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원자도 쌓는 순서 따라 달라졌다, 원자층 그라데이션 규명
- 포항공대 연구팀이 물질의 원자 배열을 층별로 바꿔 새로운 전기·열 특성을 만드는 원리를 밝혔다.
[데일리환경=정이든 기자] 같은 종류의 원자로 만든 물질도 원자층을 쌓는 순서를 조금씩 바꾸면 전기와 열에 반응하는 성질이 달라진다는 설계 원리가 규명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포항공과대학교 이대수 교수 연구팀의 성과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고 10월 2일 밝혔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원자층 ‘그라데이션’이다. 그라데이션이 색이 서서히 변하는 모습을 뜻하듯, 물질 안의 원자 배열과 조성을 한 층씩 점진적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전체 재료에 들어간 원자의 종류가 같아도 어느 위치에 어떤 순서로 놓였는지에 따라 내부 전기장이 달라진다. 원자 수준의 비대칭은 전기분극을 만든다. 전기분극은 물질 안의 양전하와 음전하 중심이 조금 어긋난 상태로, 외부 전압과 온도 변화에 반응한다. 연구진은 층별 배열을 정교하게 설계해 기존 재료가 가진 한계를 넘어서는 반응을 관찰했다. 이 원리는 차세대 전자소자와 반도체 절연막, 열을 감지하는 센서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작은 전압 변화나 온도 차이를 민감하게 읽는 재료가 만들어지면 저전력 소자와 정밀 센서의 설계 선택지가 넓어진다. 다만 원천원리의 발견이 곧바로 상용제품 출시를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반도체 공정에 적용하려면 넓은 면적에 같은 구조를 반복해서 만들고 장기간 안정성을 확인해야 한다. 원자층 두께의 오차와 불순물, 기판과의 접촉이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제조비용과 기존 공정 장비의 호환성도 후속 연구 대상이다.재료과학은 새로운 원소를 찾는 일만이 아니다. 익숙한 원자를 어떤 순서와 간격으로 놓을지 바꾸는 것만으로도 없던 성질을 끌어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물질의 성능을 화학조성뿐 아니라 공간의 배열로 설계하는 길을 한층 구체화했다.연구진은 실험에서 원자층의 배열과 물성 변화를 측정하고 이론계산으로 작동원리를 설명했다. 논문에 보고된 조건은 정밀한 박막 제작환경을 전제로 하므로 일반 소재에 곧바로 적용되는 법칙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후속 연구에서는 다른 원소 조합에서도 같은 설계가 작동하는지, 반복 구동과 고온에서 특성이 유지되는지가 중요하다. 그래도 ‘무엇으로 만들었나’와 함께 ‘어떻게 배열했나’를 재료 설계의 핵심 변수로 세운 성과다. 원자층 구조를 확인하려면 전자현미경과 분광분석처럼 원자 규모를 읽는 장비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계산과 실험이 같은 경향을 보이는지 비교해 배열과 물성 사이의 관계를 제시했다. 이런 기초연구는 당장의 제품 사양보다 재료설계의 규칙을 제공한다. 여러 연구자가 다른 장비와 조건에서 결과를 재현하면 새로운 센서와 절연막 후보를 고르는 기반이 더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