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AI 붐을 ‘통화정책 변수’로…주가 상승은 완화·회사채 발행은 긴축
우치다 부총재 “수요 효과가 먼저 나타나 금융여건 완화”…정책금리 1.25% 속 AI 영향 점검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일본은행이 인공지능(AI) 투자 붐을 단순한 산업 성장 요인이 아니라 물가와 금리, 자산가격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통화정책 변수로 보기 시작했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5일 도쿄에서 열린 ‘ECONDAT 2026 가을 회의’ 개회사에서 AI 확산이 경제의 수요를 끌어올리고 주가를 높여 금융여건을 완화하는 효과를 내는 한편, AI 관련 기업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은 장기금리를 밀어 올려 반대 방향의 압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치다 부총재가 제시한 핵심은 AI가 금융시장에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AI 투자를 “큰 폭의 긍정적 수요 충격”으로 규정하고 경제 활동과 물가에 상승 압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자본 축적을 촉진하면 경제를 과열시키지 않는 균형금리인 자연이자율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그 크기와 시점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자산시장에 대해서는 보다 직접적인 경고가 나왔다. AI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면 기업과 가계가 체감하는 금융여건은 느슨해질 수 있지만, 예상했던 기업 수익이 실제로 뒤따르지 않을 경우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AI 관련 투자를 위한 대규모 채권 발행은 장기금리 상승 요인이 돼 차입비용을 높인다. AI 붐이 주식시장에서는 완화 효과를, 채권시장에서는 긴축 효과를 동시에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이번 발언은 일본은행이 이미 AI 수요를 경기와 물가 전망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본은행은 지난 7월 경제·물가 전망에서 AI 관련 수요 증가가 일본 경제의 완만한 성장을 떠받치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반도체 등 가격 상승을 통해 2026회계연도 하반기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뚜렷하게 웃돌 가능성도 제시했다. 당시에는 AI를 성장과 물가의 변수로 다뤘다면, 이번에는 주가·회사채·자연이자율까지 분석 범위를 넓힌 셈이다.통화정책 환경도 이전보다 빡빡해졌다. 일본은행은 지난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무담보 콜금리 익일물 목표를 약 1.25%로 올렸고, 현재 보완당좌예금제도 적용금리도 1.25%다. 지난달 회의 의견요약에서는 중동 정세와 원유 가격, 엔화 움직임에 더해 글로벌 AI 관련 수요가 일본의 경제·물가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일본은행의 다음 금융정책결정회의는 오는 29~30일 예정돼 있다.다만 우치다 부총재는 AI 낙관론이나 비관론 어느 쪽에도 무게를 싣지 않았다. AI가 반복적인 지적 업무를 대신하고 연구개발 등에서 혁신을 촉진해 장기 생산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지만, 특정 형태의 인적자본을 빠르게 쓸모없게 만들거나 기술 적응력에 따라 불평등을 키울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이 기존 경제통계만으로 AI 확산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어 대체데이터 활용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결국 일본은행이 확인하려는 것은 ‘AI 투자가 얼마나 지속 가능한 수익과 생산성으로 연결되는가’다. 지금처럼 AI 수요가 주가와 투자를 밀어 올리는 동안에는 금융여건을 완화하고 물가를 자극할 수 있지만, 기대 수익이 꺾이면 자산가격 조정과 투자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일본은행이 앞으로 금리 경로를 판단할 때 물가와 임금, 환율뿐 아니라 AI 투자와 기업 자금조달이 만들어내는 금융여건 변화까지 함께 살펴볼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