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따라 깨어나는 궁궐, 경복궁서 왕의 호위군 사열 ‘첩종’ 재현
- 10월 30일~11월 1일 흥례문 광장…하루 두 차례 진법·전통 무예 선보여
[데일리환경=정진욱 기자] 늦가을 경복궁에 종소리가 거듭 울린다. 왕의 부름을 받은 호위군이 대열을 갖추고, 깃발과 북소리에 맞춰 움직인다. 고궁의 고요한 마당이 조선시대 군사의례가 펼쳐지는 무대로 바뀐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은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2026 궁궐 호위군 사열의식 첩종’을 개최한다. 사흘간 오전 11시와 오후 2시, 하루 두 차례 관람객을 만난다.‘첩종’은 종을 연달아 친다는 뜻으로, 조선시대 국왕이 비상사태에 대비해 호위군을 직접 살피던 군사의례다. 이번 행사는 '경국대전' 병전의 첩종과 '국조오례의' 군례의 대열의 기록을 바탕으로, 왕이 군사들의 진법과 무예를 살피는 모습을 극 형식으로 재현한다. 의식은 왕의 명령을 알리는 데서 시작한다. 도승지가 첩종 교서를 내리고 선전관이 이를 공표하면 타종과 함께 군사들이 집결한다. 이어 참여 인원을 확인하는 ‘점고’, 군사들이 대형을 바꾸는 ‘진법’, 무예를 선보이는 ‘연무’가 차례로 펼쳐진다.징과 북, 깃발은 대열을 움직이는 신호가 된다. 광장을 가로지르는 군사들의 발걸음과 좌군·우군으로 나뉜 내금위의 무예 시연은 기록 속 군사의례에 움직임과 소리를 입힌다. 관람객은 궁궐을 지키던 군사들의 훈련과 지휘 체계를 하나의 장면으로 만날 수 있다. 올해는 고증을 바탕으로 재현한 조선 전기의 복식과 무기, 의장물에 국왕을 호위하는 금군을 더해 현장감을 높인다. 갑옷과 깃발이 채우는 흥례문 앞마당은 궁궐이 품었던 긴장과 질서를 오늘의 시민들에게 전한다. 공연은 회당 45분이며 별도 예약 없이 무료로 현장 관람할 수 있다. 리허설과 본행사가 진행되는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수문장 교대의식은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광화문 월대에서 오전 10시와 오후 1시에 광화문 파수의식이 열린다. 우천 등 기상 상황에 따라 일정은 변경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처마 아래 번지는 종소리와 마당을 채우는 대열은 오래된 궁궐에 사람의 시간을 되돌려 놓는다. 가을빛이 내려앉은 경복궁에서, 책장 속 군사의례가 눈앞의 풍경으로 펼쳐진다.