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탄지 화재는 일반 산불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산림부는 이탄층 내부의 불씨가 지표면에서 불길이 사라진 뒤에도 계속 남아 지하로 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불이 보이지 않더라도 충분한 침수와 냉각 작업이 필요하다. 산림부는 6개 산불 우선대응 지역을 중심으로 지상 진화와 항공작전을 계속하고 있으며, 순찰·기상조절작전·물폭탄 투입을 위해 총 61대의 항공 전력을 대기시키고 있다.
핫스폿 수치 자체도 실제 화재 면적과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인도네시아 산림부는 핫스폿이 위성이 감지한 지표면의 열 이상 신호일 뿐, 하나의 핫스폿이 곧 하나의 산불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구름이나 위성 관측 공백으로 탐지가 누락될 수도 있다. ASEAN 전문기상센터(ASMC) 역시 위성 핫스폿 자료가 실제 화재 상황을 완전히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며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기상 조건도 경계를 늦추기 어렵게 만든다. ASMC의 10~12월 계절전망에 따르면 엘니뇨는 10~11월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고,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해양 동남아 상당 지역에는 평년보다 적은 강수와 높은 기온이 예상된다. ASMC는 이런 조건에서 남부 ASEAN 지역의 산불과 연무 상황이 높은 수준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남동풍이나 남서풍이 지속될 경우 국경을 넘어 연무가 이동할 위험도 계속된다고 전망했다.
이탄지 훼손도 위험을 키우는 구조적 요인이다. 로이터가 인용한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판타우 감붓(Pantau Gambut)은 인도네시아 이탄지 약 2400만㏊ 가운데 1600만㏊가 산불에 더 취약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배수로 건설과 산림 훼손 등으로 지하수위가 낮아진 이탄지는 건조기 때 쉽게 마르고, 한번 불이 붙으면 지하에서 오랫동안 타면서 많은 연기를 배출한다. 같은 단체는 2015~2019년 산불 피해 이탄지의 복원 비율이 약 3%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연무는 인도네시아 국내 대기질 문제를 넘어 주변국에도 영향을 준다. ASMC는 남부 ASEAN 지역의 초국경 연무 위험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산불 연기가 계절풍을 따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산림부도 일부 지역에서 미세먼지(PM2.5) 농도가 ‘나쁨’ 또는 ‘매우 나쁨’ 수준까지 악화할 수 있다며 야외활동을 줄이고 취약계층의 건강관리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당장의 관건은 10월 하순 이후 비가 얼마나 회복되느냐다. ASMC는 남서계절풍이 약해지고 적도 부근 강수가 늘어나는 계절 전환기가 오면 산불과 연무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엘니뇨가 강하게 유지되고 강수 부족이 이어질 경우 이탄지의 수분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 결국 핫스폿 숫자의 단기 감소보다 이탄층의 수분 상태, 지하 불씨의 완전 진화 여부, 그리고 계절풍에 따른 연무 이동을 함께 봐야 이번 산불 사태의 실제 위험도를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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