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생색내기 지원 대신 '자원 연결'부터”… 재난 구호 현장의 뼈아픈 일침

이정윤 발행일 2026-10-21 11:39:11
"지원 늘려도 사각지대 여전"… 재난 구호, 이제는 '중간 조율자'가 성패 가른다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 재난이 휩쓸고 간 자리, 피해 주민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과연 ‘더 많은 물품’과 ‘일방적인 지원’일까.

현장의 목소리는 단호히 “아니다”라고 말한다. 재난 구호 현장에서 활동해 온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원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분절된 공공과 민간의 자원을 필요한 곳에 정확히 잇는 ‘중간 조율(컨트롤타워형 연계)’이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최근 펴낸 ‘2026년 3분기 이슈브리프’에 따르면, 현장 전문가 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우선순위 분석에서 ‘자원·정보 연계’가 압도적인 1위로 나타났다. 세부 항목별로도 ▲민간 자원의 연계·배분 조정 ▲피해 수요 및 지원 현황 정보 통합 ▲공공-민간 협업 중개가 최우선 과제로 지목됐다.

반면 그간 구호 현장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우수 사례 확산’이나 ‘민간 단체 대상 교육·컨설팅’ 등은 최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재난 피해자가 당장 마주한 현실과 동떨어진 형식적 지원보다는, 파편화된 자원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적재적소에 매칭하는 기능이 훨씬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시간 흐를수록 복잡해지는 피해… ‘정보 단절’이 사각지대 키운다재난 복구는 단순히 무너진 집을 다시 짓고 구호 키트를 전달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양상은 주거·생계 문제를 넘어 심리·정서적 트라우마, 만성 질환, 돌봄 공백, 마을 공동체 와해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다.

문제는 지원 체계의 단절이다. 지자체와 공공기관, 수많은 민간 구호단체와 기업이 제각기 움직이다 보니 특정 지역이나 품목에는 기부와 자원이 쏠리고, 정작 복합적인 지원이 절실한 취약계층은 소외되는 ‘구호의 양극화’가 반복돼 왔다. 현장 전문가들이 ‘정보 통합’과 ‘배분 조정’을 거듭 강조한 이유다.

민간의 기동력에 공적 책임성 더해야… ‘가교’ 역할이 관건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희망브리지는 최근 기타공공기관 지정을 계기로 민간 구호기관 특유의 현장성·유연성에 제도적 책임성을 더한 ‘민관 협력 플랫폼’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신훈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은 “재난 회복은 어느 한 기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다층적 영역”이라며 “민간에서 쌓아온 기동력과 전문성에 공적 책임성을 결합해 공공과 민간의 간극을 좁히는 가교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유일의 법정 재해구호 성금 배분 기관인 희망브리지가 공공기관 지정을 발판 삼아 단순 성금 배분처를 넘어 실질적인 ‘재난 회복 코디네이터’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컨트롤타워 없는 선의(善意)의 경쟁을 멈추고, 현장의 절박한 필요와 자원을 빈틈없이 꿰어내는 정밀한 연계망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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