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에서 구제역이 또다시 확인됐다. 지난 16일 강화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특히 이번 농장은 지난 8월 이미 구제역 감염항체(NSP)가 검출돼 방역당국의 관리 대상에 포함됐던 곳으로 확인됐다. 사전에 감염 흔적이 포착된 농장에서 결국 바이러스 항원까지 검출됐다는 점에서 기존 예찰과 사후관리 체계가 실제 바이러스 순환을 차단하는 데 충분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제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9일 인천 강화군 소재 소 농장에 대한 예찰검사 과정에서 구제역이 확인돼 방역관리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해당 농장에서는 소 53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마리에서 구제역 항원이 확인됐다.
올해 구제역 발생은 이번까지 모두 13건이다. 1~2월 강화·고양에서 3건, 7월 예천에서 6건, 9월 예천·강화에서 4건이 확인됐다.
8월 이미 ‘감염 흔적’ 확인…한 달 뒤 실제 항원 검출
이번 발생에서 주목할 대목은 해당 농장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농장은 9월 16일 강화 구제역 발생농장의 반경 3㎞ 방역지역 안에 위치한다. 더욱이 지난 8월 검사에서 구제역 바이러스 자연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지표인 NSP 항체가 검출됐다.
방역당국은 이에 따라 농장 내 바이러스 순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예찰검사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소 2마리의 항원 양성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방역당국이 사전에 위험 신호를 포착하고 추적검사를 진행해 감염축을 찾아냈다는 점에서는 예찰체계가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8월 NSP가 확인된 이후 항원이 검출되기까지 해당 농장에서 바이러스가 언제, 어떤 경로로 유입·잔존했는지 규명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NSP 검출 이후 농장 출입차량과 사람에 대한 관리가 충분했는지, 추가 정밀검사 주기와 범위는 적절했는지, 주변 농장으로 바이러스가 이동했을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역학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백신 항체 높은데 감염…‘접종했으니 안전’은 아니다
이번 사례는 구제역 방역에서 또 다른 과제도 보여준다.
해당 농장은 정밀검사와 임상검사 결과 백신 항체양성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뚜렷한 임상증상도 없었다. 그럼에도 소 2마리에서 바이러스 항원이 검출됐다. 방역당국은 이들 양성 개체를 처분할 계획이다.
백신은 구제역 방역의 핵심 수단이지만 백신 접종 여부나 농장 단위의 높은 항체양성률만으로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방역·수의학적 관점에서는 ‘백신을 접종했느냐’뿐 아니라 개체별 접종 누락 여부와 적정 접종 시기, 항체 형성 상태, 농장 내 바이러스 유입·순환 여부를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가축전염병 중앙예찰 자료에서도 방역당국은 백신항체 양성률이 기준에 미달한 농가에 대해 보강접종과 추가검사를 실시하고, 접종요령에 대한 현장 컨설팅과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NSP 양성 농장에 대해서도 사후검사와 확대검사를 실시하는 체계를 운영해 왔다.
관리·감독 미흡인가, 농가 교육 문제인가?
이번 추가 발생을 곧바로 ‘관리·감독 실패’ 또는 ‘농가 교육 부족’으로 규정하기는 이르다.
현재 농식품부가 공개한 자료에는 바이러스의 정확한 유입 경로와 감염 시점, 농장주의 방역수칙 위반 여부 등이 제시돼 있지 않다.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원인을 먼저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올해 구제역이 13건 발생했고 강화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농가에 ‘백신접종과 소독을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하는 수준을 넘어 방역체계의 실제 작동 여부를 점검할 필요는 있다.
특히 이번처럼 NSP가 먼저 확인된 농장에 대해서는 일반 농장보다 강화된 관리기준을 적용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NSP 검출 직후 추가검사 주기는 적절했는지, 농장 출입 차량과 사료·분뇨·가축 이동경로를 얼마나 세밀하게 추적했는지, 농장별 소독 기록이 실제 현장 방역으로 이어졌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농가 교육 역시 횟수보다 현장 이행 여부가 중요하다.
