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 AI를 “얹는 것”보다 먼저 할 일
- 경남에서 시작된 M.AX 확산 … 데이터를 잇고 현장의 문제부터 정의해야
[데일리환경=정이든 기자] 인공지능을 공장에 넣는다고 하면 로봇이 사람 대신 모든 일을 처리하는 장면부터 떠올리기 쉽다. 실제 제조 AI의 출발점은 훨씬 소박하다. 어느 공정에서 불량이 생기는지, 설비가 언제 멈추는지, 숙련 작업자가 무엇을 보고 조건을 바꾸는지를 데이터로 기록하고 서로 연결하는 일이다. 산업통상부가 9월 11일 창원에서 연 첫 M.AX 지역 확산 컨퍼런스도 이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M.AX는 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 즉 제조업의 AI 대전환을 뜻한다. 산업부는 지난해 9월 제조기업·AI 기업·대학·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협력체를 출범시키고 AI 팩토리, AI 반도체, AI 로봇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170여 개 사업장의 AI 팩토리 선도 프로젝트에서 생산성 30% 개선, 불량률 15% 감소 성과가 나타났다. 이 숫자는 눈길을 끌지만 모든 공장이 같은 폭으로 좋아졌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계산했는지, 사업장별 편차는 어느 정도인지, 투자비와 유지비를 뺀 순효과가 얼마인지가 공개돼야 현장의 판단에 도움이 된다. 시범사업의 우수 사례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이지 전국 제조업의 평균 성과는 아니다. 쉽게 비유하면 제조 AI는 여러 부서에 흩어진 일지를 한 권으로 합치고, 그 기록에서 고장과 불량의 징후를 찾아주는 조수와 비슷하다. 원재료 상태, 금형과 설비의 변화, 온도와 진동, 검사 결과가 따로 보관되면 AI도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 데이터 형식과 측정 기준을 맞추는 기초 작업이 먼저 필요한 이유다. LG전자는 판금 제조 과정에서 원소재·생산설비·제품 품질 정보를 연결해 불량 원인을 분석하고 최적 조건을 찾는 사례를 소개했다. 삼현은 설계부터 생산·물류·품질까지 분산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잇고 숙련자의 노하우를 축적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두 사례 모두 AI 모델 자체보다 데이터 연결과 문제 정의가 중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역 중소 제조기업에는 기회와 부담이 함께 온다. 불량과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납기를 안정시키면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센서 설치, 오래된 설비와 새 시스템의 연결, 데이터 정제, 보안, 담당자 교육에는 돈과 시간이 든다. 공급기업이 제시하는 솔루션이 현장 문제에 맞지 않으면 멋진 화면만 남고 작업 방식은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산업부는 전국 6개 협업지원센터에서 상담, 수요·공급기업 연결, 교육, 컨설팅과 사업화 기획을 지원하고 경남에 이어 충북·경북·광주전남 등에서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2027년 예산안에는 풀스택 AI 팩토리, 제조 AI 파운데이션 모델 제조 암묵지 활용 솔루션 등 신규사업이 반영됐지만 국회 심의 전이므로 확정예산은 아니다.기업이 도입을 검토한다면 ‘AI를 어디에 쓸까’보다 ‘지금 가장 많은 손실이 생기는 공정이 어디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개선 전 기준값을 남기고, 작은 공정에서 시험한 뒤 성과와 오류를 확인하며 넓히는 편이 안전하다. 작업자 감시로 오해받지 않도록 데이터 사용 목적과 접근권한을 합의하고, 외부 솔루션 업체에 제공하는 생산정보의 보안조건도 계약서에 명확히 남겨야 한다.앞으로의 성패는 발표된 평균 개선율보다 지역기업의 재참여율, 실제 가동률, 투자 회수기간, 현장 노동자의 수용성에서 드러날 것이다. AI가 공장을 바꾸는 도구가 되려면 기술 설명보다 현장의 질문을 정확히 듣는 과정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