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보다 얇은 반도체를 공장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다리

정이든 청년기자 발행일 2026-09-19 19:41:51
- 공식 발표,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2026-09-17 
[데일리환경=정이든 기자]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17일 저차원 반도체 기술을 실제 제조로 옮기는 연구투자를 발표했다. ‘저차원’은 물질의 크기가 작다는 말만이 아니라 전자가 움직이는 방향이 제한된 구조를 뜻한다. 


▲ 초박막 반도체, 공장으로 가는 길(출처=시민 이해를 위해 AI 제작)


얇다는 장점보다 균일한 생산·접촉·검증이 상용화의 관건이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17일 저차원 반도체 기술을 실제 제조로 옮기는 연구투자를 발표했다. ‘저차원’은 물질의 크기가 작다는 말만이 아니라 전자가 움직이는 방향이 제한된 구조를 뜻한다. 

특히 원자 몇 층 두께의 2차원 물질은 종이보다 훨씬 얇으면서 전기적 성질을 조절할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후보로 연구돼 왔다.

쉽게 말하면 현재 반도체가 잘 정비된 다층도로라면 2차원 반도체는 한 층짜리 초박형 도로에 가깝다. 얇아질수록 전자가 문을 통과하듯 켜지고 꺼지는 동작을 정밀하게 제어할 가능성이 생긴다. 

휘어지는 센서와 저전력 소자, 기존 실리콘 위에 쌓는 새로운 회로에도 응용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얇다는 사실 자체가 빠르고 좋은 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연구실에서는 작은 조각을 골라 뛰어난 성능을 보일 수 있다. 공장에서는 큰 웨이퍼 전체에 같은 두께와 결정품질을 만들어야한다. 

먼지 하나와 미세한 주름, 층 사이의 오염이 수많은 소자의 성능을 흔든다. 한두 개가 잘 작동하는 것과 수십억 개를 높은 수율로 만드는 것 사이에는 재료 성장, 전사, 식각, 세정과 계측의 긴 간격이 있다.

또 하나의 난제는 금속 전극과의 접촉이다. 전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경계에서 저항이 커지면 물질 자체가 좋아도 에너지가 열로 새고 속도가 떨어진다. 아주 얇은 층을 손상시키지 않고 접촉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도 특성이 유지되게 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익숙한 충전선도 단자가 나쁘면 전력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 것과 비슷하지만 원자층에서는 작은 결함의 영향이 훨씬 크다.

NSF가 ‘번역’ 또는 전환을 강조하는 이유는 소재 논문과 생산라인 사이에 공동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새로운 현상을 찾는 데 강하고 기업은 공정 반복성과 비용, 공급망을 본다. 표준 시료와 측정법, 공용 장비, 설계규칙을 함께 만들면 서로 다른 연구 결과를 비교할 수 있다. 발표는 투자 방향을 알린 단계이며 구체적인 상용제품 출시를 약속한 것은 아니다.

2차원 물질이 기존 실리콘을 곧바로 대체한다는 표현도 조심해야 한다. 실리콘은 수십 년 동안 장비와 설계, 신뢰성 시험, 공급망이 축적됐다. 새 물질은 실리콘 위에 센서나 메모리, 통신소자를 더하는 보완적 방식부터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어느 용도에서 전력과 성능, 비용의 이득이 분명한지 비교해야 한다. 검증에는 같은 언어가 필요하다. 이동도와 접촉저항, 결함밀도, 수명 같은 지표를 어떤 온도와 크기에서 측정했는지 밝혀야 한다. 

작은 소자의 최고 기록만 비교하면 실제 웨이퍼의 편차를 놓친다. 평균값과 불량률, 장시간 동작, 열과 습도, 반복 굽힘 시험을 함께 공개해야 산업 현장이 판단할 수 있다.

환경 측면에서도 ‘얇아서 친환경’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사용재료의 양은 적을 수 있지만 성장 과정의 고온과 진공, 희귀 원소, 세정 화학물질이 필요할 수 있다. 생산 에너지와 수율, 재활용 가능성을 포함한 전과정 평가가 필요하다. 성능이 조금 좋아도 제조 실패가 많으면 전체 자원소비는 커질 수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소재와 장비, 계측, 후공정의 협업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해외 연구투자를 기술경쟁의 공포로만 읽기보다 어떤 공용시설과 인력교육, 표준화가 마련되는지 살펴야 한다. 국내 기업과 대학도 논문 수보다 시제품 재현성과 장비 접근, 실패 데이터의 공유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기억할 핵심은 ‘원자층 반도체가 곧 휴대전화에 들어간다’가 아니다. 연구의 다음 단계가 더 분명해졌다는 의미다.

웨이퍼 규모의 균일성, 접촉저항, 수율, 신뢰성, 공정비용이 실제로 개선되는지를 봐야 한다. 아주 얇은 재료가 산업의 두꺼운 장벽을 넘으려면 기록적인 한 개보다 똑같이 작동하는 수많은 소자가 필요하다.

인력 측면에서는 재료과학자와 소자설계자, 장비엔지니어가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른 언어로 보는 간격을 줄여야 한다. 공정 조건과 전기특성, 통계적 수율을 연결하는 데이터 인프라가 필요하다. 

저차원 반도체는 한 종류의 물질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래핀처럼 탄소 원자가 한 층으로 배열된 물질도 있고, 전류를 켜고 끄는 데 더 적합한 전이금속 칼코게나이드 계열도 있다. 물질마다 밴드갭과 안정성, 성장온도가 달라 용도도 달라진다.

따라서 2차원 물질이라는 큰 이름만 보고 성능을 비교하면 중요한 차이를 놓칠 수 있다. 

공장으로 옮길 때는 기존 생산장비와의 호환성도 관건이다. 새 공정이 실리콘 웨이퍼를 오염시키거나 너무 높은 온도를 요구하면 기존 라인에 넣기 어렵다. 

반대로 낮은 온도에서 균일한 막을 만들 수 있다면 이미 만든 회로 위에 새로운 기능을 쌓는 후공정에 유리할 수 있다. 성과는 최고 기록보다 기존 장비에서 반복 생산할 수 있는 공정 범위가 얼마나 넓어졌는지로 확인해야 한다.

측정 방식에도 함정이 있다. 원자층 재료는 공기와 수분, 기판 표면과 측정 전극에 민감하다. 연구실마다 다른 조건에서 나온 수치를 단순 비교하면 어느 물질이 실제로 우수한지 알기 어렵다. 

같은 표준시료를 여러 기관이 나눠 측정하고 차이를 공개하는 교차검증이 필요하다. 장비 교정과 데이터 형식까지 맞춰야 인공지능을 이용한 공정 최적화도 믿을 수 있다.

시민생활과의 연결은 당장 새 기기를 사는 문제가 아니다. 저전력 센서가 제품이 되면 의료와 환경감시, 산업설비의 전력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있지만 개인정보와 전자폐기물 문제도 커질 수 있다. 

작고 값싼 센서가 어디에 설치되고 어떤 데이터를 모으는지에 대한 규칙이 함께 필요하다. 기술의 얇음이 책임의 얇음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NSF 발표를 지켜볼 때는 선정 과제의 기관과 예산, 목표 공정 크기, 웨이퍼 규모, 공동시설 이용대상, 표준화 일정이 공개되는지 확인하면 된다. 몇 년 뒤 논문과 특허 수만 제시하기보다 수율과 신뢰성, 기업 이전과 중소기업의 시설 이용실적을 보여줘야 공공투자의 산업적 의미를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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