이유로 들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과정에서 제조사가 판매 목표를 맞추기 위해 할인이나 크레딧 구매에 의존할 수 있고,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공급망도 함께 확충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반면 목표를 완화하면 제조사와 충전사업자가 장기 투자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도 정책 검토의 중요한 쟁점이다.환경·에너지 정책 연구기관인 에너지·기후정보부(ECIU)는 8월 분석에서 정책이 더 약해질 경우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가 최대 580만 대 줄고 가계의 차량 운행·구매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ECIU의 분석 결과이며 정부의 확정 전망은 아니다.10월 25일 보도된 추가 분석에서 ECIU는 자동차 목표를 50%로 낮추는 경우 장기적으로 1억4700만t의 이산화탄소 환산 배출이 추가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 수치 역시 특정 정책 시나리오에 대한 연구기관의 추정치로, 실제 배출량은 판매 구성과 주행거리, 전력의 탄소집약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전기차 전환은 기후정책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신차 판매 규칙이 바뀌면 소비자의 차량 선택, 중고차 공급, 충전망 투자, 영국 자동차 공장의 생산계획이 함께 움직인다. 목표를 낮추면 단기적으로 제조사의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시장에 전달되는 정책 신호가 약해져 전환 속도와 관련 산업의 투자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현행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면 제조사별 준비 수준 차이와 소비자 가격 부담을 완화할 보완책이 필요하다.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영국의 결정은 수출시장 규칙과 연결된다. 영국은 유럽 주요 전기차 시장 가운데 하나이고, 현지 판매 목표와 충전 인프라 정책은 제조사의 차종 배치와 가격 전략에 영향을 준다. 다만 이번 consultation만으로 한국 기업의 수출량이나 국내 배출량 변화를 단정할 수는 없다. 영국 정부가 어떤 목표와 유연성 조합을 최종 채택하는지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영국 정부는 consultation 결과를 바탕으로 2027년 초까지 차량 배출 거래제도 개정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2030년 자동차·밴 목표의 최종 수치, 제조사 크레딧 거래와 차입 규칙, 2035년 전환 일정이 유지되는지 여부가 주요 확인 지점이다.현재 단계에서 확정된 사실은 현행 80%·70% 목표가 존재하고, 이를 조정할 정책 선택지가 공식 검토 문서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2026-10-26 14:12:32 유승철
  • 영국 폐기물 이동 디지털 추적 의무화, 불법 투기 숨을 곳 줄인다
    세계