장화 갈아신기, 축사 출입 전후 소독, 외부 차량 통제, 백신 누락 방지 같은 기본수칙을 반복적으로 안내하는 데서 끝날 것이 아니라 농장별 취약점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개선 여부를 재점검하는 방식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교육했나’보다 ‘현장에서 지켜졌나’ 확인해야
방역·수의학적 관점에서 구제역 반복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백신접종과 소독, 교육 가운데 어느 하나만 강화해서는 한계가 있다.
백신은 감염과 임상증상을 줄이는 핵심 수단이고 농장 차단방역은 바이러스가 농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예찰은 이미 유입된 바이러스를 신속하게 찾아내 추가 전파를 차단하는 마지막 방어선이다.
세 단계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특히 이번처럼 임상증상이 없는 상황에서도 항원이 검출될 수 있다는 점은 ‘증상이 없으니 이상 없다’는 방식의 육안 중심 관리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방역당국은 과거 구제역 발생지역에서 이동제한 해제를 위한 검사와 NSP 양성농장 확대검사를 실시하면서 임상검사뿐 아니라 감염항체와 환경 항원검사를 함께 활용해 왔다.
따라서 반복 발생지역에서는 전화예찰이나 농가 자율점검에 의존하기보다 위험농가를 선별해 항원·항체검사와 환경검사를 강화하는 위험도 기반 관리가 필요하다.
강화·김포 일제접종…33대 방역차량 투입
중수본은 발생 농장에 초동방역팀과 역학조사반을 투입해 외부인·가축·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강화군과 인접한 김포시의 소·염소 농장에 대해서는 오는 23일까지 일제접종을 조기에 완료할 방침이다.
광역방제기와 방역차 등 33대를 동원해 농장과 주변 도로를 집중 소독·세척하고 전국 우제류 사육농장에 대한 전화예찰도 실시한다.
23일까지 운영되는 ‘전국 일제 집중 소독 주간’에는 우제류 농장과 축산차량을 대상으로 집중소독을 추진한다. 특히 축산차량은 바퀴와 적재함뿐 아니라 운전대와 발판 등 차량 내부까지 소독하도록 했다.
반복되는 구제역…발생 후 소독보다 ‘발생 전 위험농장 관리’ 강화해야
올해 구제역은 강화·고양에 이어 예천에서 집단적으로 확인됐고 다시 강화에서 발생하고 있다.
7월 예천 발생 역시 도축장 정기 예찰 과정에서 환경시료의 구제역 항원이 먼저 확인됐고, 역학농장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NSP가 검출된 뒤 농장 감염이 확인됐다.
이처럼 임상신고 이전에 환경검사나 항체검사에서 위험 신호가 포착되는 사례가 이어진다면 방역정책도 ‘발생 후 차단’에서 ‘위험 신호 발견 후 선제 차단’으로 무게중심을 더욱 옮길 필요가 있다.
NSP 검출농장과 항체 형성이 미흡한 농장, 과거 발생농장, 축산차량 출입이 많은 농장 등을 별도 고위험군으로 관리하고 검사 주기를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농장별 방역교육 이수 여부뿐 아니라 실제 백신접종 기록과 소독시설 가동, 축산차량 출입기록, 외부인 출입통제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관리체계도 중요하다.
정부 역시 올해 겨울 가축전염병 위험요인이 커졌다고 판단해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특별방역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과 몽골에서는 국내에서 기존에 대응해 온 유형과 다른 SAT1형 구제역 발생도 확인돼 방역당국이 경계하고 있다.
중수본은 강화에서 9월 추가 발생이 확인된 만큼 정밀검사와 집중소독, NSP 관리 등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관계기관과 지방정부에 요청했다. 축산농가에도 외부인 출입통제와 빠짐없는 백신접종, 농장 내·외부 소독, 축사 출입 시 장화 교체 등 기본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반복되는 구제역을 농가의 방역의식 문제만으로 돌리는 것도, 반대로 행정기관의 관리 실패로 단정하는 것도 현재 단계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다만 8월 감염항체가 확인된 농장에서 한 달 뒤 실제 바이러스 항원이 검출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역학조사를 통해 그 사이 어떤 관리가 이뤄졌고 바이러스가 언제·어떻게 유입됐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구제역 방역의 성패는 발생 이후 방역차를 몇 대 투입했느냐보다 위험 신호가 나타난 농장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고, 실제 감염으로 이어지기 전에 바이러스의 전파고리를 끊었느냐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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