    영국 폐기물 이동 디지털 추적 의무화, 불법 투기 숨을 곳 줄인다

    [데일리환경=안영준 기자] 영국이 폐기물이 어디서 나와 누구의 차량에 실리고 어느 시설에서 처리됐는지를 전자기록으로 잇는 디지털 추적제도를 시행한다. 영국 환경식품농촌부와 환경청은 10월 1일 새 시스템이 불법 투기와 허위 처리기록을 찾아내는 데 쓰인다고 밝혔다. 종이 인계서를 중심으로 흩어져 있던 정보를 한 흐름으로 연결하는 변화다.합법적인 폐기물 처리에서는 배출자와 운반자, 중간 보관시설, 최종 재활용·처분시설이 차례로 책임을 맡는다. 기록이 끊기면 폐기물이 허가받지 않은 땅에 버려지거나 실제보다 많은 양을 재활용한 것처럼 꾸미기 쉽다. 디지털 시스템은 각 단계의 시간과 양, 폐기물 종류를 비교해 이상한 이동을 빠르게 찾는다.제도는 잉글랜드뿐 아니라 웨일스와 북아일랜드의 허가받은 폐기물 반입시설에도 적용되고, 스코틀랜드는 별도 일정에 따라 참여한다. 사업자는 기존 장부와 운송서류를 전자방식에 맞춰야 한다. 소규모 업체에는 새 장비와 교육이 부담이 될 수 있어 정부는 단계별 안내를 제공한다.영국 정부는 폐기물 범죄가 경제에 해마다 약 10억 파운드의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업체가 처리비를 낮게 제시하면 규정을 지키는 재활용기업이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방치된 현장의 정화비용은 토지주와 지방정부, 시민에게 돌아간다. 디지털 기록은 단속뿐 아니라 자원순환 통계도 바꾼다. 어떤 산업에서 어떤 폐기물이 많이 나오고 실제로 얼마나 재사용·재활용되는지 알면 시설투자와 제품설계를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입력 기준이 제각각이면 숫자를 연결해도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에 분류체계와 검증 절차가 중요하다.한국에서도 사업장폐기물 인계정보를 전자적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운영된다. 영국의 변화는 데이터가 국경과 행정구역을 넘어 이동하는 폐기물을 어떻게 추적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시민생활에는 불법 투기 현장의 감소와 처리비용의 공정한 부담이라는 간접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트럭 한 대가 남긴 전자기록만으로 폐기물 범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현장검사와 허가관리, 신고자의 정보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래도 발생지에서 마지막 처리시설까지 이어진 데이터는 버려진 물질의 책임이 중간에서 사라지지 않게 만드는 긴 꼬리표가 된다.사업자가 입력한 값과 계량시설의 실제 반입량이 맞지 않을 때 경고를 내는 기능도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한다. 규제기관은 반복되는 누락과 비정상 이동을 우선 조사해 단속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동시에 정상적인 운송 지연이나 계측 오차를 범죄로 오인하지 않도록 정정 절차와 이의제기도 마련해야 한다. 정확한 기록과 공정한 절차가 함께 있어야 디지털 추적에 대한 업계신뢰가 생긴다.
    2026-10-08 06:15:57 안영준
  • 겨울비에 달린 잉글랜드 물 사정…강수량 부족하면 내년 2027년 봄에도 가뭄
    세계

    겨울비에 달린 잉글랜드 물 사정…강수량 부족하면 내년 2027년 봄에도 가뭄

    - 영국 환경청, 2027년 봄까지 세 가지 시나리오 제시 - 평년 수준 비 내려도 동부 일부 가뭄 지속…누수 줄이고 물 절약 당부
    [데일리환경=안영준 기자] 영국 잉글랜드의 가뭄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가을과 겨울에 비가 얼마나 내리느냐에 따라 지역별 회복 속도가 달라지고, 평년 수준의 강수량으로도 일부 지역의 물 부족이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환경청과 환경식품농촌부는 9월 16일 국가가뭄대책그룹 논의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잉글랜드의 약 4분의 3이 가뭄 상태였으며, 모든 지역이 가뭄에서 벗어나려면 이듬해 3월까지 평년의 약 120%에 해당하는 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환경청은 기상청 전망을 반영한 가장 가능성 높은 경우, 평년 강수량의 100%가 내리는 경우, 80%에 그치는 경우로 나눠 물 사정을 분석했다.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에서는 북부부터 회복이 시작되고 중부와 남부가 뒤따른다. 그러나 데번·콘월과 이스트앵글리아는 2027년 봄에도 가뭄이 남을 것으로 예상됐다. 평년만큼 비가 오는 경우에도 이스트앵글리아는 가뭄이 이어질 수 있고, 데번·콘월의 회복은 불안정할 전망이다.강수량이 평년의 80%에 그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북부는 정상 상태로 돌아가지만, 이스트앵글리아와 템스밸리, 웨스트미들랜즈 등 여러 지역은 내년 4월 초까지 가뭄이 계속될 수 있다.비가 몇 주 내린다고 가뭄이 곧바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하천과 지하수, 저수지의 물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돼야 한다. 환경청은 수도회사에 누수 수리와 가뭄 대응계획 이행을 촉구하고, 시민들에게도 물을 조금씩 아껴 회복을 돕도록 당부했다.
    2026-10-05 07:35:23 안영준
  • 기후위기 경고, 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나…영국이 찾은 ‘생활 속 메시지’
    세계

    기후위기 경고, 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나…영국이 찾은 ‘생활 속 메시지’

    2026년 영국 여름 평균 16.5℃로 관측 사상 최고 정부 연구 “행동요령 우선순위·지역 맞춤 정보 부족” 추상적 용어보다 집·학교·동네에서 체감하는 해법이 효과적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기록적인 폭염을 겪어도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는 올여름 폭염과 가뭄, 산불이 이어진 뒤 ‘기후위기를 어떻게 말해야 실제 행동을 이끌 수 있는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위험성을 반복해서 경고하기보다 사람들이 자신의 집과 학교, 지역사회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 기상청(Met Office)에 따르면 2026년 영국의 여름 평균기온은 16.5℃로 1884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종전 최고였던 2025년보다 0.4℃ 높았고, 잉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도 각각 여름 평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기상청은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 때문에 이 정도로 더운 여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자연 상태보다 약 130배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8월 13일 런던 큐가든에서는 38.1℃가 관측됐다. 문제는 강한 폭염을 직접 겪었다고 해서 기후 대응 방식까지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7월 31일부터 8월 4일까지 영국 성인 1,085명을 조사한 결과 74%가 현재 기후변화를 우려한다고 답했고, 87%는 앞으로 비슷한 폭염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실제 주택 냉방 개선 등을 계획하지 않는 이유로는 비용 부담이 큰 장벽으로 나타났다. 우려와 행동 사이에 현실적인 간격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기후 커뮤니케이션 연구기관 Climate Outreach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확인됐다. ‘기후적응(climate adaptation)’이라는 말을 명확히 이해한다고 답한 비율은 51%에 그쳤다. 반면 ‘홍수 방어시설을 개선하고 집을 폭염에 더 견딜 수 있게 만드는 것’처럼 구체적인 설명을 붙이자 정부가 이런 준비를 해야 한다는 데 75%가 동의했다. 전문용어를 설명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할 때 지지가 높아진 셈이다. 영국 정부가 폭염·가뭄·산불 행동요령을 분석한 연구도 메시지 전달 방식의 문제를 짚었다. 정부·지방정부·공공기관·수도회사 등 69개 자료에서 1,209개의 대국민 행동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위험별 안내 자체는 대체로 일관됐다. 그러나 여러 행동을 한꺼번에 제시하면서 누구에게 어떤 행동이 가장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 상황에 맞춘 안내도 상대적으로 적었고, 취약계층이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나 지원수단을 함께 안내하는 사례도 충분하지 않았다. 여러 위험이 동시에 나타날 때는 메시지가 서로 충돌할 가능성도 있었다. 폭염 때는 실내에 머물고 창문을 열어 환기하라는 안내가 나올 수 있지만 산불 연기가 퍼지면 창문을 여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가뭄 때 물 사용을 줄이라는 안내와 폭염 때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몸을 식히라는 안내도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영국 정부 연구진은 행동요령을 긴급성에 따라 순서대로 제시하고, 왜 필요한 행동인지 이유까지 설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영국 정부도 기후정책 소통의 무게중심을 지역사회 참여 쪽으로 옮기고 있다. 에너지안보·넷제로부는 지난 7월 브래드퍼드와 맨체스터, 브리스틀, 런던, 버밍엄에서 ‘Energising Britain’ 행사를 열어 지역 기업과 학교, 시민단체 등이 직접 참여하도록 했다. 정부는 전국적인 넷제로 목표를 일방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전기요금 절감, 학교 태양광, 더 시원한 교실, 홍수에 강한 지역공간처럼 생활 속 혜택을 보여주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영국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더 강한 단어로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폭염과 홍수, 산불을 ‘먼 미래의 지구 문제’가 아니라 건강과 주거비, 물 사용, 학교와 교통 같은 일상 문제와 연결하고,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정부와 지역사회가 함께 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시해야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기후재난이 일상이 되는 시대에는 경고의 강도보다 ‘누가, 언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기후정책의 또 다른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2026-09-17 07:31:48 유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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